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공에 파리 앉겠어..100마일 비웃는 유유자적 무림 고수들

조회수 2021. 2. 22.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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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수 절반이 100마일 넘는 21세 영건

아직은 낯선 이름이다. 게릿 크로쳇. 화이트삭스의 21살짜리 좌완이다. 미시시피 출신으로 2020년 드래프트 1번(전체 11번)으로 지명된 루키다.

빅리그 데뷔는 9월에 이뤄졌다. 머문 기간도 일주일 남짓이 전부다. 5게임에서 6이닝을 던졌다. 8K에 실점은 없다. ERA 0.00.

신출내기를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2020시즌 깜짝 놀랄 랭킹의 주인공이다. mlb 30개팀 투수중 2위를 차지했다. 100마일(161㎞)을 넘긴 숫자다. 85개 중 45개가 세자릿수를 찍었다. 비율로 치면 52.9%다.

숫자로 가장 많은 건 다저스의 브루스다 그라테롤이다. 투구수 291개(22.1이닝) 중 47개(16.2%)를 넘겼다. 2개 차이지만, 투구수 대비로는 크로쳇이 월등하다.

출처: 게티이미지

105마일 기록한 또 한 명의 파이어볼러

작년 5월이었다. 동영상 하나가 화제였다. (당시) 19세였던 루크 리틀의 투구 모습이다. 키 203㎝, 몸무게 102㎏의 좌완이다. 처음에는 100, 101마일로 예열하더니, 결국 105마일까지 끌어올렸다. 환산하면 169㎞다.

이 영상은 유명한 피칭닌자의 SNS에 소개됐다. 이후 각종 매체가 보도했다. 크리스천 옐리치도 공유해 화제였다.

리틀은 텍사스 샌저신토 컬리지 2학년 때 프로가 됐다. 컵스의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드래프트 4번, 전체 117번째 순위였다.

하위 10%, 그러나 허허실실 무림 고수들

하지만 105마일이면 뭐하나. 루크 리틀은 아직 멀었다. 여전히 모 아니면 도다. 삼진만큼 볼넷도 많다. 컵스 산하 루키리그에서 영점을 잡는 중이다.

지난 해 100구 이상 던진 투수는 548명이다. 그 중 대부분(490명)은 포심 평균이 90.0마일(144.8㎞)을 넘겼다. 나머지 58명의 평균은 80마일대에 머무른다. 그렇다고 하위 10%를 무시하면 큰 일 난다. 그들 중에는 고수가 즐비하다. 허허실실, 유유자적함으로 무림을 비웃는다.

잭 그레인키(87.9마일), 댈러스 카이클(88.3), 매디슨 범가너(88.4), 애덤 웨인라이트(89.2), 존 레스터(89.4) 등이 그들이다. 속도 보다는 정확성, 힘 보다는 타이밍이 경쟁력이다.

그레인키는 '아리랑볼'도 서슴지 않았다. 50마일대 이퓨스로 타자를 농락한다. 그 밖에도 60마일대 커브, 70마일대 체인지업을 천연덕스럽게 던졌다. 2020년 가장 느린 공 삼진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9월 D백스 전에서 61.9마일(약 99.7㎞) 커브로 기록한 K다.

80마일로 25년을 버틴 제이미 모이어

평생 비웃음과 싸운 투수가 있다. 제이미 모이어다.

너클볼 투수를 제외하면 가장 느린 공을 던졌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81마일(130㎞)에 불과했다. 그런 공으로 25년간 버텼다. 그것도 대부분 선발로만 말이다.

놀랍게도 그의 주무기는 '패스트볼'이다. 포심을 기본으로 자르고(커너), 가라앉히며(싱커) 타자를 혼쭐(?)냈다. 게다가 70마일(112.7㎞)짜리 체인지업(28%)으로 타이밍을 흔들었다.

피홈런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통산 522개를 맞아 최다 기록을 떠안았다. 그러나 269승(209패), ERA 4.25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삼진도 무려 2442개를 잡아냈다. 무엇보다 대단한 사실이 있다. 만으로 50세까지 현역으로 뛰었다는 점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필요한 스피드를 낼 줄 아는' 류현진과 김광현

코리안 듀오도 이 그룹에 속한다. 김광현(89.9마일)이 493위, 류현진(89.8마일)이 498위다. 느리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무공이다.

KK의 경우가 독특하다. 빠르지 않지만 직구(포심)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절반 가까운 48.6%를 차지한다. 두번째 공도 슬라이더(31.2%)다. 선발치고는 단조로운 조합이다. 그런데도 잘 버텼다. ERA 1.62는 운으로만 돌릴 수 없는 수치다.

토론토 에이스는 이미 정평이 났다. 속도(velocity)에 구애받지 않는 존재로 인식된다. 관련한 적절한 평가도 있다. "결코 빠르지는 않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필.요.한. 스피드를 낼 줄 안다." (오렐 허샤이저)

출처: 베이스볼 서번트
2020 포심 평균 구속 하위 랭킹
출처: 베이스볼 서번트
2020시즌 포심 평균 구속 상위 랭킹

"이봐, 공에 파리 앉겠어." 예전에 느린 볼을 향해 날아들던 비아냥이다.

그러나 요즘 야구는 다르다. 결국 스타일과 가성비의 문제다. 무턱대고 윽박지르는 건 때로는 소모적이다. 강렬한 바람보다 따뜻한 햇살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법이다. 훨씬 점잖고, 세련되게 말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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