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5시간 일하는데도 "설렌다"는 웹툰 작가
“일주일에 한 편을 그리기 위해 휴일도 없이 하루 15시간 이상 일해요. 가장 어려운 건 원작을 각색하는 작업이에요. 웹툰 한 회를 만들려면 원작 소설 1만 5000자 분량을 5000자로 압축해야 하거든요. 그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2019년 12월 연재를 시작한 의학 웹툰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는 현재 네이버 웹툰 상위권을 장식하고 있다. 이 웹툰을 그린 홍비치라(32) 작가를 인천 작업실에서 4일 만났다.
그는 최근 중증외상센터 1부를 마치고 연재 이후 첫 휴재에 들어갔다. 3주간 가족, 지인들과 휴식을 취한 것도 잠시. 22일 시작하는 2부 연재를 앞두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10m² 정도 되는 작업실 곳곳에는 주인공 백강혁 그림과 참고자료인 책 ‘CIBA 원색도해의학총서’ 세트(정담) 등이 있었다.
“2012년 대학 만화과를 갓 졸업하고 서울 강남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성형학 세미나장애서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일이었는데, 성형외과 전문의 분이 오시더니 ‘메디컬 일러스트도 그릴 수 있냐’ 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려 본 적은 없지만 해 보겠다고 했죠.”
의학 정보를 시각화하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홍 작가였지만 인체 삽화 일곱 장을 그려달라는 의뢰는 처음이었다. 당시 의학지식이 전무했기에 의뢰인에게 많은 조언을 들어 가며 1장 당 100번 넘게 수정했다. 그에게는 우연처럼 찾아온 귀인이었다.
순정 만화체인 캐릭터와 지극히 현실적인 장기 그림이 어우러진 중증외상센터는 홍 작가의 정체성과 닮았다. 그는 메디컬 일러스트 일을 겸하며 2014년 로맨스물인 ‘카사노바의 키스’로 데뷔했다. ‘카사노바…’를 연재할 즈음 메디컬 일러스트 업체인 비치라코믹스를 창업했고, 2018년 로맨스물 ‘루나’를 연재했다.
그러다 2019년 한산이가 작가의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를 읽고 웹툰으로 만든다는 소식에 자청했다. 일주일에 한 편을 그리기 위해 휴일도 없이 하루 15시간 넘게 일하지만 그는 매일이 설렌다고 한다.
“제 인생에 이렇게 많은 의사들과 같이 일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의학이) 제 전문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그려냈을 때 성취감도 커요. 앞으로도 저만의 색깔로 사람들에게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인천=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