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리자 '사과하라'더군요" 28세 직장인이 겪은 일

조회수 2020. 11. 20. 09: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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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걸려 물의를 일으켰으니 직장 동료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어이가 없어 화도 안 났어요. 음압병실에서 고열에 시달리고 있던 때였어요. 아파서 누워있는 사람더러 ‘사과하라’니…”


김지호(28)씨는 지난 5월 1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할머니 장례식을 찾은 친구들에게 답례하고자 같이 식사한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문상(問喪)과 소규모 모임이 가능한 ‘생활 속 거리두기’ 시기였습니다. 확진자인 친구 1명에게 감염된 것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음압병실(특수격리병실)에서 50일 동안 치료 받고 6월 28일 완치됐지만 몸보다 마음에 더 큰 상처가 남았습니다.

김지호 씨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이로서 확진자를 향한 우리 사회의 배제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 자신과 가족을 근거 없는 공격에서 지키고 싶다”며 얼굴 노출을 피했다.

대학 휴학 후 일찌감치 IT업계에서 일한 김 씨. 원래 다니던 스타트업도 창업 당시부터 참여한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퇴원 후 김 씨는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관둬야 했습니다.


“회사 측은 ‘당신이 사무실에 바이러스를 갖고 들어왔다’고 책임을 추궁했어요. 휴일에 미열 증상이 나타났어요. 재택근무를 자청해 곧장 자가격리를 했습니다. 제게 감염된 사람도 없습니다. 사과를 거부하자 ‘처신을 어찌했기에 코로나에 걸리느냐’는 사내 뒷담화가 전해지더군요. 퇴원 후 직장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는 이유로 계속 재택근무를 하라더군요. 이후 ‘회사 밖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사실상의 사직권고를 받고 직장을 떠났습니다.”


김 씨의 몸 속에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없습니다. 폐렴 같은 후유증도 아직까지 없습니다. 후유증은 몸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 나타났습니다. 4년 동안 다니던 헬스장 트레이너는 에둘러 ‘헬스장 이용이 어렵다’고 말했고, 단골 술집에서는 다른 손님에게 면박 당해 마음 놓고 갈 수도 없게 됐습니다.

김씨는 입원 중 쓴 기록을 바탕으로 10월 15일 ‘코로나에 걸려버렸다’라는 제목의 책도 펴냈습니다. 11월 12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만9284명, 이 중 2만5404명이 완치됐습니다. 김씨는 병원을 나선 완치자 중 한 명으로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코로나에 걸렸다는 이유로 직장을 잃고 ‘코로나 블루’에 시달렸습니다. 원래 성격이 활달한 데도 말이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사회적·경제적 처지가 달라 후유증이 더 심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확진자의 마음을 갉아먹지 못하도록 우리 사회가 연대와 포용의 정신을 보여줘야 해요.”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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