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헐렁하면 일도 헐렁하게 한다고? '꼰대'와 '요즘애들' 사이

조회수 2020. 4. 17.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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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막내: “안녕하십니까~!”

본부장: (캐주얼 데이라지만 너덜너덜한 청바지에 ‘쓰레빠’라니. 저래가지고 일은 제대로 할까?)

본부장: “김 팀장, 이리 와봐.”

팀장: “예?”

본부장: “막내사원 옷이 말이야. 그래도 회사인데 캐주얼 데이라도 어느 정도 격식은 있어야지.”

팀장: (저 정도는 괜찮은 것 아닌가? 그래도 거슬려 하시니 어쩔 수 없지) “네, 알겠습니다.”


#2

팀장: “아무리 캐주얼 데이라도 지나치게 자유로운 복장은 눈치껏 피합시다.”

막내: “넵…” (친구들은 찢어진 청바지에 샌들 신고도 잘만 회사 다니던데, 이럴 거면 차라리 확실한 기준을 알려주지. 눈치껏 입으라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많은 기업들이 ‘캐주얼 데이’를 도입했지만 진짜 편한 옷차림으로 다녀도 되는 분위기인 회사는 그리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직장인 1만 3000명 실태조사를 기초로 심층면접을 거쳐 ‘직장 내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복장 등에 관한 회사의 행동지침이나 규칙에 공감한다’는 항목에 40대는 69%, 50대는 81.2%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20대와 30대는 절반 수준인 53.9%, 55.8%만 긍정했습니다.


‘출근시간보다 일찍 회사에 도착해 업무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40대와 50대는 각각 61.8%, 75.8%를 기록했지만 2030세대의 경우는 40%대에 그쳤습니다. 윗세대에게 당연한 것을 아랫세대 두 명 중 한 명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셈입니다.

4050그룹
“옷차림 하나 못 챙기는데 일인들 꼼꼼할까?”
“9시 출근은 9시까지 오라는 게 아니라 9시에 업무를 시작하라는 뜻”
2030그룹
“단정한 복장의 기준이 뭔가? 솔직히 리더 기준에 거슬리는 것 뿐 아닌가? 잡스도 청바지 입고 일 잘했는데 그건 왜 문제삼지 않나?”
“30분 일찍 출근하면 30분 일찍 퇴근해도 되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속감과 적응 vs. 만족감과 빠른 성장

업무 방식에서도 세대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20대 사원은 “요즘은 예전 같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져 10년 후 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빨리 성장해 남든, 나가든, 내보내지든 살아갈 수 있게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비전 없는 ‘잡일’만 맡긴다”고 불평했습니다. 


반면 한 50대 간부는 “개인이 아닌 체계적 조직의 일원으로서 적성보다 적응이 중요한데, 처음엔 의욕이 충만했던 신입이 단순 업무에 불만을 품고 입사 2년 만에 퇴사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대한상의의 실태 조사에서 ‘조직이 부여한 일이라면 묵묵히 수행해야 한다’고 답한 2030세대는 20.9%였습니다. ‘단순·반복 업무도 기꺼이 수행할 수 있다’는 2030세대 역시 21.6%에 그쳤습니다. 아랫세대 10명 중 2명만이 주어진 업무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수행하는 셈입니다.


또한 ‘일을 잘하고 싶다’, ‘일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2030세대는 90%를 넘었지만 ‘일에서 재미나 성취감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성장에 목마른 아랫세대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설명을 통해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소통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직장의 리더가 업무 기여도를 설명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31.9%에 머물렀습니다.

조직 경쟁력 낮아서 갈등 심화돼

‘리더들이 업무 시작 시점에 추진 방향과 예상 결과물을 명확하게 지시하는가’라는 질문에는 20대의 40.7%, 30대의 31%만이 긍정적으로 답했습니다. 40대의 경우에도 ‘그렇다’고 답한 이는 37.7%에 불과했습니다. 


‘조직의 업무 관행이 합리적인가’라는 물음에 긍정한 이들은 모든 세대에 걸쳐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리더가 상대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응답률도 전 세대에 걸쳐 절반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대한상의는 ‘윗세대는 두루뭉술하게 일을 가르치는 관행 속에서 직접 길을 찾아낸 지도(Map) 세대여서 자기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답’을 지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아랫세대는 합리적으로 명확한 지시를 바라는 ‘내비게이션 세대’이기에 현실감이 떨어지는 설명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아울러 직장 내 세대 갈등을 심화하는 근본 원인은 낮은 조직 경쟁력에 있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조직 경쟁력을 측정하는 지표인 합리성(100점 만점에 44점), 역동성(44점), 공정성(24점), 개방성(20점), 자율성(39점)을 모두 낮게 평가했습니다. 세대별 편차도 크지 않았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로 인정하지 않으면 갈등 해소 어려워

대한상의 보고서는 ‘윗세대와 아랫세대가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익숙함을 당연함으로 강요하는 조직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세대 갈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사내 규범에 대한 생각 차이를 세대차이로 만들지 않으려면 암묵적 규범을 명시적 기준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구성원 간 소통과 합의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세대 갈등을 넘어서려면 피상적인 리더십 교육이 아니라 조직의 체질을 ‘가족 같은 회사’에서 ‘프로스포츠구단 같은 회사’로 개선해야 한다고도 제언했습니다. 프로팀의 운영 공식인 ‘선수가 팀을 위해 뛸 때, 팀은 선수가 원하는 것을 준다’는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박준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조직의 지향점을 ‘프로팀’처럼 하면 리더는 프로팀 코치와 같은 역량을 갖추려 할 것이고, 팔로워는 프로 선수처럼 팀에 공헌해 인정받으려 할 것”이라며 “결국 일하기 좋으면서도 경쟁력 있는 조직이야말로 모든 세대가 바라는 좋은 직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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