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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기가 뭐냐구요? 초구 스트라이크죠

조회수 2021. 5. 14. 04: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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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타자 중 21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

"쾅~" 엄청난 파열음이다. 동시에 캐스터의 데시벨도 폭발한다.

"쳤습니다. 계속 가네요. 예, 충분하군요."

타구는 112마일(180㎞)의 속도로 463피트(141m)를 날았다. 도착 지점은 담장 너머다. 트루이스트 파크가 터질 것 같다. 마스크도 없는 2만 개의 함성이 가득하다.

투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팽팽한 0-0이 깨졌다. 5회 말이었다.

그리고 다음 타자다. 89마일짜리 포심이 한 가운데로 온다. 이번엔 땅볼이다. 3루수가 아웃 1개를 잡아낸다. 그 다음, 또 그 다음도 마찬가지다. 홈런 맞은 뒤에도 개의치 않는다. 첫번째 공은 매번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그렇게 5회를 넘겼다.

어디 5회 뿐이겠나. 1회부터 7회까지가 똑같다. 타자 27명을 만났다. 그 중 21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무려 77.8%의 비율이다.

누군가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오늘 주무기가 뭐였죠?" 기자의 뻔한 질문이다. 대답도 심드렁하다. "주무기요? 초구 스트라이크죠." 4개의 사이영상, 8번의 올스타, 명예의 전당 헌액. 그리고 브레이브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투수다. 바로 매드독, 교수님으로 불렸던 그렉 매덕스다.

출처: 게티이미지

완봉승 때 등장한 비유 '매덕스의 왼손 버전'

마교수와 비교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감히'라는 부사다. 동시대의 투수에게도 마찬가지다. 애틀랜타에서 원투 펀치를 이루던 톰 글래빈이다. 그도 명예의 전당 멤버다. 통산 305승을 올렸다. 그런데도 그에게 붙은 수식어는 '거울에 비친 매덕스'였다. 매드독의 왼손 버전 정도라는 의미다.

2년 전 이맘 때다. 또 하나의 거울이 등장한다. 5월 7일 셧아웃(완봉승)이 기록됐다. 9회까지 투구수는 겨우 93개였다. 흔히 말하는 '매덕스 게임'이다.

다음 날이다. ESPN이 포수에게 물었다. "어제 대단한 게임이었죠. 그런 투수를 본 적 있어요?"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의 입맛에 딱 떨어졌다. "그럼요. 알잖아요. 매드독이라고." 공교롭게도 상대가 브레이브스였다. 마 교수의 팀 말이다. 라임까지 완벽하다. 그러고 보니 그는 마교수의 파트너였다. 다저스 시절(2006, 2008시즌) 공을 받아줬던 러셀 마틴이다.

기사는 이런 제목으로 출고된다. '새로운 매덕스의 유형이 보인다. 건강한 류현진이 거의 그렇다.'

에이, 설마.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간 것 아냐? 반신반의. 갸우뚱거림의 순간이다. 강력한 스피커가 등장한다. 다저스 해설자, 전설적 투수, 마교수와 동시대의 인물. 오렐 허샤이저의 등판이다.

"그 기사 봤어요. 둘을 비교하는.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죠. 그런데 분명히 비슷한 부분은 있어요. 볼넷을 주지 않으려는 것, 커맨드를 중시하는 게 그렇죠. 어쩌면 Ryu가 우리 시대의 매덕스 일지도 모르죠." (허샤이저, 스포츠넷 LA 중계방송 중에서)

출처: 게티이미지

기자의 걱정에 빵터진 매드독

1990년대는 브레이브스의 황금기다. 그렉 매덕스-톰 글래빈-존 스몰츠의 트로이카가 리그를 평정했다. 명문팀에는 손님도 많다. 스프링캠프는 늘 기자들로 북적인다. 특히나 불펜은 더 그렇다. 모두가 와서 기웃거린다.

'와우.'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진다. 대포알이 연달아 터진다. '붕~붕~, 팡, 팡.' 공이 내는 비행 소리는 공포를 자아낸다. 미트에 꽂히는 파열음에 깜짝깜짝 놀란다. 커브는 갑자기 사라지는 느낌이다. 20대 초반의 스티브 에이버리가 모두의 시선을 끌어모은다.

그런데 바로 옆 투수가 이상하다. 몸집도 작고, 폼도 시큰둥하다. 당연히 볼도 맥이 빠진다. 저게 도대체 무슨 공이야. 패스트볼? 체인지업? 슬라이더? 다 거기서 거기 같다. 던지기 싫은 건가?

지켜보던 기자가 조심스레 묻는다. '워싱턴 포스트'의 토마스 보스웰이라는 칼럼니스트다. "저기, 몸은 괜찮은 거지요?"

그 얘기에 빵 터진다. 기자는 그 웃음을 쇳소리로 표현했다. 특유의 키득거림인가 보다. "왜요? 전력 투구하고 있는데."

출처: 게티이미지

마교수 팀에게 악몽이 된 류덕스

류덕스는 어제(13일) 별로였다. 1회 첫번째 공을 87마일로 시작했다. 최고라야 91마일이다. 그것도 '9'자를 찍은 게 몇 개 안된다. 그나마도 반올림 덕이다. 대부분 87~89에서 오락가락했다. 시즌 평균에도 못미치는 속도였다.

하지만 본인 얘기는 다르다. "지난 경기 때보다 직구에 힘이 실린 것 같다. 전에는 중심이 앞으로 치우치는 경향이었는데, 오늘 게임을 준비하면서 그 부분을 많이 신경 썼다. 투수 코치의 조언도 있었다."

상대도 비슷하게 느낀다.

"Ryu는 구속 변화를 정말 잘 준다. 무브먼트도 좋다. 대단한 투수다." (브라이언 스니커 ATL 감독)

"그는 속도 조절을 자유자재로 한다. 밸런스도 좋다. 다양한 구종을 언제든지 스크라이크로 집어 넣는다. 오랫동안 좋은 공배합을 보여준다." (맥스 프리드 ATL 선발투수)

"그가 아메리칸 리그로 떠난 게 다행이다. 마주한 순간마다 악몽이었다." (애틀랜타 저널)

출처: 게티이미지

또다른 방식의 압도적 유형

다시 1990년대로 돌아가자. 브레이브스의 스프링캠프다. "몸은 괜찮냐"는 걱정에 한참을 낄낄거리던 마교수의 강의다.

"내 투구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죠. 모든 공이 마치 한줄기 우유(a column of milk) 처럼 홈 플레이트로 향하도록 하는 거예요.” 뿌옇게 속이 안 보이는, 일정한 리듬으로 컵에 부어지는. 그렇게 같은 릴리스 포인트와 궤적을 갖도록 한다는 의미다.

최대한 비슷한 게 중요하다. 몇 마일 쯤이야 대수롭지 않다. 그걸 위해 스피드도 포기한다. "변화? 회전? 그런 건 타자들이 금새 알아차리죠. 최고의 기술은 속도에 변화를 주는 거예요. 그건 인간의 능력으로 구분할 수 없는 거죠." (그렉 매덕스)

별로 압도적이지 않다. 그런데 계속 안 풀린다. 스트라이크는 정신없이 공격한다. 어느 틈에 7회가 됐다. 스코어보드 숫자는 만만치않다. 속도 변화, 정밀함, 다양함, 그리고 공격성이 합쳐진다. 그건 또다른 방식의 압도적인 유형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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