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최고 레벨 육상부를 잡아낸 KK의 트릭

조회수 2021. 5. 1.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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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 고비를 넘긴 중요한 픽오프

어제(30일) 경기 4회 초다. 0-1로 뒤지고 있다. 시작부터 찜찜하다. 선두타자(스콧 킹거리)에게 안타를 맞았다. 빗맞은 게 우익수 앞에 떨어졌다. 뭔가 불길하다. 무사 1루.

다음은 7번 로만 퀸이다. 카운트 1-2에서 4구째. 슬라이더(84마일)가 안쪽으로 제대로 꺾였다. 배트가 안나올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스윙의 결과는 3루 땅볼이다.

골든글러브 3루수가 기다리고 있다. 놀란 아레나도의 수비는 한 치의 오차도 없다. 깔끔한 캐치, 간결한 송구로 2루에 쏜다. 2루수 토미 에드먼도 마찬가지다. 날렵한 푸트워크로 포스 아웃, 그리고 1루에 연결시켰다. 누가 봐도 더블 플레이다.

그런데 웬걸. 타자는 여유있게 세이프다. 어떻게 우타자가 저런 스피드를? 카디널스 중계팀이 깜짝 놀란다. "와~우. 완전히 날아가는군요." 병살타로 주자가 사라져야했다. 그러나 1사 1루로 남게 됐다. 왠지 느낌이 안좋다.

중계팀도 마찬가지다. "타자가 1루에 살았네요. 2회에 도루를 성공시켰던 주자예요." 걱정스러운 목소리다.

잔뜩 긴장한 배터리다. 초구, 사인교환이 끝났다. 세트 모션→투구, 동작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공이 갑자기 1루로 간다. 픽오프(pick off)다. 스타트했던 주자는 깜짝 놀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죽기살기로 달렸다. 하지만 결과는 뻔하다. 제 아무리 빨라도 별 수 있나. 아웃 카운트에 불 하나가 늘었다.

2회 도루 허용, 4회는 픽오프로 복수

기분좋은 순간이다. 뿐만 아니다. 중요한 대목이다. 자칫하면 계속 끌려갈 상황이다. 그게 한번에 달라졌다. 뭔가 흐름이 바뀌는 것 같다. 어쩌면 중요한 분기점일 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이상하다. 어떻게 저렇게 간단할까. 견제구 하나로 상황이 정리됐다. 빠르거나, 날카로운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하고, 느릿한 동작이다. 그런데 저렇게 쉽게 걸리다니. 이건 뭔가가 있는 거다. 한번 깊게 들어가보자.

2회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사 후 안타를 맞았다. 바로 그 로만 퀸이다. 그 때부터 투수가 날카로워진다. 주자에 신경쓰느라 진행이 느려진다. 초구를 앞두고 슬쩍 발을 푼다. 견제구 던질듯. 공은 안 가고, 모션만 취한다. 그리고 괜히 뒤로 한번 빠졌다가 들어온다.

한번이 아니다. 4구째를 앞두고 또 그런다. 1루로 쏠듯, 겁만 준다. 정작 견제구는 없다. 그리고 다음 투구에 주자가 뛴다. 포수가 2루에 뿌렸지만 어림도 없다. 너끈한 타이밍으로 세이프다.

KK의 설계 - 두가지 견제 동작

여기서 주목할 게 있다. KK의 견제 동작이다. 2회 도루 허용 때와, 4회 픽오프로 잡아낼 때가 전혀 딴판이다.

위 사진을 보시라. 2회 초 상황이다. 두 번 모두 같은 패턴이다. 일단 투수판에서 왼발을 뺀다. 그리고는 1루에 던지는 모션을 취한다. 좌완 투수들이 흔히 쓰는 동작이다. 봉열사가 이치로를 참교육할 때의 방식이다.

반면 주자에게는 힌트가 된다. 그게 아니면, 즉 왼발을 빼는 동작이 아니면, 견제구는 없다는 인식이다. 주로 견제가 서투르거나, 자신없는 좌투수들이 그렇다.

그러니까 이런 판별법이다. '투수의 다리만 보면 된다. 왼발은 조심하고, 오른발은 안전하다는 신호다. 오른발을 들면 거의 홈에 던진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주자에게는 스타트 신호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야디(몰리나)도 없는 날 아닌가.

덕분에 빠른 출발이 가능했다. 2루에서 충분히 살 수 있는 조건이다. 2회 도루가 성공했던 요인이다.

하지만 하나를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KK를 너무 대충 봤다는 얘기다. 그가 누군가. 거기서야 2년차 풋내기지만, KBO리그를 씹어먹던 투수다. 정상에서 보낸 시간이 10년을 훌쩍 넘긴다. 대충 볼 상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설계 → 함정 → 공사 완료

다시 4회로 가보자. 1루 주자는 투수의 발만 보고 있다. 초구에 오른발이 번쩍 들린다. 퍼뜩 이런 생각이 스친다. '이건 무조건 홈에 던지는 거다.' 마음놓고 출발했다. 2루로 가는 발걸음도 가볍다.

그런데 웬걸. 아니었다. 그건 KK가 판 함정이었다. 그에게 또 한가지 견제 동작이 있었다. 투구처럼 오른발을 천천히 들었다가, 이내 1루로 쏘는 자세다. 그걸로 주자를 감쪽같이 속였다. (아래 사진)

말하자면 2회는 설계 단계였다. 친절하게 자신의 견제 동작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4회 픽오프로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건 몰랐지?' 하는 셈이다.

그가 잡아낸 로만 퀸은 절대 만만치 않은 주자다. 타격은 신통치 않지만 달리기로는 ML 최고 레벨이다. 타석에서 1루까지 도달 속도는 3.94초로 전체 1위다. 스프린트 스피드(초당 30.5피트)를 따져도 2위에 랭크된다. 4회 병살타성으로도 1루에서 살아나 중계진의 탄성을 자아낸 이유다.

2019~2020년 두 시즌 동안 20번을 달려 모두 성공했다. 실패율은 제로였다. 올해는 아웃이 많아졌다. KK에게 당한 픽오프도 도루 실패로 기록됐다. 벌써 3개째다.

아웃되며 들어가는 와중에도 자꾸 마운드를 힐끗 거린다. 아마 이런 생각을 했을 지 모른다. '이상하다. 분명히 홈에 던지는 폼이었는데.'

출처: 자료 출처 = 베이스볼 서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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