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잡화점

아픈 아기 있는 집 앞에서 ‘기도’하고 간 택배기사

망토 없는 영웅

191,373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직업이란 없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더 진가가 빛나는 직업을 꼽자면 배달업 종사자들을 빼놓을 수 없겠죠.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 강도 높은 봉쇄가 이어지고 있는 지역에서는 자가격리 가정에 생필품을 배달해 주는 택배기사들의 역할이 더욱 더 중요한 상황입니다.


배달을 기다리는 집은 많고 일할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택배기사들은 그야말로 숨 돌릴 시간조차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든 와중에도 어려움에 처한 가족을 위해 집 앞에서 짧게 기도하고 간 택배기사가 현관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사진=유튜브 'KTVB' 채널 영상 캡처

미국 아이다호 주 남파 시에 사는 피어슨 씨 부부는 태어난 지 8개월 된 아들 루카스와 함께 철저한 자가격리 생활중입니다. 


루카스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약해 부모로서는 더욱 코로나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인 우유나 분유는 넘기기조차 힘들어 액체를 걸쭉하게 만들어 주는 특수 점도증진제를 타서 먹여야 하는데, 식료품점에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으니 인터넷 쇼핑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택배가 없었더라면 루카스는 식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부부는 늘 물건을 배달해 주는 택배기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현관에 쪽지를 붙여 두었습니다. “아픈 아이가 있어 밖에 나가지 못합니다. 오직 인터넷 쇼핑으로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사야 합니다. 기사님이 우리 아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계십니다”라는 감사의 쪽지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2일(현지시간), 여느 때처럼 루카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하고 기다리던 부부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밖에 택배 차가 도착하는 기척이 나서 현관 카메라를 보니 택배기사가 묵념하듯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습니다. 피어슨 부부가 붙여 놓은 쪽지를 읽고 짧은 기도를 올리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아내 라켈 씨는 현지 방송 KTVB와의 인터뷰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왜 저러고 서 계시나 했는데, 그 분이 성호를 긋더라고요. 깜짝 놀라 남편에게 ‘세상에, 저 분 기도한 거야!’ 라고 외쳤습니다.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신 거예요. 가슴이 찡하고 무어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감동받았습니다.”


영상 속 택배기사는 짧은 기도를 마친 뒤 택배 차로 헐레벌떡 달려갔습니다. 남편 데렉 씨도 “요즘 얼마나 바쁘시겠어요. 힘든 일과 중에도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  선한 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부부는 택배기사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쳐 가는 시기에 깊은 감동을 주는 이 영상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영상 속 택배 기사도 곧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존 고객서비스에서 일하는 모니카 살리나스 씨였습니다. 

살리나스 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그저 제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피어슨 부부 집에 종종 배달을 오던 그는 현관에 붙은 쪽지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아기와 부모가 모두 건강하게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기도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본인도 격무에 시달리며 피곤할 텐데도 진심으로 남을 염려해 준 살리나스 씨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미국 시민들도 감동했습니다. 알고 보니 살리나스 씨는 전부터 친절한 서비스로 칭찬이 자자했다고 하네요. 


네티즌들은 “아무도 안 볼 때 남을 위해 기도한다는 건 정말 선량한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 “이런 분들이 있기에 힘을 얻는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지금,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이기적 행동을 해 걸림돌이 되는 사람도 있지만 살리나스 씨처럼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진심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의 어두운 면도 밝은 면도 모두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면 우리는 어느 쪽에 서야 할까요.


이예리 기자 dlab@gmail.com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