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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가 될 뻔했던 분노의 얼음던지기

조회수 2021. 5. 8. 06: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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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째, 7구째가 정확히 같은 지점에

사실 2구째부터다. 타자는 그 때부터 헷갈렸다.

81마일짜리가 구석에 꽂혔다. 가장 멀고 낮은 쪽이다. 구심은 명확했다. "스트라이크." 타자가 쳐다본다. 들어온 게 맞냐는 표정이다. 웃는 얼굴이지만, 내심은 다르다.

그리고 접전이다. 파울 2개를 걷어내며 풀카운트다. 7구째. 투수가 신중하다. 포수 사인에 거듭 고개를 젓는다. 결국 승부구는 결정됐다. 91마일짜리 패스트볼이다. 바깥쪽을 대각선으로 찔렀다. 세번째 스트라이크다.

(볼넷이라고) 1루로 가려던 타자는 머쓱하다. 돌아서서 양손을 번쩍 든다. 아메리칸 스타일 불만 표시다. 그럼 뭐하나. 심판은 꿈쩍도 않는다. 중계화면이 시비를 가려준다. 친절하게 그래픽까지 동원됐다. 투구추적 시스템이 인증한다. 완벽한 공이었다.

아래 그림을 보시라. 7번 공이 결정구다. 그런데 2구째는 보이지 않는다. 바로 7번 뒤에 숨은 탓이다. 그러니까 두 개가 거의 정확하게 겹쳤다. 구심의 존은 흔들림 없었다. 타자만 계속 볼이라고 생각한 거다.

"똑똑한데, 완전 범죄야"

피해자는 씩씩거린다. 덕아웃에 가서도 핏대가 오른다. 뭐라도 마셔야 속이 풀리겠다. 뒤적뒤적. 음료수 통에 잡히는 게 있다. 얼음이다. 에라잇. 냅다 그라운드로 집어던진다.

중계방송 PD가 감이 좋다. 그 장면을 화면에 담는다. 두번째 투척은 카메라 앵글까지 맞췄다. 타석 방향에서 잡아준다. 얼음의 방향, 용의자의 의도가 생생하다. 다행히 심판의 눈은 피했다. 걸렸다면 조치가 있었을텐데.

이 영상은 SNS에서 하루종일 화제였다. 트위터, 레딧의 댓글창이 와글거렸다.

'똑똑한데. 얼음은 녹아버리니 증거가 안 남지. 완전 범죄야.'

'메이저리거 던지는 폼이 왜 저래?'

'이봐, 다음부터는 땅콩으로 해봐.'

점잖은 보치 감독도 못 참고 퇴장

사실 심판들은 안 반갑다. 이런 투수 걸리면 피곤하기 마련이다. 걸핏하면 시비 붙고, 화를 폭발시킨다. 불과 3주 전에도 비슷했다. 양키스전이다.

클린트 프레이저가 F워드를 거푸 쏟아낸다. 그것도 경기장이 떠나갈듯한 볼륨이다. 삼진 콜에 빈정이 상한 탓이다. DJ 르메이유도 눈을 부릅뜬다. 감독(애런 분)까지 달려나왔다. 혹시라도 일이 커질까봐 타자를 달랜다. 그만큼 민감한 구석구석을 찔러댔다.

화를 돋우는 능력은 타고났다. 특히나 조심해야 할 때가 있다. 능력치가 상승 곡선일 때다. 절정의 시즌을 보내던 2019년이 그랬다. 그것도 시즌 초반에 유독 심했다. 자주 타자들이 정색하고, 심판들은 곤란했다.

그 해 5월 1일. 점잖은 브루스 보치(샌프란시스코 감독)가 첫 희생양이다. 끔찍이 아끼는 버스터 포지의 타석이다. 낮은 공에 구심이 손을 올린다. 덕아웃에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뻔하다. 팀 티몬스 심판은 가차없다. 힐끗 보더니,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른다. '퇴장.'

피해자는 곧바로 달려나온다. "내가 뭘. 그 정도도 못하나?" 비말 공격이 통할 리 없다. 몇 마디 언쟁이 끝이다. 씩씩거리며 그라운드에서 쫓겨났다.

불과 며칠 뒤다. 5월 19일 경기였다. 이번에도 상대는 간판 타자다. 조이 보토가 삼진을 못참고 심판에게 대들었다. 다행히 1회였다. 퇴장시키기는 너무 이르다. 데이비드 벨 감독이 신속히 조치했다. 덕분에 그 정도에서 마무리됐다.

"저런 투수 만나면 어쩔 수 없어요"

해설자들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절레절레. 가끔은 중계진도 고개를 흔든다. D백스 경기 때다. 폭스스포츠 애리조나(FSAZ)의 해설자가 탄식을 한다. BK 때 감독이던 밥 브렌리다.

"심판이 또 저 공에 손을 들어주는군요. 감독 여럿이 저런 판정에 항의했다가 퇴장당하곤 했죠. 이게 말이예요. Ryu가 스트라이크를 넣을 때는 어떤 도움도 필요없는 선수거든요. 저렇게 해주기 시작하면 정말 못 말리죠."

올해 블루제이스 중계는 벅 마르티네스가 맡는다. 그는 명쾌하게 답을 내린다. 그라운드 시비 때면 이런 말로 정리한다.

"그게 말이죠. 저렇게 능수능란한 투수를 만나면 어쩔 수 없어요. 누구나 화가 나기 마련이죠. 그게 혹시 판정에 영향을 끼칠까 기대하지만 대부분은 별로 그렇지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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