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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다 있는데도 '도슨트 타임'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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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으면 도슨트, 즉 작품을 해설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는 1995년부터 도슨트 시스템이 도입됐다고 알려져 있다.


인터넷으로 작품과 작가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도슨트는 예술 작품과 관람객을 이어주는 다리로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서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일부러 도슨트 운영 시간에 맞춰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도 늘어나고 있다.


2월 28일까지 진행되는 ‘빛의 벙커: 반고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새롭게 재해석한 전시로, 전문 도슨트와 오디오 가이드 안내에 따라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빛의 벙커: 반고흐’ 전을 해설하는 이서준 도슨트를 만나서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해당 인터뷰는 철저한 방역관리와 함께 따로 구분된 공간에서 진행됐습니다)

작품관람 전 고흐의 생애에 대해 설명하는 이서준 도슨트 /권희정 기자

도슨트의 역할과 그 매력은 무엇일까요.


먼저 도슨트에 관해서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미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해설해주는 안내원 역할을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미술을 전혀 모르는 사람,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도슨트를 통해서 작품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고요.


보통 미술 전시라고 하면 딱딱하고 지루하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지만, 그 시대에 살았던 예술가의 시간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예술가의 삶을 끄집어내서 어떤 식으로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지, 그림을 느낄 수 있는지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쉽게 풀어내는 것이 도슨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슨트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여행 가이드 일도 함께 겸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림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여행을 가려고 유럽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보니까 거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 많았거든요. ‘잘 모르고 가면 제대로 된 경험을 하기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술사와 그림에 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관람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전시를 감상하는 모습 /권희정 기자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까 우리가 실제 사는 모습과 예술인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들도 가족이 있었고, 먹을 것을 고민하면서 분투했던 시간이 있었고, 시대적으로도 다르지만 거리로도 몇천 킬로, 몇만 킬로 떨어져 있는 이 사람들이 모두 우리와 다르지 않으며 그런 삶이 예술을 통해 표현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어처구니없는 행동이긴 한데, 제가 오르세 미술관에 갔을 때 혼자서 오디오 가이드 파일을 만들어서 주변 사람에게 주기도 했거든요. 그때까지만 해도 음성 녹음 오디오 가이드가 흔치 않았어요. 분명 틀린 정보도 있었을 것이고, 참 부끄럽기도 한데 정보를 정리하고 해설을 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러다가 한 여행 가이드를 만났거든요. 그 가이드의 이야기가 참 눈길을 끌더라고요. 사람을 눈물 흘리게 만드는 능력, 사람들이 잘 웃을 수 있게 하는 능력 이런 것들이 멋져 보였고 저도 여행 가이드를 꿈꾸게 됐습니다. 저는 미술사적인 지식을 먼저 접하고 시작한 케이스가 아니라 원본 그림을 보고 매력을 느껴서 배워 나갔던 경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빛의 벙커 반고흐' 전시 내부 전경, 화가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이 미디어 기법을 통해 전시되고 있다 /권희정 기자

최근엔 오디오북으로도 도슨트가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현상이 전시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저는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오디오 가이드마다 퀄리티 차이가 존재하거든요. 어떤 오디오 가이드는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제작이 됐다면 어떤 것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정말 그림에 빠져들게 하고 전시에 몰입하게 만들어요.


제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박물관에서 그림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곳의 오디오 가이드가 참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보는 사람이 어떤 동선에서, 어떤 시각에서,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작품을 감상해야 할지 소개를 해주는 오디오 가이드였어요. 관람객 입장에서 참 하나하나 친절하다고 느꼈겠죠. 


하나의 작품을 보기 전에 집중하고 그에 따른 동선을 미리 제공해주다 보니까 제대로 된 감상 기회를 주는 오디오 가이드였고요. 오디오 가이드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인데 그곳에서는 정말 오디오 도슨트를 통해 전시를 감상하며 감동 받아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도 있었거든요.


오디오 도슨트에 투자하는 만큼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앞으로의 가능성 또한 크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전시의 오디오 가이드 중 정말 좋았다고 추천해주실만한 곳이 있을까요.


아라리오 갤러리 전시의 오디오 도슨트가 정말 좋았습니다. 문화 예술에서 의미 있는 작품들이 참 많고, 아라리오 갤러리를 운영하는 CI KIM이라는 분은 현대 예술 컬렉터로도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에요, 오디오 도슨트를 들으며 갤러리의 작품들을 감상하시면 더 몰입도 있게 전시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디어 아트를 통해 반 고흐의 그림을 벽과 바닥에 비춰진 형태로 웅장하게 감상할 수 있다 /권희정 기자

작품 설명을 준비할 때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시나요.


저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여행자와 가이드, 화가와 나의 만남 등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 시간과 공간의 간극이 존재하는데 저는 그 간극을 최대한 좁혀서 관람객이 작품에 이입하는 것에 포인트를 두고 준비를 합니다. 그림의 구성이나, 기법, 어느 시대의 그림인지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화가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빛의 벙커: 반고흐' 전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무엇인가요.


‘꽃 피는 아몬드 나무’도 좋아하지만 사실, 고흐의 초기 작품을 좋아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등 이런 유명한 작품들의 씨앗이 초창기 작업에서 기인했다고 봐요. 고흐의 초심과 첫 마음이 여기서 가장 많이 느껴지고요. 고흐의 그림에는 일관성이 있어요. 자연을 사랑했던 초창기 모습이 많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 아트를 통해 화가 고흐의 작품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권희정 기자

좋은 작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정말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주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개인의 추억이 묻어 있는 작품을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여깁니다.


막 군대에서 제대했을 때 밀레의 이삭줍기라는 그림을 봤어요. 그때 한참 효심이 가득할 때였는데, 그림을 보면서 여인들의 손을 자세히 보니까 손등이 피투성이더라고요.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프랑스가 그 당시 농사가 흉작이었다고 해요. 이미 수확이 끝난 상태에서 어린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머니들이 나와 부스러기를 줍는 모습인 거예요. 저는 그때 그 그림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런 개인의 경험에 따라서 저에게 이삭줍기 그림은 특별하게 여겨지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분들에게 어떤 감상을 느끼게 할지는 정말 알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엄청난 대작이라고 해도 어떤 이에게는 큰 감흥이 없을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저는 그림을 보는 방식이 기존에 전문적으로, 학술적으로 배우신 큐레이터분들과는 다른 면이 있어요. 정규 교육을 받은 것과는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저는 처음에 미술 공부를 하다 보니까 자꾸 법칙이나 기능 같은 것들에 내 잣대를 세워서 보게 되더라고요. 


공부를 하면서 느낀 건 세상에 틀린 그림은 없다는 것이에요. 여행 또한 틀린 여행은 존재하지 않거든요. 나에게 좋은 여행이었다면 그것은 옳은 여행이었던 것이고요. 역시 그림에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정답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 기억하고 작가와 공감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취재 권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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