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 진로 결정, 11년째 '한우물' 파는 청년 도예가

조회수 2020. 4. 28. 16: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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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에는 수많은 도예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한 청년 도예 작가를 만났다. 도예가로서는 흔치 않은 젊은 나이이지만, 이미 11년 째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고.


도예 학과를 졸업하고, 도자기 회사를 다녔던 작가는 개인 공방을 차린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이제는 자기만의 도자기 브랜드를 만들어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 청년에게 도자기란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도자기를 꾸준히 해올 수 있었는지 그 생각이 궁금해졌다.

안녕하세요. 물레성형 기법을 이용해 다양한 생활식기를 만들고 있는 도예작가, 김윤삼입니다.

삼작소는 공방과 브랜드 이름으로, 제 이름을 모티브로 삼아 '삼이의 작업장'이란 뜻으로 지었습니다. 도자기 작업의 모든 것이 이뤄지는 저만의 작업장이라는 의미예요.

어린 나이에 도자를 업으로 결정했습니다.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중학생 때부터 이미 현실을 깨달았어요(웃음) 공부를 잘했던 것이 아니었기에,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기술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시 학교 전공이 12가지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도자기에 끌려서 지원했어요.


처음 수업부터 도자기 만드는 것을 접했는데, 그 모든 과정이 행복했어요. 그때 ‘도자기를 통해 남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망설임 없이 도예가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고 지금도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로고볼/ 컬리버

도자기의 종류가 다양한데 생활식기를 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도자기의 범위는 아주 넓어요. 다도에 사용하는 차 도구도 있고, 오브제, 조형 등에 집중하는 분도 있고, 건축에 이용하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가장 원초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식기에 집중했어요. 물론 처음부터 생활식기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어요. 원래는 좀 더 예술적인 도자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죠.


그런데 도자기 회사를 다니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회사에서 생활식기를 만들었거든요. 만드는 쪽이나, 사용하는 쪽이나 다들 일상에서 쓰는 생활식기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일상적으로 쓰임이 있고 행복을 줄 수 있는 그릇을 만들기로 했어요.

삼작소 공방에 전시 된 작품들 / 김강호 기자

화려한 색과 문양보다는 소박하고 담백한 질감과 무채색의 표현이 느껴집니다.


저는 선을 가장 중요시해요. 그리고 그 선이 드러날 수 있게 하는 것은 화려한 색이나 문양이 아닌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본질적인 형태만 아름답다면 다른 요소를 더 넣지 않더라도, 그릇 자체의 선과 모습도 잘 드러나고 충분히 고유의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색깔 역시 검정, 흰색, 회색 등 아주 기본적인 색을 선호합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색이 담고 있는 담백한 감성이 마음에 들었어요. 질감도 자연스러움을 표현하고 싶어 인위적인 문양보다는 점토를 빚으면서 표면에 나타나는 모래 알갱이와 자연스러운 흔적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요.


작품 중에는 표면에 유약을 바르지 않은 것도 있어요. 유약을 바르면 매끄럽지만, 유약을 바르지 않으면 점토 고유의 질감을 느낄 수 있어요. 이것을 더 좋아하는 분도 많아요. 딱히 화려한 것을 싫어한 것은 아니었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까 어느새 이렇게 저만의 작업 스타일과 표현이 자리잡은 것 같아요.

갓볼 / 컬리버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소요시간은?


항상 작업 시작 전에 책상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한 시간 정도 인터넷을 뒤지거나, 골똘히 생각을 하면서 어떤 디자인을 할지 고민을 해요. 디자인을 정하는 데에는 보통 3일 정도 걸려요. 다시 그것을 실제로 물건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테스트하는 데에 일주일이 걸리고, 완전한 작품으로 나오기까지는 한 달이 걸립니다.


실제 작업에 들어가면, 처음에 기계로 작업할 흙을 뽑아요. 도자기의 기본인 흙과 유약의 종류도 상당히 다양한데, 제게 맞는 흙과 유약을 찾기 위해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어요. 흙만 해도 7~8개월 걸렸죠. 그렇게 찾아낸 것이 '흑토'에요. 이 흑토를 그대로 사용하면 검은 작품이 되지만, 유약 작업에 따라 흰색도 되고, 회색이 되기도 해요.


그 흙을 물레로 돌려 형태를 만들고, 하루 이틀을 건조해요. 그리고 가마에서 850도까지 올려서 초벌을 해서 수분을 제거합니다. 2~3일 후에 유약을 발라 재벌하는데, 이 작업도 역시 2~3일이 소요돼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릇에 샌딩이라는 후작업을 거쳐 표면을 다듬어 마무리해요. 이렇게 보면 전체적으로 2~3주가 소요됩니다.

물레 돌리는 김윤삼 작가 / 컬리버

상당한 집중과 인내가 필요할 것 같아요.


도자기를 제작할 때에는 굉장한 집중력이 필요해요. 특히 물레에 앉아 오래 시간을 보내야 하거든요. 잡념이 있으면 안 돼요. 수작업이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돼도 선이 망쳐질 수가 있어요. 그래서 컨디션 관리에 신경 쓰는 편이에요. 술도 자주 안 마시려고 노력합니다(웃음) 작업할 때는 마음을 바로잡고 내가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자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근육이 꽤 있으신거 같은데요. 따로 운동을 한건지, 도예작업이 상당한 근력이 필요한가봐요.


따로 특별히 운동을 하는 편은 아닌데, 그렇게 보였나요(웃음) 사실 도자기하는 분들은 다들 아는 것인데, 도자기 작업은 상당한 체력을 요구합니다. 


저는 특히 물레를 하잖아요. 물레를 하면 많은 흙을 다룬다는 점에서 팔힘이 꽤 들어가요. 사실 물레는 체격이 좋을수록 수월해요. 특히 큰 도자기를 만들 때에 유리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도자기를 알리는 김윤삼 작가 /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서 삼돌이로 활동중이신데요. 도자 작업과 크리에이터 생활을 겸하기 어려울텐데 꾸준히 하고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도자기를 하면서 강의를 몇 번 나갔었는데, 도자기를 제대로 배워볼 형편이 안되는 아이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이 이렇게 영상으로라도 접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저도 소통을 하면서 함께 성장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본인의 장점은?


무엇보다 제 장점은 패기라고 생각해요. 저는 상당히 일찍 이 일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어요.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넘치죠. 하지만 어린 만큼, 무시받기도 한다는 단점도 있어요. 어딜가도 겉모습 때문에 그냥 직원으로 오해도 많이 받았고, 그 나이에 무엇을 하겠냐는 말도 들은 적이 있어요.


지금은 관계를 쌓아가면서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진정성도 인정받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유튜브를 하는 이유 중에도 겉모습보다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어요. 앞으로는 나이보다 도자기에 대한 저의 열정과 진지함을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

유약 바르기/ 컬리버

1인 작가를 고민하는 후배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사실 저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할 위치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원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일단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너무 재지 말고 그냥 좋다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쉽지 않겠죠. 현실적인 것도 다 고려해야 하고요. 하지만 너무 그런 것만 생각하고 살면 슬프지 않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복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너무 남들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았으면 해요. 처음에 생각했던 것,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이어나간다면 결국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학생 시절에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주위에서 물레가 수익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죠. 하지만 끝까지 물레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물레를 돌리는 게 너무 행복했거든요. 그래서 꿋꿋이 했고, 지금까지도 잘 해왔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 이 인터뷰는 핸드메이커와 문화 솔루션 기업 컬리버가 함께 기획 취재하였으며 스몰컬쳐 매거진 人文:想 에서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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