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덕후, 이 남자의 직업은?

조회수 2019. 5. 15. 16: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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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헤어전문잡지 그라피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기성은 핑크 덕후로 유명하다. 육중했던 몸에서 40kg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서 옷가게 점원의 권유로 핑크를 즐겨 입기 시작했다. 과도한 핑크 사랑으로 유명하지만 그는 올해 13년 차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이미지 메이킹 세미나, 서울종합예술 실용학교 뷰티예술계열 겸임 교수, MBC아카데미 강사 등 메이크업 분야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며 프리랜서로 입지를 다져왔다. 이제는 핑크 덕후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더 주목받고 싶다는 이기성을 만났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기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한 지 얼마나 됐나? 

올해로 13년 차다. 원래 한국영상대학교 방송연출학과를 졸업하고 방송국에 카메라맨으로 취직했다. 3년 정도 일하다가 친한 스타일리스트의 권유로 메이크업을 배워 전향했다. 베네피트에 입사해 10년 동안 근무하다가 프리랜서로 활동한 지 3년째다. 지금은 이미지 메이킹 강의를 진행하거나 아카데미와 대학교에서 메이크업을 가르치고 있다.


카메라맨에서 전향했다는 점이 의외다. 원래 뷰티에 관심이 많았나?

어릴 적부터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카메라맨으로 진로를 결정한 이유도 향후 PD가 돼 많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뚱뚱한 외모 때문에 뒤에서만 일해야 했다. 독하게 살을 뺐고 외모에 자신감이 붙자 원래 내가 원했던 일을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메이크업을 배우면서 흥미를 느꼈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해 과감하게 방송국을 그만뒀다.


핑크를 좋아하게 된 일화가 유명하다.

그렇다. 살을 빼고 옷을 사러 갔는데 점원이 핑크를 추천해줬다. 운명처럼 핑크에 끌렸고 나이가 들어도 핑크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처음에 베네피트에 입사한 이유도 브랜드 컬러가 핑크였기 때문이다.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할아버지가 돼서도 핑크를 좋아하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정말로 얼마 전에 연락이 왔다. 예전에는 <화성인 바이러스> 제작진과도 미팅한 적이 있는데 겨드랑이 털도 핑크로 염색하자고 해 출연을 고사했다.


핑크는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많다.

베네피트에서 일할 때 뒷모습을 보고 ‘언니’라고 부르는 고객이 있었다. 화장실에서 메이크업을 수정할 때 보통 구석에 숨어서 하는데 핑크색 옷을 입은 사람이 메이크업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여자인 줄 알고 흠칫 놀란다. 핑크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색이다 보니 종종 이런 오해를 받는다. 내가 게이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스무 살 이후에 핑크 덕후가 됐는데 어릴 적 친구들의 거부 반응은 없었나?

남중, 남고를 나왔는데 남자끼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자신을 만날 때는 자제하라고 한다. 지금은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다. 본인은 회사에 치여서 하루하루 살고 있는데 자신만의 시그너처가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러워한다. 대리만족한다는 친구도 있다.


자연스럽게 핑크로 이미지 메이킹이 되었다. 관련 강의를 할 때 이미지 메이킹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미지 메이킹을 할 때 첫째로 자기 자신을 파악해야 한다. 누구나 예쁜 부분이 있는데 그 장점을 살리는 방법을 물어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메이크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장점을 잘 모르겠다면 거울을 자주 보면서 내 얼굴과 친해지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모르는 자신의 이미지나 장점을 다른 사람들이 더 잘 알 수 있다. 헤어 디자이너로서 고객에게 이미지 메이킹을 할 때는 오픈 페이스 기법을 활용하면 좋다. 사람마다 얼굴에서 더 예쁜 쪽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르마를 타 예쁜 얼굴을 오픈하는 것이다. 우선 고객의 얼굴에서 어느 부분이 더 예쁜지 파악하고 제대로 가르마를 만들도록 조언한다.

재능 기부 단체 ‘핫핑크시스템’의 로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들었다.

베네피트 근무 시절부터 재능 기부를 해왔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메이크업을 해주고 받은 성금을 모아 한 보육원에 기부한다. 초창기에는 홍대 길거리에서 재능 기부를 하다가 최근에는 서대문구청의 도움을 받아 신촌 현대백화점 앞 광장에서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모인다. 야외라 너무 춥거나 더우면 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봄이 되었으니 더 활발하게 할 예정이다.


정기적으로 재능 기부를 하는 이유가 있나? 

백화점에서 일하면서 진상 고객을 많이 만났다. 베네피트에서 일할 때 한 고객이 말을 잘 못 하길래 그런 고객 중 한 명이라 생각해 대충 응대했다. 그날 제품을 구매해서 전산에 입력하려고 봤는데 청각 장애인이라는 메모가 있더라. 내 자신이 정말 부끄러웠다. 몸이 불편하거나 사회에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긴 건 그때부터였다. 그 후로 수화를 배워 메이크업 시연을 하고 청각 장애인 배우들이 활동하는 극단과 연이 닿아 매년 배우들의 메이크업을 맡고 있다.


13년 동안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면서 슬럼프는 없었나? 

강의를 나가면 학생들도 종종 질문한다. 그때마다 1분 1초가 슬럼프였고 지금도 슬럼프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슬럼프를 슬럼프로 두지 않고 흘려 보내기 때문이다. 멘탈이 강하고 상처를 잘 받지 않는 성격도 한몫했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핑크색 브러시를 론칭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금 100개 정도 브러시를 가지고 있는데 손잡이 부분을 사포로 밀고 핑크로 칠한 뒤 사용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핑크 브러시가 있지만 마음에 드는 모질이 없어 직접 만들게 됐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봉사활동이 더 널리 전파되어 봉사활동 붐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디터 김미소(beauty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신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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