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도 빨아 쓰며 절약한 사업가 부부, 200억 기부

조회수 2021. 3. 15. 17: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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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실버타운 네 가족 '761억 기부릴레이'

황해도에서 태어나 18세에 월남해 자수성가한 90대 사업가와 그의 부인이 KAIST 최고령 고액 기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물티슈도 물에 헹궈 쓸 정도로 평생 절약을 실천했지만 베푸는 데에는 아낌이 없었다. 부부의 기부에는 함께 거주하는 실버타운 이웃사촌들의 영향도 컸다. 같은 실버타운에서만 네 가족이 총 761억 원을 KAIST에 기부했다.

KAIST에 2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한 장성환 삼성브러쉬 회장(왼쪽)과 안하옥 여사. KAIST 제공

KAIST는 장성환 삼성브러쉬 회장(92)과 안하옥 씨(90) 부부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2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기부했다고 14일 밝혔다. 장 회장은 KAIST에 10억 원 이상 기부한 고액 기부자 중 최고령이다.


장 회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혼자 힘으로 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화장용 붓 등을 생산해 명품 화장품 업체에 납품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중국에도 공장 두 곳을 세우며 사업을 확장해 지금의 재산을 일궜다. 장 회장은 “어느 정도 재산을 모으고 나니 우리 부부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오른팔이 되어 주자고 자연스럽게 뜻을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한 실버타운 네 가족 '761억 기부릴레이'

장 회장의 기부에는 경기 용인의 한 실버타운에서 이웃사촌으로 지내온 김병호 서전농원 회장, 김삼열 씨 부부의 영향도 있다. 김 회장 부부는 2009,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KAIST에 350억 원을 기부했다. 


한 동에 사는 장 회장 부부와 김 회장 부부 외에도 이들이 사는 경기 용인의 한 실버타운에는 ‘기부 천사’가 여럿 있었다. 2010년과 2012년 두 번에 걸쳐 총 160억 원을 KAIST에 기부한 고 조천식 한국정보통신 회장도 김 회장의 조언을 받은 실버타운 이웃 사촌이다. 


지난해 국가에 추사 김정희 선생의 수묵화 ‘세한도’를 기부해 화제를 모은 손창근 씨도 김 회장의 권유를 받고 2017년 부동산 50억 원과 현금 1억 원을 KAIST에 기부했다. 장 회장 부부를 포함해 한 실버타운에서 네 가족이 총 761억 원을 기부한 것이다.

KAIST에 기부한 기부자들. 왼쪽 사진부터 김삼열 여사와 김병호 회장, 윤창기 여사와 고 조천식 회장, 김연순 여사와 손창근 씨. KAIST 제공

이들이 사는 용인 소재 실버타운은 총 500여 가구(553가구)로 체계적인 첨단 의료서비스 등이 갖춰져 있어 자수성가한 기업인들 상당수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회장은 고 조 회장, 손 씨와 실버타운 내 다른 건물에 살아 별다른 교류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장 회장의 기부 소식이 알려지자 ‘세한도’의 손 씨가 연락해 왔다. 장 회장은 “기부를 결정한 후 손 선생이 연락해 ‘좋은 선택을 하셨다’고 전해주셨다”고 말했다. 기부를 시작으로 새로운 ‘이웃’의 인연이 생긴 셈이다.


13일 비공개로 열린 장 회장 부부의 KAIST 발전기금 약정식은 안 여사의 생일(3월 15일), 장 회장의 생일(3월 17일)과 가까워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됐다. 장 회장은 “KAIST의 비전과 미래에 대한 설명을 듣고 KAIST가 세계 최고 대학으로 성장해 한국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현장에 참석한 KAIST 관계자는 “장 회장은 자신이 평생 일궈온 재산을 기부한다는 감격에 수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지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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