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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으로 배우는 미술사 ⑫ 인간의 몸으로 하늘을 날다 '이카로스'

조회수 2020. 3. 23. 10: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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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헤어전문매거진 그라피

한 장으로 배우는 미술사 ⑫
그림으로 본 그리스 신화 1 - 이카로스 ①

서양의 주류 화가들은 신화나 성서, 혹은 기념할 만한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하여 수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카로스는 인간의 몸으로 하늘을 나는 도전을 했다가 비극을 맞은 인물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카로스는 많은 화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먼저 그리스 신화에 있는 이카로스 이야기를 함께 볼까요.

반 다이크(Anthony van Dyck),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1620년경.
뛰어난 건축가이며 조각가, 발명가이기도 한 다이달로스는 크레타 섬을 방문하여 미노스 왕과 가까이 지내며 시녀와의 사이에서 이카로스를 낳았다. 크레타의 왕비 파시파에는 포세이돈이 보낸 황소와 간통하여 황소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미노스는 다이달로스에게 이 괴물이 영원히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라비린토스(미궁)를 만들게 하였다. 미노스는 나중에 다 이달로스가 파시파에의 간음을 방조한 사실을 알고 나서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를 미궁에 가두었다.

이카로스와 다이달로스가 미궁에 갇힌 데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한다.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둔 미노스는 해마다 7명의 소년 소녀를 제물로 바쳤는데,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이들의 틈 에 끼어 미궁 안으로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였다. 이때 테세우스를 연모한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가 다이달로스에게 테세우스가 미궁에서 무사히 빠져 나올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붉은 실타래를 주면서 탈출 방법을 일러주었기 때문에 미노스의 노여움을 샀다고도 한다. 다이달로스는 도망할 궁리를 했으나 엄중한 감시 때문에 바닷길로는 탈출할 수가 없었다. 미노스가 육지와 바다는 지배할 수 있지만 공중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다이달로스는 하늘을 날아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어린 아들 이카로스를 위해 날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미궁의 천장에서 떨어진 새의 깃털들을 모아 벌집에 있던 밀랍으로 붙이고 실로 잡아매어 마무리했다.

마침내 날개가 완성되자 그는 아들에게도 날개를 달아 주고 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탈출할 준비가 되자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얘야, 나는 네가 적당한 높이를 유지하기를 부탁한다. 왜냐하면 너무 낮게 날 면 습기가 날개를 무겁게 할 것이고, 너무 높게 날면 태양의 열이 날개를 녹일 것이니까, 내 곁으로만 따라오면 안전할 것이다.” 그는 이것이 마지막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아들에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날개를 치며 공중으로 날아올라갔다. 그는 아들에게 뒤를 따르도록 격려하고 아들이 날개를 조종하는 모습을 살폈다.

두 사람은 왼쪽에 사모스와 델로스 섬, 오른쪽에 레빈토스 섬이 위치한 바다를 통과했다. 그때 소년은 기쁨에 겨워 아버지의 곁을 떠나서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이 올라갔다. 그러자 불타는 태양이 날개를 고정시키고 있던 밀랍을 녹여버렸다. 이카로스는 팔을 흔 들었으나 이미 날개가 떨어져 나간 뒤였다. 아버지를 향하여 부르 짖었지만 그의 몸은 바다에 가라앉고 말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다이달로스는 아들을 찾으며 울부짖었다. 그는 자신의 기술이 부족했음을 한탄하면서 아들의 시체를 묻고 그 땅을 아들의 이름 을 따 이카리아 섬이라고 불렀다. 이때부터 이카로스가 빠져 죽은 바다를 이카리아 해라고 부른다.

사람에게 날개를 단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이어서인지, 다이달로스의 이름은 우주선이나 항공모함 등에 사용되기도 한다는 군요. 이카로스의 날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과 좌절을 상징하지요. 이러한 이카로스라는 인물 자체에 초점을 맞춘 그림을 보겠습니다. 반 다이크의 그림은 이성과 감성이라는 구도가 절묘하게 배치되었습니다. 다이달로스는 머리를 가리키고 있고 반대로 이카로스는 꿈꾸는 듯 묘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인생의 쓴맛을 본 과학자의 이성과 아직 현실을 깨닫지 못하는 몽상가의 감성이 표정과 행동으로 분명히 구별되어 그려져 있죠. 다이달로스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면서 절대로 내 말을 잊지 말라며 다그치는 듯하네요. 그런데 이카로스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고 눈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말 따위는 듣지도 않을 뿐 아니라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과 초점 없는 눈망울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군요.

사키(Andrea Sacchi),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1645년경.

사키의 그림에서는 다이달로스의 표정이 잘 드러 나진 않았지만 아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면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 라보며 걱정하는 것 같네요. 반면 이카로스는 위로 뻗은 팔과 굳 게 다문 입술, 형형한 눈빛으로 위쪽을 바라보면서 어떻게든 하늘로 높이 올라가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역시 아버지의 마음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아 보이죠.

레이튼의 그림은 전신상이라 콘트라포스토 자세를 볼 수 있네요.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 날개의 끈을 묶어주면서 걱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두 그림에 비해 아버지가 더 늙어 보이고 간절해 보이죠. 여기서도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충고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먼 곳만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카로스의 뒤에 둘러져 있는 검은 망토는 그의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는 걸까요. 혹은 죽음도 떼어낼 수 없는 아버지의 자식 사랑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림 뒷부분에는 투구를 쓴 아테나 여신이 등을 돌리고 서 있는데 오른팔을 높이 든 것이 이카로스와 데칼코마니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뒤돌아 있지만 팔은 높이 들었다는 건, 아마도 “이카로스 너의 도전은 무모한 짓이라 지지하진 않겠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봐라” 이런 메시지는 아니었을까요. 

레이튼(Frederic Lord Leighton),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1869년.

지혜만 대표(빗경 대표, 비아이티살롱 대표, 한성대학교 한디원 미용학과 겸임교수), 지혜림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국문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석사), 한양대학교 음악사(박사과정), 다수의 음악사 강의 및 칼럼 연재)

에디터 최은혜(beauty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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