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스토리를 담은 화장품을 찾는다

조회수 2020. 8. 19. 09: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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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어전문매거진 그라피
출처: 맞춤화장품 브랜드 레파토리 유서연 대표

‘초개인화’ 시대를 맞은 화장품업계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맞춤형 화장품’이 1순위인 듯하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이 일제히 맞춤형 화장품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고 화장품 회사치고 이 카드를 만지작거리지 않는 곳이 없다. 전 세계 최초로 맞춤형 화장품을 법제화한 우리나라에선 움직임이 좀 더 활발하다. 기존 브랜드는 물론 새로운 시장을 겨냥한 신규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레파토리도 그중 하나다. ‘70억 화장품 유목민이 정착할 뷰토피아’를 만들겠다는 당찬 출사표와 함께 2018년 12월 창업했다. 사력은 이제 1년 반 남짓이지만 레파토리는 벌써 46건에 이르는 특허를 출원했다. 다른 곳이 이리 재고 저리 재는 사이 일찌감치 상용 제품도 선보였다. 신시장의 새내기 브랜드로선 단연 눈에 띄는 행보다.


맞춤형 화장품 시장은 이제 막 태동 단계에 들어섰다. 화장품 산업의 미래란 사실에 이견은 없지만 아직은 아리송하고 혼란스럽다. 그 누가 표준을 정해준 것도 아니고 뒤쫓을만한 히트 제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온전히 저마다의 아이디어와 기술로 승부를 봐야 하는 혼돈의 초기 시장인 셈이다.


레파토리는 베이스에 이펙터가 결합된 형태의 제품을 선보였다. 소비자는 우선 베이스 제품을 선택한다. 세럼과 미스트 제형으로 각 2종씩이 준비돼있다. 이어 이펙터를 고른다. 이펙터 또한 주름·탄력, 미백·광채, 민감·진정, 수분·보습 등의 기능에 각각 특화해 현재 16종이 출시돼 있다. 이펙트는 자신의 피부 타입이나 고민에 따라 중복 선택해 다양한 조합으로 함께 써도 무방하다. 이렇게 선택된 제품들의 용기에는 자신만의 문구나 디자인을 더한 라벨을 붙여 보내준다. 제품을 받으면 이펙터를 개봉해 베이스 제품에 주입해 쓰면 된다.


이펙트는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의 제품을 추가하고 있다. 베이스 제품 역시 여러 종의 제형으로 확대하는 걸 연구 중이다. 수십, 수백 종으로 아이템을 늘리는 것도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며 실제로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는 게 유서연 대표의 설명이다.


관건은 소비자가 자신의 피부에 대해 잘 알고 있느냐는 점이다. 유서연 대표는 바로 이 지점에 레파토리, 나아가 맞춤형 화장품 제도의 성패가 달렸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가 자신의 피부에 꼭 맞춘 제품을 제대로 선택해 실제로 개선 효과를 봐야 진정한 ‘맞춤형 화장품’의 시대가 열리지 않겠냐는 것이다.


나의 피부가 어떤 타입이고 어떤 상태에 있으며 어떤 기능의 화장품이 필요하며 어떤 성분이 잘 맞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을까?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자신의 피부라도 과학적·기술적 분석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유 대표가 현재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진행하고 있는 업무는 소비자의 피부를 완벽히 파악하고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피부진단앱을 고도화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며 더 나은 툴을 찾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얘기를 듣고 있자면 레파토리를 IT 회사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화장품 회사로서의 일반적인 성공 방식을 빗겨 갔으니 어렵고 고생스러운 과정이다. 그래도 맞춤형 화장품 1세대 기업으로서 그것이 본연의 역할이라는 지론이다. 랩(LAB), 아트(ATR), 스토리(STORY). 사명에 담은 단어들의 의미처럼 흥미롭고 열정적이며 파란만장한 그녀의 얘기를 들어봤다.

출처: 레파토리 연구실

대부분은 자신의 피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맞춤형 화장품에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공예가가 꿈이었고 대학 전공도 금속공예를 택했습니다. 그런데 금속 알레르기가 너무 심해 대학 시절 내내 고생이 심했어요. 그전까지 저한테 그런 알레르기 있는지 몰랐습니다. 나중에 유전자 분석을 해보니 제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45가지나 된대요.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거죠.


화장품 성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개개인의 피부 조건은 다 다른데 많게는 수백 종이나 함유된 화장품 성분 가운데 무엇이 나한테 효과적이고 무엇이 나한테 부작용을 일으킬지 보통의 사람으로선 알 수가 없습니다.


저희 슬로건이 ‘70억 화장품 유목민이 정착할 뷰토피아’인데, ‘화장품 유목민’이라는 게 어떤 화장품이 자신에게 맞는지 모르니까 생기는 거죠. 대부분 여성들의 화장대에 조금 써보고 방치해 버린 화장품이 넘쳐납니다.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샀고, 써보니 안 맞아서 한 켠에 치워버린 거린 겁니다. 말 그대로 자신의 피부에 맞췄다는 맞춤형 화장품이라면 이런 일이 없어야겠죠. 또 자신의 피부에 맞추려면 당연히 그 피부의 조건과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피부를 파악하기 위해 레파토리의 솔루션은 무엇입니까?

저희는 앱을 통해 피부를 촬영하고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베이스와 이펙터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앱 기술에 아직은 한계가 있어요. 예를 들어 같은 시간대에 촬영한 피부라도 밝은 곳에서 찍었느냐, 어두운 곳에서 찍었느냐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현재로선 시급한 현안입니다.


시중의 피부 진단기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기기를 주고받든, 고객이 내방하든 불편하고 번거로운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앱을 고도화하는 것이 최선인데 여기에는 광학 기술 개선과 함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많은 이들의 피부 측정 데이터를 입력하고 또 그들이 어떤 성분을 사용했을 때 피부 상태가 개선됐더라는 결과값이 필요해요.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맞춤형 화장품의 유효도가 올라가겠죠. 현재 피부과 병원, 헬스케어 기업, 유전자 분석 기업 등과 업무제휴이나 협력을 맺어가며 이 문제들을 해결해가고 있습니다.


맞춤형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입니까?

금속공예가의 꿈을 포기하고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 6년가량 대체의학을 공부했습니다. 외국인들은 침을 너무나 무서워하는 터라 약제를 우려 연고로 만들어 발라주곤 했는데 약효 성분이 피부에 흡수되는 방식으로도 치유 효과를 내는 걸 확인하면서 이 원리로 화장품도 잘 만들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선 DIY 화장품 공방을 운영하기도 하고 피부과와 성형외과 기획 이사로도 일했는데 이 기간 동안 숱한 화장품을 만들고 사용해봤죠. 당시 코스메슈티컬 제품들을 많이 접했는데 양의학적 처방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한의학적 원리를 결합한 전인적 화장품을 만들어봐야겠다는 구상을 했고요.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향장 대학원도 다녔습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5년 정도 경영 컨설팅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당시 화장품 관련 스타트업들과도 많이 협업했는데 이때 맺은 인연들을 계기로 오랜 기간 구상해왔던 맞춤형 화장품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었습니다.


레파토리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맞춤형 화장품 시장도 저변 확대가 시급하고 그러려면 가격적인 면에서도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점이 필요합니다. 저희 제품이 시중의 다른 맞춤형 화장품에 비해 저렴한 편인데 이는 개발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협력사들의 전폭적인 협조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기에 1년여 만에 적잖은 특허를 출원할 수 있었고 고가의 원료를 넉넉히 사용할 수 있었으며 까다로운 생산 조건임에도 안정적인 제조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죠.


사업 운영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요?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게 가장 어려운 듯합니다. 사실 맞춤형 화장품이란 게 말 그대로 개개인의 피부에 맞춘 화장품인지 아니면 ’피부타입별 맞춤형‘인지 ’선호도별 맞춤형‘인지 확실치 않아요. 그런 기준이 없으니 소비자의 기대 수준도 제각각인 듯합니다. 맞춤형 화장품이라고 하면 당장 내 피부를 혁신적으로 바꿔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내 피부 문제의 반 정도만 해결해주면 만족스럽겠다는 분들도 계세요.


맞춤형 화장품이라고 해서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기능에만 맞춰진 것도 아닙니다. 기능이 특출나야 함은 물론 일반 화장품과 다름없이 브랜드 이미지나 디자인, 가격 등의 부가 요소도 중요하고 트렌드에도 뒤처지지 않아야 해요. 선택 자체가 어렵고 귀찮다는 반응 또한 저희가 극복해야 할 과제죠. 그래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역량이 중요합니다. 소비자가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알아서 제품을 제안하고 관리해 드리는 게 편의성과 정확도, 효율성을 두루 높일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요?

이펙트 제품은 가까운 시일 내 30여 종이 추가 출시될 예정이고 장기적으로 200~300개 정도로 늘릴 계획입니다. 섞어 써도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검증을 마쳤고 고농축 콜라겐 파우더, 마스크팩에 투입해 쓰는 에센스와 같은 재미있는 아이템들도 나올 거에요. 베이스 제형도 크림을 새로 선보일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점토에서 추출한 천연유화제를 발굴해 두었죠.


개인적으로 피부에 기능성 성분을 더하는 것 이상으로 피부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데 관련해 인공피부 수준의 보호물질로 고분자 펩타이드 활용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멸균 시스템 및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자체 생산시설도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레파토리가 선보인 맞춤형 화장품. 제형에 따라 구분된 베이스 제품에, 기능에 따라 분류된 이펙터 제품을 각각 선택해 혼합 사용하는 방식이다.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윤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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