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화수목' 출근한다는 '뉴닉' 에디터를 만나보았다

조회수 2020. 3. 21.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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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

2018년 여름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뉴스레터 서비스 뉴닉이 내세우고 있는 문구입니다. 뉴닉은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고는 싶지만, 신문 볼 새 없이 바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뉴스를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현재 14만 명의 '뉴니커(뉴닉 구독자)'에게 시사 이슈 뿐만 아니라 환경, 문화 젠더 이슈 등 다양한 주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업무를 고민해야 해서 말 그대로 24시간이 모자란 느낌이에요."


뉴닉 에디터는 편집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월수금 아침에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작성하는데요. 뉴스레터를 쓰지 않는 날에는 펀딩을 받기 위해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외부 필진과 함께 글을 쓰거나, 오디오와 같은 새로운 매체도 고민합니다. 뉴닉의 에디터 사이먼(이하 쌈)과 또니(이하 또니)를 만나 직접 들어봤습니다.

출처: 권혁성PD hskwon@donga.com

Q. 뉴스 에디터로 일하면서 느끼는 점

쌈) '기사는 쓰기 나름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기존 신문과 방송 기사는 정해진 틀이 있어서 조금의 창의성은 발휘할 수 있어도 기본적인 형식을 깨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뉴스레터에 들어가는 글은 너무 길어지지만 않는다면 그 안에서 형식을 바꿀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뉴스를 작성할 때 처음 글을 쓰는 사람도, 나중에 피드백을 주는 사람도 '독자가 이해하기에 가장 직관적인가?', '한눈에 보고 이해가 되는가'를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요. 그래서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형식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Q. 뉴스 에디터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또니) 잘 묻고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이슈를 다룰지 정할 때 서로 묻고 답해가며 정하거든요. '하루에도 중요한 이슈가 수십 개씩 나오는데 왜 하필 이 이슈를 알아야 할까요?'부터 시작하는 거죠.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혼자 모니터만 보고 글을 쭉 써가는 게 아니라 언제든 편하게 다른 에디터와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이 정도만 설명하면 너무 어려워요? 아니면 너무 쉬워요?'부터 '이 드립 조금 노잼인가요?' 같은 것도 서로 물어봐요. 그리고 그에 대한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반영할 줄 알아야 하고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기획 단계에서 열심히 준비했어도 내부에서 반응이 없으면 과감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요.


쌈) 소비자로서의 눈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 같아요. 이건 저 자신에게도 수시로 하는 말인데요.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만 생각하다 보면 생각의 틀에 갇히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는 늘 뉴스를 보고, 지금 어떤 일이 왜 화제가 되고 있는지 알지만 모든 분이 저와 같지는 않잖아요. 뉴스레터를 만들 때도 이 뉴스를 누군가 처음 본다는 생각으로 쉽고 친절하게 쓰려고 합니다.


출처: 권혁성PD hskwon@donga.com

Q.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일을 하시나요?

쌈) 우선 저희가 만드는 뉴스레터로 인해 누구도 상처받지 않기를 원해요. 뉴스는 기사에 들어가는 용어 하나로 인해 당사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독자에게도 불편함을 줄 수 있어요. 다른 매체에서 '논란'이라는 키워드를 붙이며 자극적으로 이슈화할 때, 저는 최대한 당사자와 독자들에게 불편함이나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두 번째로는, 재미를 추구해요. 뉴스가 재미있으면 관심도가 더 높아지더라고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도 체스 한판을 두는 게임처럼 비유를 하고, 이낙연 전 총리와 정세균 전 의원이 물러나는 것도 마치 스토브리그에서 선수 교체하는 것처럼 트레이드 카드에 비유하기도 했고요.


월수금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나면 다른 회사와 다르게 금요일이 휴일입니다. 이날은 뉴스에 주목하기보다는 마음을 환기하고 뉴스 외의 다른 곳에서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쌈) 주로 금요일에 제 취미 생활을 즐기는데, 그것도 일종의 업무 연장선인 것 같기는 해요. 저는 일주일에 최소 1편의 영화는 보는 영화광인데요. 때로는 영화 자체나 사회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엮여서 뉴스가 되기도 해요. 그 예로 기생충이 있죠. 사람들이 많이 보고, 공감한 영화는 드립의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기생충의 '다 계획이 있구나' 같은 명대사나 겨울왕국 II의 '인 투 디 언 노운' 같은 게 떠오르네요. 영화를 보면서 최근 이슈가 되는 문화 코드는 뭐가 있을까, 핫한 표현은 뭐가 있을까를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출처: 권혁성PD hskwon@donga.com

사이먼과 또니는 뉴스 에디터로 일하면서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겉핥기식 뉴스'라고 답했습니다. 어떤 사안이 있을 때 최근에 일어난 사건만 다루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를 같이 다루려고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뉴닉은 라디오 콘텐츠 '신종 코로나 정보 방송'을 시작하기도 했는데요. 앞으로는 현재 진행하는 뉴스레터를 쉽고 재미있게 유지하면서도 이슈 별로 나눠 깊고 넓게 다루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합니다.

출처: 권혁성PD hskwon@donga.com

Q.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 것 같으신가요?

또니)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인 글쓰기를 계속하면서, 제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를 바라고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한 번쯤 고민하게 하는 에디터가 되고 싶어요. 꼭 '환경 보호를 하자', '나무를 심자'라는 캠페인이 아니더라도요. 환경 문제로 인한 경제 정책, 정치 논쟁, 기업 마케팅을 분석할 수도 있고, 날카로운 비판을 할 수도 있겠죠. 지금은 세상을 더 날카롭게 보는 법, 더 잘 전달하는 법을 갈고 다듬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뉴닉이 롱런하기 위해 나가야 할 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에디터 사이먼은 "뉴스레터는 뉴닉의 첫 번째 상품이고, 아직 도전할 수 있는 길이 많은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동아닷컴 진묘경 인턴기자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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