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고객 안 받은지 7년, 카페보다 더 카페같은 홍대미용실 리츠앤라피네

조회수 2019. 7. 11. 16: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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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헤어전문잡지 그라피

합정역 3번 출구 쪽,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난 한적한 골목에 들어서면 카페 건너편에 더 카페 같은 미용실, 리츠앤라피네(RITZ&RAFFINE)가 있다. 고급스럽다는 뜻의 리츠(ritz)와 절제라는 뜻의 라피네(raffine). 살롱명처럼 리츠앤라피네는 절제된 고급스러움과 비움의 미학을 보여주는 매장이다. 무언가를 채워 넣고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은 심플한 인테리어가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한적한 골목길에서도 고정 고객을 유지하며 나만의 디자인을 이어나나고 있는 이유 원장을 만났다.

리츠앤라피네 이유 원장

대부분 미용실을 오픈할 때 번화가나 대로변을 선호하는데 리츠앤라피네는 그렇지 않다.

일부러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았다. 100% 예약제에 고정 고객 위주라 오히려 북적북적한 곳에 위치해 있으면 고객들이 싫어한다. 신규 고객을 안 받은 지 7년이 됐다.


고수의 향기가 난다. 지금까지 미용 인생은 어땠나?  

이곳에 자리 잡은 건 2년 전 리츠앤라피네를 오픈하면서다. 올해로 21년 차 헤어 디자이너인데 부산이 고향이라 부산에서 처음 미용을 시작했다. 10년 차쯤 됐을 때 서울에 올라 왔는데 마침 선배가 청담동에 미용실을 오픈해 그곳에서 근무했다. 1년 정도 일을 했는데 청담동의 분위기가 나와는 맞지 않아 홍대로 지역을 옮겼다. 지금은 많이 희석됐지만 자유분방하고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홍대가 좋다. 홍대에서 활동한 지는 10년 정도 된다.

리츠앤라피네 경대

홍대에 정착하고 3년 뒤부터 신규 고객을 받지 않았다.

그렇다. 요즘 헤어 디자이너에게 인스타그램은 필수라고 하지만 내 인스타그램은 일상 위주로 포스팅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헤어 디자이너인지 전혀 모를 정도이니 나와 연고가 없는 고객이 찾아오기는 힘들다. 신규 고객들도 모두 기존 고객 소개로 오는 분들이다.


고정 고객을 관리하는 자신만의 비결이 있다면?  

아버지가 부산에서 고깃집을 크게 하셨는데 그때 장사를 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의 나와 많이 닮아 있다. 아버지는 자신의 기술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었고 음식이 맛없다는 손님에게는 음식 값을 받지 않았다. 아낌없이 베풀었고 일밖에 모르고 사셨다. 나 또한 커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고객을 그냥 돌려보낸 적이 있다. 리츠앤라피네를 오픈하기 전까지는 일밖에 모르고 살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근무하고 여가 시간도 즐길 여유가 없었다. 돈을 벌어도 돈 쓸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리츠앤라피네 대기석

지금은 여유로워 보인다.

4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장례식을 마치고 생각을 정리하러 태국 여행을 가서 진짜로 내가 추구하는 삶을 고민했다. 허세로 꾸며진 화려한 삶보다 여유가 있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전에는 남들 따라 외제차나 명품을 샀다. 물론 살롱워크로 바빴기 때문에 차는 항상 차고에 있었다. 생각이 바뀌고부터는 외제차를 팔고 가지고 있던 명품도 모두 지인들에게 나눠줬다. 추구하는 삶이 확고해지니 어떤 미용실을 오픈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때부터 미용실 자리를 보러다녔고 리츠앤라피네를 브랜딩할 수 있었다.


리츠앤라피네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여행을 좋아해서 3~4개월에 한 번씩 여행을 가기 때문에 인테리어도 휴양지처럼 꾸몄다. 오픈 초반에는 여행을 혼자 갔는데 직원들에게 미안해 여름휴가 외에 겨울휴가도 만들었다. 여행은 글의 쉼표처럼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여유 없는 삶을 살다 보면 사고가 막히고 숫자에만 집착하기 쉽다. 디자인하는 사람이 갇혀 있는 게 싫었고, 넓은 세상을 봐야 디자인에 접근하는 시각과 방법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미용실을 운영하면 돈은 언제 벌 거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시간 대비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6시간만 일해도 10시간 일한 만큼의 능률을 낼 수 있다. 일할 땐 집중해서 일하고 놀 땐 확실하게 논다.

직접 준비한 커피와 차

한 달에 한 번은 꼭 미용 봉사를 간다고 들었다.

6년 전 지인의 소개로 봉사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다니고 있다. 디자이너가 되기 전 미용 봉사를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봉사하는 마음보다는 커트 연습 상대가 필요했다. 연습 상대로 아이들을 대하는 게 미안해 몇 번 가고 발길을 끊었고, 머리를 잘 자르는 디자이너가 되면 제대로 봉사를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은 한 번 갈 때마다 30명 정도의 아이들을 커트한다. 청운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미용에 꿈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조언을 해준다. 아이들이 보육원에 있을 때는 보호를 받지만 스무 살이 돼 보육원을 퇴소하면 나쁜 길로 빠지기 쉽다. 그래서 단순하게 봉사를 다니는 것보다 향후 진로 상담을 하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지도해주는 역할도 하고 싶다.

이유 원장의 트레이

앞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꿈이 있다면?

미용에 꿈이 있는 보육원 아이들에게 직접 교육을 지원하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열심히 살면 누구나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 그래서 3년 뒤에는 확장 이전을 목표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공간이 생기면 내 머릿 속에만 있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예정이다. 미용실에서 인력은 매우 중요하고 귀한데 그 아이들과 뭉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디터 김미소(beauty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신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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