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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시대, 예술인이 사는 법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 올린 변정주 뮤지컬 연출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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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이 내린 11월26일 서울 광화문광장. 검은색 옷을 입은 뮤지컬 배우 32명이 5차 촛불집회 무대에 올랐다. 11월18일 열린 청계광장 공연에 이어 촛불 앞에 선 두 번째 자리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을 담은 곡 ‘나 여기 있어요’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빛’에 이어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와 ‘내일로’를 합창했다. 하나 된 노랫소리는 광장에 울려퍼졌다. ‘150만 촛불’이 일렁였다.


이날 무대에 오른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의 공연을 진두지휘한 변정주 연출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극장을 벗어나 거리로 나왔다. 연출가로서, 한 시민으로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이 순간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다. 


공연계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인물로 꼽히는 그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지난해 11월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문화제에서 작은 뮤지컬 <나 여기 있어요>를 연출했다. 12월1일, 서울 성수동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출처한겨레21 사진자료
프랑스혁명을 그린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공연한 계기는.
동아방송예술대 학생들이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패러디해 만든 시국선언 영상을 봤다. 젊은 학생들도 이렇게 현 시국을 노래하는데 현장에서 일하는 직업 배우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가 부른 노래에 대한 답가로서 무대를 준비했다.

잘못된 권력에 의해 시민들의 삶이 망쳐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한데 모인 시민들에게서 앞으로의 희망을 보게 됐다. 그것을 <레 미제라블>의 ‘내일로’라는 곡을 통해 좋은 미래로 보여주고 싶었다.

출처한겨레 사진자료/동아예술대 학생들
공연할 배우들을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나.
돈 받고 하는 공연이 아닌데 다들 ‘나도 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무대에 선 건 32명이지만 스케줄 등이 안 맞아 함께 못 선 분이 많다. 첫 번째, 두 번째 무대에 섰던 분들이 다음 번에 자기 빼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오프닝으로 선보인 곡 ‘빛’의 의미는.
모든 집회에 등장하는 촛불을 보며 ‘빛’이란 곡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그 ‘빛’을 촛불집회 무대에 올리는 것이 꿈이었다. ‘빛’은 내가 연출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 나오는 노래다.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숨겨진 아픔을 안고 있는 한 가족이 치유되는 과정을 빛을 통해 이야기한다. 가족 모두 힘들게 살지만 희망을 노래한다. 노래는 말한다. 그래도 싸우고 견뎌야 행복을 느낀다고, 살아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버티고 싸우고 행동해야 한다고.

출처미디어 몽구 사진자료
배우 32명이 검은색 옷을 맞춰 입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풍자한 것이다. ‘우리는 블랙리스트에 올라도 상관없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무대에 선 배우들 중에는 실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이가 많다. 나 역시 블랙리스트라는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그런데 그 블랙리스트가 너무 허술하게 만들어져 웃겼다. 문재인·박원순을 지지하고 세월호 문화제에 참여했음에도 누락된 분들도 있고. 그분들은 무척 아쉬워했다. (웃음)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나.
공공극장에서 공연할 때 미리 대관신청서를 낸다. 그 때 건너서 들은 얘긴데, ‘네 이름을 서류에 넣으면 대관 승인을 받는 데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일단 이름을 뺐다가 (대관 신청) 오케이를 받으면 그때 넣자’고 했다.

출처한겨레21 사진자료
150만 시민들 앞에서 공연한 배우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나.
마이클 잭슨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못 했을 텐데 우리는 했다며 좋아했다. 100만 넘는 사람들이 보는 무대에 섰다는 경험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광장에 나온 시민들에게 감사했다. 시민들이 이런 의미 있는 자리에 우리를 부른 것이라고. 자신들이 행동할 계기가 없었는데 이렇게 나와 공연할 수 있게 해줬으니 고맙다고 했다.
광화문광장 캠핑촌에서 예술가들이 노숙 생활을 한다.
캠핑촌에 몇 번 갔다. 선후배들을 만나고 정말 마음이 아팠다. 왜 연습실에서, 집필실에서 작곡하고 그림 그리고 할 분들이 차가운 바닥에 있어야 하는가. 민주주의가 삶의 기반에 있어야지 문화예술도 있는 거구나 생각했다. 자신을 희생하는 그들의 행동하는 삶에서 저항의식을 느꼈다.
문화예술계의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연극공연계에도 청산되지 못한 친일·독재 잔재가 있다. 친일 인사들 행적이 정당화되고 박정희 시절 친군부독재 문화가 냉정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연극사 재평가 작업이 꽤 오래 걸리고 힘들겠지만 지치지 않고 해나갈 필요가 있다. 박근혜만 보더라도 아버지 박정희를 부정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연극계도 윗세대 과오를 부정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연극계 내부적으로 비판 문화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이쪽 분야도 좁다보니 다들 건너 건너 아는 선배고 후배고 하니 잘못한 것을 비판하지 못한다. 그런데 용기를 내지 않으면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된다. 무엇보다 꼰대는 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문화예술인 99%는 자기 재능이 의미 있는 곳에 쓰이기 바랄 것이다. 작은 1%가 독재정권에서처럼 권력에 빌붙어 있다고 생각한다.

출처한겨레21 사진자료
연출가로서 이번 거리공연을 하며 느낀 점은.
역설적 상황인데, 현 시국은 너무 힘들지만 배우들과 만나 공연하며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이 많구나 생각하니 행복했다. 내가 연출을 하며 이런 쓰임을 당하는 것도 좋았다. 연출가로서도 큰 의미가 있고 다른 출발점에 선 느낌이다. 그래서 안 쓰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웃음)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보고 든 생각은.
집회에 나온 학생들을 보고 내가 기성세대라는 걸 알게 됐고 그들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지난 토요일 집회 때 종로 탑골공원을 지나가며 전국에서 올라온 중·고등학생들 모임을 봤다. 그들은 걸그룹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면서 소신껏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다음날 일요일에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아이돌 그룹 팬미팅 자리에 가게 됐다. 그들 중에는 어제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다음날엔 아이돌 콘서트에 오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정치적 행동과 문화적 행동을 동시에 하는 그들이 위대했다.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 공연은 어떻게 이어가나.
아직 다음 공연 스케줄이 확정되지 않았다. 잠정적으로 12월 중에 1회 이상 공연할 생각이다. 내년 1월 세월호참사 1000일 되는 날에 유가족들과 시민에게 힘이 되는 노래나, 그 밖에 그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처음에는 박근혜 퇴진 때까지 이 모임을 이어가자고 시작했다. 하지만 시민들과 광장에서 만나며 생각이 바뀌었다. 박근혜 퇴진 이후에도 뮤지컬을 잘 보지 못하는 문화 소외 계층을 찾아가는 작은 무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출처뉴스컬쳐 사진자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예술은 직접적이든 은유적이든 현실을 반영한다. 그리고 다양해야 한다. 예전에 연출한 <러브레터>처럼 예쁜 사랑 이야기도 하고 싶고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기는 작품도 하고 싶다. 하지만 세상이 혼란스러우니 예술가로서 시대에 해야 할 것들이 생긴다.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없다.

제5공화국 시절 정부의 언론 통제를 다룬 연극 <보도지침>을 연출한 적이 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옛날엔 이런 일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다시 이것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씁쓸한 상황이니까. 작품 활동에도 제한적이 된다.

소설 <레 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예술은  민중을 위해 만들어지고 모든 것은 신으로부터 와서 민중에게로 가는 것”이라며 “민중은 예술이 도달해야 하는 종착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예술과 연극은 민중적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처럼 어둠의 시대, 문화예술인들은 더 많은 이와 함께할 수 있는 거리로 무대를 옮기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비탄에 빠진 시민을 위로하고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자고 이야기한다. 더 나은 내일로 가기 위해. 변정주 연출가는 “촛불집회에서 ‘내일로’라는 곡을 노래하게 된 것도 내일의 희망을 말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출처유투브 사진자료

원문 기사 / 허윤희 기자

제작 및 편집 / 신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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