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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처리 1위' 우체국택배, 그나마 좋은 직장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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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산재) 처리가 많은 회사가 좋은 회사다.’ 


역설적인 이 말이 택배업계에는 통합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송 물량이 증가하면서 택배기사들이 잇달아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14명(CJ대한통운 6명, 쿠팡 4명, 우체국택배·한진택배·로젠택배·건영택배 각1명)입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들 중 대부분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10월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8월까지 택배기사 14명이 산재로 사망했습니다. 업무상 사고 또는 질병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경우도 400여 건에 이릅니다. 산재로 승인받은 건수는 우체국택배가 68건으로 가장 많고, CJ대한통운(40건), 로젠택배(9건), 한진택배(7건) 순입니다.

배송지에 따라 분류 작업이 이뤄지는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 [동아DB]

산재 1위인 우체국택배가 제일 낫다고?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우체국택배가 산재 승인이 가장 많다니 의외입니다. 심지어 2018년 5건이던 우체국택배 산재 승인사례는 2019년 29건, 2020년 8월 기준 28건으로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사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18년에서 2019년 사이에 산재 신청과 승인 건수가 늘어난 것은 우체국물류지원단에서 직접 관리하는 택배기사의 수가 약 7~8배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등록된 택배노동자는 총 2만4845명입니다. 우체국택배는 종사자 수 기준으로 업계 3위입니다. CJ대한통운(5139명)이 가장 많고 로젠(4482명), 우체국물류지원단(3746명), 한진(252명), 일양로지스(182명), 롯데(132명), KGB(101명) 등입니다. 


하지만 산재보험 가입자를 기준으로 하면 우체국택배(2601명)가 1위입니다. CJ대한통운(1834명), 로젠(1278명), 일양로지스(156명), 한진(52명)이 그 뒤를 잇습니다.

민간기업, 산재보험 제외신청 강요하기도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작업 혹은 업무와 관련되어 발생한 질병, 부상, 사망 따위의 재해를 보상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택배기사를 비롯한 특수고용직 종사자 14개 업종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본인이 신청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문제는 보험료 부담을 꺼리는 사업주가 보험 제외 신청을 강요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우체국택배에 비해 민간기업의 적용 신청자 수가 적은 이유도 보험료 절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우체국택배는 근무 환경도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다른 민간기업과 달리 자동화시스템을 기반으로 분류작업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고 택배기사에게 지급하는 건당 수수료도 평균 1175원으로, 다른 민간 기업 600~800원의 1.5~2배 수준입니다. 우체국택배의 경우 1인당 배달 물량을 하루 190개로 제한합니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10월 8일 민간기업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택배기사의 경우에는 하루 평균 400여개의 물량을 배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위탁의 경우 2년마다 재계약을 하는데 민간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들도 많이 지원합니다.

다른 민간 기업의 경우 택배기사가 몸이 아파 하루 쉬면 업체가 손해 보는 금액을 기사가 물어내야 하는데, 우체국택배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으로 대체 가능하고 옆 사람들이 물량을 나눠 소화해주는 등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우체국물류지원단 택배운영팀 관계자)

이렇게 근무환경이 좋은 편이어도 택배 업무 특성상 교통사고 및 근골격계 부상 및 사고 우려가 높습니다. 전국우정노동조합 김찬기 산업안전국장은 “우체국택배는 공무원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직접 고용 인원뿐 아니라 특수고용직 계약 인원에 대해서도 계약 시 산재보험 가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0월 23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과로사 주장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아DB]

다른 택배회사들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요. 올해 들어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CJ대한통운 박근희 대표는 10월 22일 대국민 사과를 하며 현재 1000여 명인 분류 인력을 4000명까지 늘려 택배기사들이 배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전문기관에 의뢰해 한 명의 택배기사가 하루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하고, 택배기사들이 적정량을 초과해 일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습니다. 또한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하도록 대리점에 권고하고 소형상품 전용 분류장비를 도입해 작업 강도도 낮추겠다고 약속했습니다.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쿠팡은 정확한 택배 종사자 규모와 고용형태에 대한 자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쿠팡과 계약한 특수고용직의 산재가입 규모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10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한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전무는 “쿠팡은 모든 직원을 직고용 형태로 고용하고 있고 산재보험에도 가입시키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또 “10월 12일 사망한 물류센터 근무 직원은 택배 분류와 무관한 포장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고 밝히며 살인적인 근무에 시달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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