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좀 건드리지마..퇴장은 나의 운명

조회수 2021. 3. 2.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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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의 뒷모습…최다 퇴장 불명예

바비 콕스는 명장이다. 1990년대 브레이브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나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그렉 매덕스, 존 스몰츠, 톰 글래빈이 버틴 마운드는 사상 최강이었다. 14년 연속 지구 1위(1991~2005)라는 기록을 세웠다. 아쉬움은 딱 하나다. 그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이 1회 뿐이라는 것이다.

감독으로 26년 시즌을 치렀다. 통산 2504승을 올렸다. 역대 4위 성적이다. (6번) 영구 결번, 명예의 전당 만장일치(2013년)는 당연했다.

그런 노감독의 대기록(?)이 또 하나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숫자다. 바로 퇴장 횟수다. 무려 162번이나 그라운드에서 쫓겨났다. 연간 5.6번 꼴이다. 2위 존 맥그로우를 41회나 앞섰다.

'열정'은 나이도 막을 수 없다. 최다 기록을 수립한 건 60세 시즌이다. 한 해 11번이나 조기 퇴근했다. 역시 ML 최고 기록이다. 66세 때도 10번, 69세 마지막 시즌(2010)에도 5번을 당했다.

출처: 게티이미지
출처: 베이스볼 레퍼런스

월드시리즈에서도 2번 조기 퇴근

횟수만 많은 게 아니다. 진정한 풍모는 따로 있다. 가을에도 굽히지 않는 저항 정신이다. 월드시리즈(WS)에서 2번, 디비전시리즈에서 1번, 합해서 3번의 포스트시즌 퇴장이 기록됐다.

첫번째는 1992년 WS 3차전 때다. 2-2 동점이던 9회 초 공격이었다. 무사 1루에서 삼진+도루실패로 병살을 당했다. 덕아웃에서 헬멧을 집어던지며, 불만을 터트렸다. 구심의 째려보기, 급기야 일갈이 들렸다. "당신 나가." 곧이은 9회말 블루제이스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다. 결국 4승 2패로 토론토의 시리즈가 됐다.

1996년에는 억울했다. (2승 3패) 막판에 몰린 6차전 때였다. 1-3으로 뒤지던 5회, 마키스 그리솜의 2루 도루가 실패로 끝났다. 콕스 감독이 따졌지만, 소용없다. 지금 같으면 비디오 판독으로 뒤집혔을 판정이다. 하지만 돌아온 건 심판의 검지였다. 하늘을 향해 찔렀다. 퇴장이다. 이번에도 패배한 시리즈가 됐다.

출처: FOX TV 중계화면

상의를 벗어 홈 플레이트를 덮다

횟수로는 콕스 감독을 따라갈 수 없다. 워낙 대단한 근속 연수 때문이다. 하지만 창의성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기발하고, 예술성 넘친 퍼포먼스들이 많다. 브래드 아스머스의 타이거스 시절(2016)이다.

5월 어느날 미네소타 전이었다. 1회 8득점으로 쉽게 가는듯했다. 그런데 야금야금 1점 차가 됐다. 분위기도 안좋은데 심판마저 야박했다. 삼진 판정에 화가 치솟는다. 박차고 뛰쳐나가 한판 붙었다.

결과야 뻔하다. 항의가 통할 리 있나. 구심의 미움만 샀다. 퇴장.

그러자 아스머스는 돌연 웃통을 벗는다. 그러더니 그걸로 홈 플레이트를 덮어버렸다. '있으나마나'라는 의미다. 보통은 발로 흙을 훽~ 끼얹는 정도다. 덮개는 그보다 한결 업그레이드 된 퍼포먼스다. 덕분에 가산점을 받았다. 1경기 출장정지의 추가 징계였다.

출처: 게티이미지

열혈남아 맥클렌던의 베이스 뽑기

로이드 맥클렌던의 뜨거움도 유명하다. 해적선을 몰 때다. 감독 첫 해인 2001년 얘기다. 1루에서 애매한 판정이 나왔다. 뱅뱅 타이밍인데, 아웃 콜이 나온 것이다.

타자도, 1루 코치도 심판에게 달려들었다. 그냥 놔두면 심각해진다. 이제부터는 감독의 몫이다. 일단 덕아웃을 뛰쳐나갔다. 대신 싸우러 출동한 것이다. 말싸움은 화끈하게 타올랐다. 1루심은 가차없다. 점잖게, 그러나 단호하게 '조치'를 내렸다.

순간 열혈남아가 폭발했다. 모자를 벗어던지고, 삿대질에 샤우팅을 시작한다. 신발로는 땅을 헤집더니 그걸로 성이 안찬다. 냅다 1루쪽으로 달려가더니, 베이스를 뽑아든다. 피츠버그 팬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쏟아낸다.

기세등등. 탈취한 1루를 허리에 차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온다. 덕아웃 한 켠에 내동댕이 친다. 구장 관리인은 어느 틈에 새 베이스를 빈곳에 갈아끼웠다.

출처: 게티이미지

맥클렌돈의 일화는 또 있다. 시애틀 시절이다. 1루심에게 퇴장당한 뒤, 분풀를 구심에게 한다. 구심이 상대해주지 않자, 이번에는 3루심에게 따진다. 결국 2루심까지 도장깨기를 시도한다. 1대4의 용맹함이다. 이번에도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최고의 명작 탄생 - 낮은 포복

그러나 아스머스나 맥클렌돈은 아이들 장난에 불과하다. 2007년, 역사에 남을 대작 한편이 완성된다. 스펙터클한 액션 드라마의 탄생이다. 마이너리그 더블A 레벨에서 등장한 인물이다. 필립 웰먼이라는 이름이다. 애틀랜타 산하 미시시피 브레이브스의 감독이다.

7월 초. 웰먼 감독이 분기탱천했다. 스트라이크 판정이 못마땅한 탓이다. 덕아웃을 뛰쳐나와 구심에게 달려간다. 몇 마디했다가 퇴장 판정을 받는다.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여기부터 대배우의 명연기가 원 테이크로 펼쳐진다.

그는 곧바로 홈 플레이트로 달려갔다. 그걸 흙으로 모두 덮는다. 거기에 훨씬 큰 오각형을 그렸다. 관객들의 열띤 호응이 터졌다. 필받은 주연 배우는 질주를 시작했다. 베이스 하나를 뽑아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길이 남을 명장면을 남긴다. 갑자기 낮은 포복 자세다. 기도비닉을 유지하며 마운드까지 침투한다. 로진 백은 최종 병기가 된다. 수류탄 투척, 구심 바로 앞에서 폭파된다. 2년 뒤 ESPN이 선정한 '역대 분노폭발 톱 10'에 뽑혔다.

에필로그 - 번외 눕기태

물론 영상이라면 KBO도 빠질 수 없다. 오스카상 수상국 아닌가. 2루에서 가지런히 누운 자태가 곱다. 눕기태를 탄생시킨 명장면이다. 창작자의 상상력을 일깨우는 한 컷이다. 수많은 패러디의 영감을 제공했다.

출처: SBS 뉴스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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