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말더듬던 MVP의 토론토행..MLB 특별한 순간들

조회수 2021. 1. 22. 08: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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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는 꼬마와 MVP의 만남

클럽하우스 근처 어딘 것 같다. 쭈뼛거리던 아이가 누군가와 마주쳤다. 

"와, 세상에…. 엄청…크네요."

"ㅎㅎㅎㅎ"

"저~, 예전부터…아저씨 만나면…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로 꼬마가 말했다. "그래? 뭐지?" 덩치가 의자를 놓고 마주 앉는다.

"아저씨는…어떻게…말 더듬는 걸…고쳤어요?"

"아냐. 솔직히 아직 못 고쳤어. 여전히 조금씩 더듬어."

7살 꼬마와 스타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나도 학교에서 놀림 많이 당했어. 그게 창피해서 아무하고도 안 친했지. 늘 혼자였어. 집에 전화가 와도 안받았어. 그런데 아버지와 가족들 덕에 이겨낼 수 있었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면 돼. 사람들 신경 쓸 필요없어. 네가 즐겁게 사는 게 중요해."

출처: 제시 고메즈 SNS 캡처

아마 4, 5년전 영상인 것 같다. 게시자는 mlb.com의 제시 고메즈다. '내가 좋아하는 스프링어의 스토리'라는 제목이다. 며칠 전 토론토행(6년 1억5000만 달러)이 확정된 외야수다. 조지 스프링어(32)의 이야기다.

동영상 속 꼬마는 이후 한결 좋아졌다. 제시 고메스는 "이제는 수업시간에 말더듬에 대한 발표를 할 정도"라고 밝혔다.

스프링어의 말더듬은 20대 초반까지 계속됐다. 프로 입단 후에도 늘 의기소침했다. 소심하고, 소극적이어서 적응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를 이겨냈고, 2017년 월드시리즈 MVP까지 수상했다. 그는 현재 SAY(Stuttering Association for the Young)라는 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말더듬는 아이들을 위한 곳이다.

출처: 제시 고메즈 SNS 캡처

양키스와 1일짜리 계약을 맺은 10살 소년

5년 전이다. 시즌 준비가 한창인 3월이었다. 양키스가 새로운 영입을 발표했다. 랜디스 심스란 이름이다. 트레이드? FA? 듣도 보도 못한 선수다. 나이에 더욱 놀란다. 겨우 10살이다. 리틀리그 출신이란다. 

그제야 기억 하나가 피어난다. 2년 전이다. 데릭 지터를 보는 게 소원이라는 소년이 있었다. 양키스는 초대장을 보냈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남이 이뤄졌다. 그리고 2년 뒤. 심스는 진짜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25번 백넘버도 달았다. 딱 하루짜리 계약이었다.

계약서 사인은 CC 사바시아가 대신했다. 양손이 없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무릎 아래도 없이 태어났다. 그런데도 야구 선수다. 특수 장치로 배트를 쥔다. 휘두를 수도 있다. 의족을 신고 달리기도 한다. 타격 훈련은 알렉스 로드리게스, 마크 테세이라와 같은 조였다.

mlb.com은 '꽤 견고한 스윙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데릭 지터와는 캐치볼을 나눴다.

계약에 대한 양키스의 브리핑이다. "심스는 오늘 우리와 같은 클럽하우스를 쓰고, 훈련도 함께 했다. 그에게 잊혀지지 않는 날이기를 바란다. 같은 유니폼의 우리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출처: 양키스 SNS 캡처
출처: 게티이미지

AL 디비전 시리즈의 특별한 시구

아메리칸 리그 디비전 시리즈 1차전 날이다. 텍사스 알링턴 구장이 가득 찼다. 식전 행사에 4만 관중이 모두 일어선다. 레인저스 사장 놀란 라이언이 VIP를 마운드로 안내한다.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소년 일행이다. 

시구자는 힘껏 공을 뿌렸다. 포수 글러브에 정확히 꽂혔다. 4만개의 갈채가 일제히 쏟아진다.

공을 받은 32번이 소년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춘다. 뭔가를 얘기하자 6살짜리가 그를 안아준다. 옆에 있던 어머니도 등을 두드려준다. 함성과 박수가 글로브 라이프 필드를 메웠다. 눈물을 글썽이는 팬들도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

그로부터 몇 달 전이다. 꼬마 쿠퍼와 아버지가 야구장을 찾았다. 새로 산 글러브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입었다. 바로 레인저스의 좌익수 조시 해밀턴이다.

부자의 자리는 스타의 뒷쪽이었다. 그의 모습이 보이자 아빠가 소리쳤다. "이봐요, 우리 아들이 팬이예요. 공 좀 던져줘요." 그러자 진짜로 볼 하나가 날아왔다. 그걸 잡으려던 아빠가 휘청했다. 중심을 잃고, 난간 아래로 추락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너무나 불행한 사고였다.

레인저스와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당사자인 해밀턴도 죄책감에 시달렸다. 한동안 게임에 나서지 못했다. 팀원들을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달았다.

그러나 희생자 가족들은 탓하지 않았다. 아내 섀넌 스톤이 용서했다. "(해밀턴이) 야구팬들에게 계속 공을 던져줬으면 좋겠다. 떠난 남편(소방관이었다)과 아들 쿠퍼는 변함없이 당신들을 응원할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단체 삭발

인디언스가 내야수 한 명의 병가를 발표했다(2015년 여름). 마이크 아빌레스(당시 34세)가 열흘간 결장한다는 내용이다. 이유는 가족의 병간호였다. 네살 된 딸(아드리아나)이 백혈병 진단을 받은 탓이다. 

항암 치료가 필요했다. 후유증으로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딸을 위해 자기 머리도 밀었다. 그 모습을 본 동료들이 하나 둘 동참하기 시작했다. "나도 딸 가진 아빠다." 투수 코치, 감독, 구단 스태프들, 급기야 구단주까지 삭발식을 가졌다.

구단은 당분간 그의 트레이드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아리아나가 편안한 환경에서 치료받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팀 아리아나'도 결성됐다. 모든 백혈병 어린이들의 쾌유를 기원하는 모임이다.

아드리아나는 몇 달 뒤 골수 기증자를 만났다. 이식 수술 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

아빌레스가 구단주 레이리 돌란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인디언스 SNS
인디언스 선수들과 구단 스태프들이 '팀 아드리아나' 티셔츠를 입고 기념촬영했다. 인디언스 SNS
출처: 게티이미지

인디언스 감독은 테리 프랑코나였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린 야구를 통해 승리를 남기고 싶다. 안타를 치기 위해, 실책을 없애기 위해 많은 땀을 흘린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게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우린 더 값진 것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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