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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 취업포기자 "주식 단타로 생계유지..막막해"

조회수 2020. 11. 13. 10: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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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서울 소재 사립대를 졸업한 박모 씨(32)는 7년째 ‘취준생’이다. 20대 때 원하던 대기업 면접에서 탈락한 뒤 중소기업 인턴, 공공기관 아르바이트 자리를 가리지 않고 90여 차례 이력서를 냈지만 박 씨에게 채용 문을 연 곳은 없었다.


30대 들어선 매년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구직에 나섰지만 여전히 월급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백수다. 박 씨는 “오랜 취업 준비로 얻은 건 허리 디스크뿐”이라며 “올해도 취업이 안 되면 어떻게 할지 아무 계획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대와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25∼39세 가운데 단 한 번도 취업을 해본 적이 없는 청년실업자가 역대 최대인 29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무경험자 가운데 아예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이른바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은 절반에 가까운 13만4414명(46.7%)이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서 한 청년이 취업을 위한 진로상담을 받고 있다. 상담실 3번방 외부 벽에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세태를 토로하는 문구가 쓰여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7년째 취준생, 8년째 공시족…
“남은 건 나이와 좌절뿐”

이모 씨(37)는 한때 노량진 고시촌을 오가며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던 ‘공시족’이었다. 2009년 대학 졸업 후 7급 공무원 시험 준비에 5년, 9급 시험 준비에 3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30대 중반이 넘어 있었다. 일반 기업에 입사하기엔 나이가 많고, 공무원에 계속 도전하자니 불안해 결국 취업을 포기하는 길을 택했다.


그는 요즘 부모님에게 빌린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 씨는 “단타 거래 말고는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앞으로도 뭘 하며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한 번도 취업해본 적 없는 2030세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씨처럼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 못하고 취업에 대한 꿈을 아예 접은 ‘취포족’(취업을 포기한 사람)도 상당수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취업 적령기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집단으로 늦어졌던 것을 뛰어넘어 지금의 코로나 위기는 한국의 ‘잃어버린 세대’를 배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은 거품경제가 꺼진 1993∼2005년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지 못한 1970년대생이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도 급격한 출산율 하락,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이어졌다.

대학 졸업 뒤 “취업 포기” 13만 명 넘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학 4학년생인 장모 씨(24)는 올 들어 공기업 10곳, 민간기업 15곳에 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첫 관문부터 실패를 맛본 탓에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졸업을 늦춰서라도 공기업에 계속 도전할 계획이다. 장 씨는 “힘들게 취업하는 만큼 안정적인 공기업에 가고 싶다”며 “코로나 때문에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그나마 사람을 뽑는 공기업에 취준생들이 몰려 피 튀기는 경쟁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수년째 기업 취업 문턱에서 좌절한 김모 씨(32·여)는 현재 군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 한파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이 제한이 없는 군무원을 택하는 게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김 씨는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게 바늘구멍처럼 좁아졌다”고 했다.


취업 포기는 결혼 포기, 출산 포기 등 ‘N포 세대’의 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에서 자기 위치를 찾지 못하는 ‘그림자 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3년차 취업준비생인 권모 씨(26)는 “취업이 불확실하다 보니 결혼, 출산은 물론이고 5년, 10년 뒤 어떻게 살지 생각해 보기도 싫다”고 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취업 기회를 놓친 청년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청년 지원책이 취업 지원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쌓아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남건우 woo@donga.com·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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