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에 어울리는 '중고거래 자판기' 만든 사람들

조회수 2020. 6. 26. 15: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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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는 종종 ‘중고거래 경험담’이라며 슬픈 사연이 올라오곤 합니다. 물건은 보고 사야 한다며 직거래를 신청했더니 약속 장소에 거래자는 나오지 않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니 사진과는 다른 제품이 눈앞에 와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어이없고 뼈아픈 사기까지. 직거래든 온라인 거래든 중고거래를 하면 난감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런 중고거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회사가 있습니다. 언택트 시대를 예견이라도 했는지 ‘비대면’ 중고거래 플랫폼을 들고나왔는데요. 거래자와 직접 만나지 않고 제품을 살펴볼 수 있는 중고거래 자판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요? 비대면 중고거래 플랫폼 ‘파라바라’ 김길준 대표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여의도 CGV 파라박스. 사진=파라바라 제공

-파라바라는 어떤 회사인가요?

"파라바라는 중고거래 자판기인 ‘파라박스’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 중고거래 플랫폼입니다. 파라박스는 앞면과 옆면이 모두 투명합니다. 판매자가 파라박스에 물품을 넣으면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다양한 각도에서 물품을 살펴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여의도 CGV, 신촌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2층에 파라박스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7월 중순에는 파라바라 앱도 출시됩니다.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파라바라는 연세대 창업팀에서 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팀원들과 어떻게 뭉치게 되셨나요?

"여준수 팀원과는 군대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전역하고 대학에서 우연히 같은 수업을 듣게 돼서 창업까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신현민 팀원은 제 고교 동창입니다. 사업에 대한 생각이 잘 통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파라바라에 합류했습니다. 현재는 개발자 한 분까지 모셔서 총 4명이 파라바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택트 시대와 딱 맞는 사업 아이템

왼쪽부터 신현민 팀원, 여준수 팀원, 김길준 대표. 사진=파라바라 제공

수많은 분야 중에서 중고 거래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물음에 김 대표는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 답했습니다. 코로나 19 사태에 대한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인지, 비대면 거래 서비스를 도입하게 된 배경도 밝혔는데요.


"저렴하게 게임기와 게임팩을 구입하고 싶어서 직접 중고거래를 해봤던 경험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직거래를 위해서 낯선 곳에 가야 했는데, 제가 덩치도 있는 성인 남성임에도 무섭고 불안했습니다. 그때 중고거래에 개선할 점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김난도 교수가 쓴 <트렌드 코리아> 책에서 처음 ‘언택트’(Untact)를 접하면서 '비대면 거래' 아이디어를 얻었는데요. 중고거래의 불편함은 대부분 대면 거래 중에 발생하기에 아예 비대면으로 바꾸면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대학생들의 쉽지 않았던 창업 도전기

왼쪽부터 김길준 대표, 신현민 팀원. 사진=파라바라 제공

창업 초기, 사업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시제품을 만들어야 했던 ‘파라바라’.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생 청년들에게는 시제품 제작도 부담이었습니다. 자금 문제부터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하는데요.


"파라바라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기능제품) 모델을 만들 때 모든 작업을 다 직접 해결했습니다. 처음으로 코딩도 해보고 기기 부품 조달 및 설계까지 모두 저희 손을 거쳤습니다.


MVP 모델 제작 공간이 여의치 않아 여준수 팀원의 아파트 복도를 작업실로 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3시간씩 잠을 자며 2주 만에 제품을 완성했습니다. 그때 신현민 팀원이 본인의 퇴직금을 쾌척해 준 덕에 큰 힘이 되었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네요."


-파라박스 설치 허가를 받기도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어렵게 기기를 제작하고 나니 기기를 설치할 장소가 없어 애를 먹었습니다. 한여름에 따릉이를 타고 관공서 100여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설치를 문의하니 돌아오는 답변은 하나같이 안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차선책으로 7장의 손편지를 강남구청 민원함에 넣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강남구도시관리공단에서 도움을 주셔서 *강남스포츠문화센터에 파라박스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강남스포츠문화센터가 코로나 19로 임시 휴관 중이라 해당 파라박스 운영은 하지 않습니다. 

잠실역 7번 출구 앞, 파라 박스 테스트 현장. 사진=파라바라 제공

중고거래 자판기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이용에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겨 김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판매가 되지 않으면, 판매자가 설정한 가격이 내려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판매자가 중도에 판매 취소를 할 수 있나요?


“파라박스에 등록한 물품은 언제든 회수가 가능합니다. 수수료는 판매가 완료되는 경우에만 발생하기에 가격 하락이 부담되신다면 언제든 무료로 회수해 갈 수 있습니다.”


-7월 중순에 출시 예정인 앱은 어떤 서비스를 지원하나요?

“파라바라 앱은 내 주변에 있는 파라박스의 위치를 알려 줍니다. 판매자는 앱을 통해 파라박스 칸이 얼마나 비어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구매자는 파라박스에 등록된 물품을 앱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별도의 채팅 없이 언제든 물품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낯선 사람과의 만남, 갑작스러운 거래 불발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중고거래가 일상이 되는 그날까지

첫 구매자와 찍은 사진. 사진=파라바라 제공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뿌듯함도 상당하다고 답한 김길준 대표. 기억에 남는 고객과의 일화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강남스포츠문화센터의 한 판매자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플리마켓을 주로 이용하시던 분이었는데, 파라바라를 아신 뒤로는 한 달에 30-40만 원을 판매하실 정도로 파라박스를 자주 찾아주셨습니다. 파라박스는 대면 거래의 수고스러움을 덜면서도 제값에 물건을 판매할 수 있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파라박스에서 판매한 금액으로 아들딸한테 맛있는 음식 한 번 더 사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껴요”


그분께서 하신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인데요. 저희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보람차고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파라바라의 목표는?

"파라바라는 운이 좋게도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기기 제작으로 막막할 때 연대 기계과의 자랑, ‘현호 형’ 도움으로 무사히 기기를 만들 수 있었고 현재는 ‘청년창업사관학교’와 ‘연세대학교 창업지원단’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여러 난관을 헤쳐나가는 중입니다.


많은 분의 마음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더욱 성장해서, 파라바라를 통한 중고거래가 일상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장민지 동아닷컴 인턴 기자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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