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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반죽'해서 사탕 만들어요"..'캔디메이커' 박병권 씨

조회수 2020. 6. 30. 14: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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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에 위치한 가게 ‘모아새’에서는 한 청년이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그 모습에 저절로 시선이 가는데요.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귀여운 모양의 사탕을 직접 만들고 있었습니다.


공장에서 만드는 줄 알았던 사탕을 수제로 만든다는 사실이 놀라워 과정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색을 넣은 설탕 반죽을 쌓아 하나로 합치고, 합친 반죽을 늘려 단면을 자르니 아기자기한 모양의 사탕이 만들어졌습니다.


눈앞에서 사탕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보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는데요. 먹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만족시킨 ‘캔디 메이커’ 박병권 씨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모아새'의 수제 캔디들 | 정수정 동아닷컴 인턴 기자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망원동에서 수제 캔디 가게 '모아새'를 운영하는 캔디 메이커 박병권입니다."


- 캔디 메이커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실 캔디 메이커라는 직업 자체가 세계적으로 흔하지 않습니다.


캔디 메이커는 이름 그대로 사탕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재료 준비부터 디자인, 딱딱한 사탕이 되기까지의 과정 모두 제 손을 거쳐야 하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하다 보니 신경 쓸 것이 많고 체력적인 부분을 요구합니다.


그래도 사탕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분들을 보면 뿌듯합니다.”

'모아새' 가게 내부 모습 | 정수정 동아닷컴 인턴 기자

박병권 씨는 ‘수제캔디를 어떻게 만들지?’라는 궁금증을 해소 시켜주는 듯 가게 외관을 투명한 유리로 선택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유리 벽을 통해 사탕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데요.


그 모습도 신기하지만 ‘모아새’라는 가게 이름 역시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왜 가게 이름을 '모아새'라고 지었을까요. 박병권 씨는 “모아새는 날개가 없어 날 수 없는 새입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새였죠. 지금은 인간의 욕심 때문에 멸종했지만요. 창업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는데 그때 제 처지가 모아새와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가게 이름을 ‘모아새’로 결정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오픈하고 일 년 동안 저희 가게의 슬로건은 ‘누구든지 자신의 분야에서 날개를 가져 날기를 바란다’였습니다. 그런데 문득 ‘굳이 날개가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것 또한 욕심이 아닐까,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은은한 향, 단 맛

다양한 모양과 맛, 눈과 입이 즐겁다! | 정수정 동아닷컴 인턴 기자

-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모양이 눈길을 끄는데요.


“귀여운 모양의 디자인을 할 수 있었던 건 고객님들 덕입니다. 저는 주로 고객들의 추천을 받아서 디자인하고 있어요. 저보다 감각이 좋으신 것 같아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추천을 받았으니 디테일한 부분을 살리는 건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캐릭터의 형태와 표정처럼 특징적인 부분을 살리려고 노력합니다.


디자인 추천을 받지 않을 때에는 ‘핀터레스트’라는 페이지를 활용합니다. 톡톡 튀고 재밌는 이미지들이 많거든요. 보면 저도 모르게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그렇게 떠올린 캐릭터를 사탕에 적용시킬 때도 있어요. 이것저것 도전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하트 모양 스테인드글라스 사탕 | 모아새 인스타그램(@moabird_official)

- 애착이 가는 사탕 디자인을 꼽자면 어떤 것이 있나요?


“모든 부분을 제 손으로 만들다 보니 애착 안 가는 제품이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하나 선택하자면 ‘하트 모양 스테인드글라스 사탕’이 가장 애착이 가네요.


스테인드글라스 사탕에 빛을 비추면 빛이 사탕을 투과해 색을 띠게 되는데요. 영롱한 모습을 보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해서 힘들 때도 있지만 힘든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는 말도 있잖아요.(웃음)”

사탕을 만들기 위해 손으로 반죽하고 있다. (설탕물을 실온에 두어 살짝 굳히면 점성이 생겨 반죽할 수 있다) | 정수정 동아닷컴 인턴 기자

모아새의 수제캔디는 일반 캔디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또, 사탕을 많이 먹으면 건강이 우려될 수 밖에 없는데 건강적인 면을 고려한 사탕이 있는지 궁금했는데요.


박병권 씨는 “수제 캔디와 일반 캔디와의 가장 큰 차이는 생산 방식입니다. 저는 적은 양의 캔디를 만들어요. 여러 번 만들어야 하지만 다양한 맛을 낼 수 있고 갓 만든 사탕을 고객분들께 전할 수 있죠”라고 답했습니다.


“사탕은 기본적으로 설탕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건강만을 고려할 수는 없습니다. 오시는 분들께도 재료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말씀드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탕의 주재료가 설탕이기 때문에 조금씩 드시는 편이 낫습니다’라고요.”

색을 입힌 반죽들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 | 정수정 동아닷컴 인턴 기자

- 일을 하면서 힘드셨던 점은 없었나요?


“저희 가게는 공간이 정말 협소합니다. 규모가 작다 보니 구경하는 분과 구매하시는 분의 동선이 겹칠 때가 많았죠. 그때마다 구매하시는 분들이 곤란을 겪었는데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구매하시는 분만 (가게) 입장 가능합니다’라는 운영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가게의 운영 방식에 불쾌감을 느끼는 분들이 계세요. 저도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모두의 혼선을 줄이고자 한 선택이니까 조금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세심한 가게 내부 인테리어 | 정수정 동아닷컴 인턴 기자

- 캔디 메이커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 인생의 모토는 ‘변함없는 태도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예전엔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만 했다면 요즘엔 하트 모양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요.

나중엔 실력을 더 쌓아서 사탕 안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처럼 명화를 넣어 보고 싶습니다.


명화는 채색이 다양해요. 그래서 그림의 색을 찾고 ‘아! 이거 그 명화구나’ 할 정도로 조화롭게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조금씩 연습할 계획이에요. 저만의 숙제 같은 거죠(웃음)"


- 마지막으로 이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사탕 만드는 일을 진심으로 대하는 마인드. 그게 제일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제 캔디의 매력은 정성이거든요. 캔디 메이커는 정성 어린 사탕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아 참, 화상이나 뼈관절 건강도 유의하세요.(웃음)”


정수정 인턴기자 d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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