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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2 남자, 홍진호

조회수 2016. 3. 22. 16: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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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일주일 중 두번째 평일, 한겨레21 22주년 기념 인터뷰
2와 관련된 홍진호의 기록은 놀라울 정도다. 둘째아들로 태어났고, 게이머 시절 2등만 22번 했다. 역대 온게임넷 스타리그 다승 2위이며, 최장기간 랭킹 2위였다. 역대 2번째 스타리그 통산 100승,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2번째 선수, 역대 2번째 억대 연봉, 올스타전 최다 득표 2위. 그의 은퇴식은 2시22분에 맞춰 진행됐다. 창간 22주년을 맞아 <한겨레21>이 그를 만났다. <월간 잉여> 편집장이자 <수저게임>을 개발한 최서윤씨가 함께한 인터뷰도 정확히 오후 2시22분에 시작했다. 

오해와 진실, 성공과 실패... '2 남자' 홍진호를 둘러싼 몇 개의 키워드로 그를 알아보자. 1boon 독자를 위해 지면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포함해 재구성보았다. 시작한다. 외쳐, 22!

문단도 2개, 2도 22개...

1. 전설의 시작

“'엄마, 저 게이머 할게요' 하면 바로 뺨 맞는 시대였다. 그래도 내가 좋았으니까 시작했다. 운이 굉장히 좋은 케이스인게, 거진 다 잘 됐던 거 같다. 프로게이머로서 명성을 알리고 중간중간 실패했지만 또 다른 걸 해보면서 내 마음대로 했는데 여기까지 왔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후회하지 않고, 잘못했더라도 그 책임을 내가 지는 거니까 좌절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더 빨리 다른 걸 찾으려고 한다. 기회비용 측면에서 잃는 것도 있지만 얻는 것도 많다고 생각해서 내 만족을 추구하면서 산다."

2. 2등 인생

"고통스러웠던 기억들도 아직 있다. 힘든 시기도 길었다. 군대 가기 전에 미쳐가지고 매일 술 마시고 그랬다. 그러나 군대에 가서 깨달았다. 어릴 때부터 내가 살아온, 꿈꿔온 이상적인 모습으로 결국 살아왔던 거다. 세상이 1등, 2등을 나누는 거지 내 기준에선 내가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며 뭔가 내려놓게 됐다. 내게 주어진 이미지를 넘어서는 게 아니라 남들 웃을 때 같이 웃자고 생각했다."

3. 3연벙과 콩댄스

“(어느 쪽이 더 굴욕적인가) 거의 엄마 아빠 같은 질문이다. 두 개가 다른 의미로 굴욕적인 거 같다. 좀 더 들어가면 3연벙이다. 콩댄스는 내가 만든거니까 감내하면 되는데, 3연벙은 내가 진 거지 않나. 패배를 받아들여야 하는 게 있다보니까 더 굴욕적이었다."

4. 폭풍 저그

"프로게이머 쪽이 좀 더 힘들었다. 연예계도 힘들다고 하지만 프로게이머는 승부라는 테마가 있다.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뀌고, 결과에 따라 후회하기도 하고 환호하기도 하며 감정 소모가 심했다. 매 순간 전략을 생각하고, 상대 스타일을 복기하고 내가 뭘 해야 하나를 따지고 경우의 수 속에서 살았다."

5. 프로게이머

"선수였을 때가 즐거웠던 것 같다. 그래도 늘 승부를 안고 살아가던 때가 더 스릴 있었다, 자격지심이나 트라우마의 시기가 있었지만 그때도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연습하고 싸웠던 것 같다."

6. 천재

"게임 좋아하면 다 알겠지만 이영호 선수다. 그 앞에는 이윤열 선수가 그랬다. 게이머 중에도 유형이 있다. 천재형과 노력형. 나는 복합적인 선수였다. 노력도 했지만 노력형에 비해선 덜 시간을 쏟았고, 센스가 없진 않았지만 천재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영호와 이윤열은 정말 천재였다."

7. 성공

"아니다. 굉장히 실패를 많이 해봤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프로게이머 홍진호, 방송인 홍진호, 지니어스 홍진호를 기억하는 속에서 실패한 게 기억되지 않을 뿐이다."

8. 콩까지마

"스타 쇠퇴기 시절에 쇠퇴해간다는 슬픔을 (나에게) 투영해서 그런 것 같다. 책임을 묻는게 아니라 비난의 대상, 아이콘이었던 거다. 승부조작이 있었을 때도 본좌론을 들어서 "홍진호 잘했냐 못했냐"는 논쟁이 있었다."

9. ㅍㅍㅅㅅ

"예전에 서지수 선수한테 진 적 있다. 유일한 여성 프로게이머인데 남성 못지않게 굉장히 잘했다. 전날에 지방 행사를 갔고, 다음 날 게임에는 감독님이 나가지 말라고 해서 안 나갈 예정이었다. 행사 끝나고 여름이었는데 육회를 먹었다. 그런데 육회가 잘 못 돼가지고 식중독에 걸려서 병원에 갔다왔다. 그래서 컨디션도 안 좋았다. 경기 출전도 당일에 결정됐고. 물론 실력으로 졌다. 인정한다. 다 사실인데 "홍진호가 여자한테 지고 변명한다”며 굉장한 악플을 받았다."

10. 은퇴

"그 시기 (2006년 온게임넷 준결승에서 한동욱에게 졌을 때)쯤 우승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았다. 한동욱 선수랑 붙은 4강에서 3:1로 졌을 텐데, 은퇴를 생각했다. 그때 공군에 게임단이 생기면서 그래도 좀더 해보자, 군대 가서 프로게이머의 연장선을 그어보자 하는 것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11. 공군

"공군 시절엔 많이 이기진 못했지만, 임팩트 있는 승리는 많이 했다. 제대하면서는 막 올라오고 있는 뛰어난 신인들을 초월해 다시 올라가기는 힘들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장이 된 거였다. 감독 입장에서, 미래가 있고 가능성 있는 친구가 죽도록 노력하는데 굳이 나를 내보낼 이유가 없지 않겠나. 개인적으로 팬들에게 희망고문을 하는 것도 싫었다. 선수로서의 자존심을 지킨 채 은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2. 국민썸남

“(연예인으로 사는 게) 불편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굳이 쳐다보지 않아도 누군가 알아보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 조심해야겠다, 말도 순화시키고 행동도 조심해야겠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되는 거 같다."

13. 지니어스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 시즌1 우승을 하면서 영광스럽고 과분하게도 ‘지니어스’가 됐다. 지금은 좀 애매하지만 모든 수식어가 다 나라고 생각하고 좋게 이해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재다능’ ‘만능’ 이런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다. 살면서 제일 탁월했던 게 게임이었는데, 그 분야에서조차 2등이었다. 다른 건 2등은커녕 더 저조했다. 다른 분야도 잘하더라, 이런 소리 듣는 게 목표다."

15. 동수저

"개인적으로 ‘동수저’ 정도 되지 않나 싶다. 일단 가족은 있으니까. 그런데 가족한테 지금껏 원조를 받은 건 없다. 많이 패배해왔지만, 어쨌든 내가 알아서 선택해 즐기면서 왔다는 생각이 강해 자존감은 높은 편이다."

16. 임요환

"임요환 선수는 철저한 노력형이다. 요환 형은 같은 팀일 때도 있었지만, 정상에 있을 때도 늘 나보다 2~3시간씩 더 연습하던 선수였다. 나는 그렇게 연습하는 걸 비효율적이라고 합리화하곤 했는데, 요환 형은 연습에 모든 걸 투자했다. <더 지니어스>에서 요환 형의 게임하는 센스가 좀 답답하다 이런 말들도 있었는데, 스타일이 그렇다. 나는 즉흥적인 게임을 좋아하지만, 요환 형은 준비 기간이 길수록 게임을 잘하는 스타일이다. 준비 기간이 짧을수록 평범해진다. (웃음) <더 지니어스>는 즉흥적으로 판단해 게임을 해야 했는데 그러다보니 평범한 바보가 됐다."

16. 딕션

"딕션은 아직 못 고쳤고, 그래도 예전보단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예전에는 게임을 하다보니까 말을 안했다. 완전 고칠 생각은 없다. 단점이자 매력으로 가져갈 생각이고 완전 고쳐진다면 어색할 것 같아서다. 제 발음은 방송으로 듣는 것보다 현장에서 눈을 보고 현장에서 보고 듣는게 잘 들린다. 많은 분들이랑 얘기를 하면 놀란다."

17. 일베

"안한다. 게임만 하다보니까 제대로 된 (단어) 의미를 몰랐다. 민주화가 '그 지역을 점령한다'는 걸로만 알았다. 게임방에서 "민주화 시켰다"하니까 논란이 됐다. 특정 단어를 쓰면 안되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내가 아니라고 해도 많은 사람이 공격하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정리도 하고 마침표 찍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내년 이쯤에 일베에 대해서 묻고 싶다고 하는 질문 꼭 나오더라. 내가 어릴적부터 쓰던 단어가 일베라고 해서 못 쓰는 단어가 많다. 찾아보고 단어 쓰는게 어렵다."

18. 게임의 법칙

"결국 게임이라는 건 많이 해야된다. 두번째, 그냥 많이 하는게 아니라 생각하면서 해야한다. 아마추어는 게임 지면 '아 짜증나'하고 다음 게임한다. 프로는 딱 져도 '아 짜증나'하고 왜 졌는지 생각한다. '아 그 사람한테 이렇게 해봐야지’하면서 지는 상황에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낸다."

19. 저그의 향기

"저그는 일단 센스가 있어야 한다. (웃음) 손이 빨라야 하고 나이가 있으면 힘들다. 많이 하는게 제일 좋긴 한데, 저그는 뭐… 테란하는 게 좋다."

20. 헬조선

"노력한다고 모두가 잘될 순 당연히 없다. 그런데 잘된 사람들은 결국 노력을 한 사람이다. 노력을 빼놓을 수는 없다. 노력은 자신이 아는 느낌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거다. 잘하고 싶으니까. 2등을 오래 해오며, 매번 우승을 하면 떨어질 날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기대치가 있다, 이런 주문을 걸곤 했다. 패배를 감내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21. 한겨레21

"한겨레라는 매체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었고, 부정이든 긍정이든 이미지 자체가 없었다. 인터뷰에 오면서 어떤 매체, 이미지인가를 알아야겠다 싶어 <한겨레21>을 검색해봤다. (일동 웃음) 너무 솔직한가."

22. 희망

"많은 사람이 하는 생각이겠지만, 결국 버티면서 기다리는 것 같다. 영화 <마션>에도 나오지만 결국 살아남는 이유는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아 비행선을 탔기 때문이 아닌가. 실패에 대해 본인을 학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번 실패했다고 망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경쟁인 사회, 일찍부터 좌절이 일상화된 사회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기다려야 때가 온다. 여유를 가지면 누구나 전성기는 오는 게 아니겠는가. 중요한 건 엔딩이 아니라 인생 시나리오 자체를 어떻게 만드느냐 아니겠는가. 소소한 것에 행복한 마음을 갖자고 말하고 싶다."

글 김완 기자

기획·편집 김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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