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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더라니, 커터였어..뭔지도 모르고 당하는 타자들

조회수 2021. 4. 9.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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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달의 안 풀린 날

지난 겨울이다. 뜻밖의 매물이 나왔다. 외야수 데이비드 달이다. 로키스가 논텐더로 풀었다. 2020시즌의 부진 탓이다. 잔부상이 많았다. 100타수도 못 채웠다. 타율 0.183에, 홈런은 '제로'다. 결정적으로 연봉조정 자격도 생긴다. 구단의 예산 걱정도 한몫했다.

아무리 그래도 1년전 올스타 멤버다. 2019시즌에 쏠쏠했다. 타율 0.302에, 홈런도 15개를 쳤다. 나이도 한창이다. 1994년생, 27세다. 당연히 데려갈 팀이 여럿이다. 경쟁 끝에 텍사스행이 결정됐다. 1년 300만 달러의 조건이다.

영입 이유가 있다. 존 대니얼스 사장이 끔찍이 아끼는 조이 갈로 때문이다. 그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기려는 의도다. 그러니까 3번 갈로 앞에서, 2번 타순을 메워달라는 요구였다.

개막 초반 괜찮았다. 5게임 타율이 0.333이었다. 조이 갈로도 좋아졌다. 0.313에 홈런도 1개 넘겼다. 둘 간의 시너지가 발휘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제(한국시간 8일) 블루제이스전 때다. 데이비드 달이 탈탈 털렸다. 삼진을 3개나 당했다(4타수 무안타). 게임은 이겼지만 뭔가 찜찜하다. 특히나 원정팀 선발에게 힘 한번 못 써봤다. 그나마 괜찮던 밸런스마저 깨지지않나 걱정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공 7개로 아웃 카운트 3개 헌납

데이비드 달은 풀이 죽었다. "어휴, 그 슬라이더, 꽤나 까다롭던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왜 아니겠나. 세번 모두 같은 공이다. 존으로 오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마술에 홀렸다.

하지만 천만에. 투덜거린 그 공은 슬라이더가 아니다. 활동명 커터(cutter), 본명은 컷 패스트볼(cut fastball)이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구종이다. 더 짧고, 더 빠르게 꺾인다.

이쯤에서 가해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좌타자에게 커터가 좋았던 것 같아요. 그걸로 카운트도 잡고, 승부구로도 쓰고 했어요." (류현진 - 경기후 인터뷰)

첫 타석은 공 3개로 끝냈다. 커브(72마일)와 포심(91마일)으로 흔들어놓고, 결정구는 바깥쪽에 흘렸다. 84마일짜리 커터였다. 헛스윙, KO다.

다음 타석(3회)도 같은 패턴이다. 89마일짜리 하나를 보여주고, 내리 커터 2개다. 84, 85마일짜리에 스윙 두 번하고 끝났다.

그나마 세번째는 손맛이라도 봤다. 초구 커터(85마일)를 건드려 2루수 직선타로 아웃됐다.

그러니까 3번 타석에 공 7개가 전부다. 그걸로 아웃 카운트 3개를 헌납한 셈이다. 땡큐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세번째 삼진은 다음 투수 팀 마이자에게 당했다.)

마이크 트라웃도 똑같은 착각

2년 전이다. 2019년 6월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리그 최고 타자를 상대할 때다.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이다. 세 번 타석에서 무안타. 삼진만 2개를 당했다. 끝나고 입을 삐쭉거린다.

“정말 까다로운 공이었어요. 세 타석 봤는데, 세 가지 모두 다른 슬라이더를 던지더라구요. Ryu가 올해 잘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물론 이것도 오해다. 그날 슬라이더는 하나도 안 던졌다. 모두 커터였다. 속도와 코스, 느낌이 조금씩 달랐을 뿐이다. 아니.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 정확히 뭔지도 잘 몰랐다. 그래서 당했다는 느낌일 거다.

로버트 반 스코요크라는 인물이 있다. 2018년부터 다저스에서 일한다. 타격 코치 중 한 명이다. 그 전에는 애리조나 D백스에 있었다. 타격 전략 담당이라는 직책이었다.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D백스)는 Ryu의 커터가 두려웠다. 흘러나가서 범타를 유도하는 공이 아니었다. 백도어로 던지기 때문에 예측이 어려웠다. 그렇게 어려운 곳으로 정확하게 공격하면 사실상 대응은 불가능했다.”

출처: 게티이미지

약한 타구…점점 마법사를 닮아가다

어제 경기후 그의 인터뷰다. 자주 등장하는 어휘가 있다. '약한 타구'다.

"체인지업과 좌타자 상대 커터가 좋았다. 그 두 가지가 타구를 약하게 만들었다."

"약한 타구가 안타가 됐다. 그 전에는 약한 타구가 땅볼이 됐는데 2회에는 안타가 됐다."

"전체적으로는 괜찮았다. 약한 타구를 많이 잡으면서 7회까지 던질 수 있었다."

출처: MLB 화상인터뷰 캡처

데이비드 달은 운이 없는 날이었다. 그래서 삼진을 여러개 당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닐 지 모른다. 어쩌면 2루수 직선 타구가 더 반가울 수 있다. 왜? 공 1개로 끝냈기 때문이다.

그렉 매덕스는 전설적 투수다. 마법사 또는 마교수라고도 불린다. 타자들은 종종 그런 표현을 쓴다. “매덕스를 상대하면 바보가 된 느낌이다.” 왜? 당하고 나서도 뭔지 모를 때가 많아서다. 다 비슷한 데 막상 스윙하면 뭔가 다르다. 딱히 대단치는 않은데, 이상하게 안 맞는다.

절정 고수의 풍모다. 그의 목표는 삼진이 아니다. 아웃 1개를 위해 3개나 던지는 건 그의 방식이 아니다. 빨리 쳐주는 게 고맙다. 그래서 약한 타구를 만드는 게 목표다. 그걸 위해 만만한 공을, 비슷한 곳에, 헷갈리는 궤적으로 뿌려댄다. 또 다른 방식의 위협적인 유형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토론토 에이스의 달라진 볼배합을 주목해야한다. 어제 직구(포심)는 19개 밖에 없었다. 체인지업(30개)과 커터(28)가 훨씬 많았다. 약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공들이다. 개막전(양키스) 때도 비슷했다.

그가 점점 마법사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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