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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매생이, 일 년 내내 팔리는 지역 효자상품으로 만든 비결

조회수 2022. 10. 17. 15: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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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사위가 오면 매생이국을 준다’는 말이 있다. 겨울 별미로 손꼽히는 매생이국을 왜 미운 사위에게 준다는 것일까. 매생이로 끓인 국은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섬유질 때문에 한 번 펄펄 끓여 놓으면 잘 식지도 않고 겉보기에는 김도 많이 나지 않는다. 멋모르고 후루룩 들이켰다가는 입천장을 데기 일쑤라 얄미운 사위를 골탕먹이는 데 제격이라는 것.물론 반쯤 농담에 불과한 우스개소리다. 

매생이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데다 맛도 개운해 미운 사위가 아니라 예쁜 사위에게만 챙겨주기에도 모자란 영양식이다.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1758∼1816)도 '다산어보'에서 매생이를 이렇게 묘사했다.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다.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우며 서로 엉키면 잘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아주 달고 향기롭다.

조선시대부터 인정받은 향긋한 보물 매생이는 청정한 남도 겨울바다에서만 거둬들일 수 있는 귀한 음식이다.

사진=갯푸른 제공

전라남도 강진만영어조합법인 권영목 회장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지역 특산물 매생이가 겨울에만 반짝 식탁에 오르는 것이 늘 아쉬웠다. 농수산물 가공 기술을 활용하면 매생이를 사시사철 편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권 회장은 2003년 우리나라 최초로 냉동매생이를 출시했다. 이어 2009년에는 건조매생이를 규격화하고 ‘갯푸른 건조매생이’라는 즉석식품으로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한 철 별미에서 일 년 내내 팔리는 효자 상품으로 거듭난 건조매생이에 담긴 이야기를 권영목 회장에게 들어보았다.

구슬은 꿰어야 보배, 매생이는 말려야 보배?

건조 매생이로 특허까지 따내셨는데, 특허를 내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

원래 매생이는 지역 특산물이자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별미였다. 진공포장해서 냉동제품으로 소비자들께 판매하기도 했지만 물류비도 많이 들었고 일반 가정집 냉동고에는 많이 보관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매생이를 건조하고 포장해 상온에서도 보관할 수 있게 개발했는데, 마침 뉴스에 대기업이 낀 특허분쟁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 그걸 보고 지적재산권 교육을 받았다. 사업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특허가 있어야겠다 싶어서 특허를 땄다.매생이를 한 번 건조하려면 72시간이 꼬박 걸린다. 일단 기계를 가동한 뒤에는 기계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계속 점검하면서 모든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오랜 개발기간과 투자에 들어간 비용, 생산에 들어가는 정성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특허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강진만영어조합법인 권영목 회장(좌), 권 회장이 개발한 갯푸른 건조매생이(우). 사진=갯푸른 제공

아무래도 생물 매생이가 더 맛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당연히 갓 수확한 매생이는 품질이 아주 우수하다. 하지만 아이스박스에 담겨 유통되는 과정에서 온도가 변하고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갯푸른 건조매생이는 자연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이물질을 98%까지 잡아내는 기술로 가공되어 깨끗한데다, 바다에서 수확한 매생이를 곧바로 저장해서 가공하기 때문에 생물과 비교해도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번거롭게 씻어낼 필요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생물 매생이보다 훨씬 편리하다.이렇게 자신이 있는 건 기술 덕분이기도 하지만 매생이 자체를 최고급으로 쓰기 때문이다. 단가가 비싸도 A급 매생이만 고집한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좋은 제품만 드려야 된다는 게 사업 철학이고 자존심이다.

매생이 양식하는 어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지역 반응은 어떤가.

건조매생이는 지역어민들의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예전에는 한 가구당 20~30대 양식했다면 지금은 500~1000대까지도 생산하고 있다. 농어촌에는 젊은 사람들이 자꾸 빠져나가는 것이 큰 문제인데, 매생이 덕에 활기가 생겼다. 평상시에는 도시에 나가서 일하다가 날이 추워지면 부모님이 계신 이곳(강진)에 돌아와 매생이 양식을 하는 분들이 늘었다.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5개월 동안 매생이를 키우면 넉넉한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어민들의 반응이 좋다.

권 회장은 지역 어민 소득증대에 기여한 공로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표창, 전라남도지사 표창 등 수 차례 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지역사회에 공헌도 하면서 성공적인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업 초기에는 제품 규격화나 식품사업에 대한 지식이 없어 시행착오도 많이 겪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권 회장의 조카 권오철 삼덕영어조합법인 대표가 열정적으로 함께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원래 기계공학을 전공한 권오철 대표는 식품 공부를 위해 목포대학교 식품공학과에 편입하여 졸업하고, 이어 전남대학교 식품공학과에서 석사까지 수료하며 식품연구에 매달렸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생산되는 갯푸른 건조매생이. 권오철 삼덕영어조합법인 대표가 설비를 움직이고 있다. 사진=갯푸른 제공

‘젊은 피’ 역할을 톡톡히 한 권 대표는 “지금이야 매생이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인지도가 낮아서 상품화가 정말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생선 같은 일반수산물과 달리 매생이는 생산규격이나 기준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은 기타수산물이었기에 더더욱 갈 길이 멀었다. 유통기한 설정, 품목제조 보고 등 상품화로 가는 단계 하나하나를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거치면서 자연히 매생이에 대한 애정도 커졌다고.

건조매생이를 고생해서 개발한 만큼 포부도 남다를 것 같다. 앞으로 매생이로 어떤 도전을 할 계획인가.

현재 동원 매생이국밥, 삼양 사골매생이라면 등 대기업에서도 건조매생이를 활용한 제품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 들어간 매생이가 우리 제품이다. 우리 갯푸른에서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매생이떡국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매생이는 국으로 끓이는 것 말고도 다양한 요리에 무궁무진하게 활용 가능한 식재료다. 앞으로 컵밥, 쌀국수, 매생이빵, 매생이분말을 이용한 라떼, 아이들 이유식 등 여러 음식에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재료로 활용해서 매생이 제품을 출시하고자 한다.

잡화점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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