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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스트레스 풀려고 '웃긴 짤' 만들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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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차 카피라이터 오하림 씨(31)는 2014년부터 '내가 광고회사 힘들다 그랬잖아'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페이지에는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하는 '짤(인터넷상 웃긴 사진)' 콘텐츠가 6년째 올라온다.


특히 2015년 올린 '야매 광고 용어'는 히트를 쳤다. 광고 업계 은어와 선배의 말에 담긴 ‘진짜 의미’를 해석한 콘텐츠이다. 광고인이 아니어도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다.

이 페이스북 페이지는 현재 4만7000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채널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책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로 발간했다.


책에도 광고인의 공감을 부른 내용이 가득하다. 업계 특성상 홍보팀, 유통팀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피드백을 조율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 일은 연차가 쌓여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광고주의 피드백 메일을 저승사자 보듯 무서워하는 그림은 왠지 '웃픈' 감정을 불러온다.

출처'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오하림 작가의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한 계기는 무엇인가 

"이전 디지털 광고회사에 다닐 때 화가 나는 일이 조금 많았다(웃음). 당시엔 연차도 낮고 제 능력도 부족해서 여러모로 힘든 시기였다. 그때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승화하기 위해서 친구와 주고받은 자체 제작 짤들이 있다.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워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제가 워낙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보는 스타일이라 재미있는 드립을 보면 콘텐츠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난다. 대개 온라인에서 유명한 드립을 패러디하는 식이다. 파워포인트로 가내수공업 하여 내놓는다. "


팔로워는 어떤 분들인가

"광고회사에 재직 중인 분들이 많다. 넓게는 디자인, 마케팅 분야도 있다. 기억에 남는 팔로워는 해외에 거주하는 분들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 광고회사에 다니는 분들이 많아 이야기를 나눴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들 똑같이 힘들구나’ 싶었다. "

출처'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페이지 운영자라는 사실을 주변에서도 아나

"일부러 숨긴 적은 없다. 말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 뿐이다. 예전에 회사 동료가 ‘이 페이지 드립 너무 찰지지 않냐’라고 말하는 상황이 있는데 일부러 제가 운영한다는 걸 말하지 않고 속으로 웃으면서 즐긴 적은 있다.(웃음) 전 직장 사장님은 제가 이 페이지를 운영한다고 하니 너무 좋아했다. ‘디지털을 이렇게 잘 활용하는 직원이 우리 회사에 있다니!’ 하면서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쿨한 회사였던 것 같다. "


최근에 책까지 냈다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라는 책이다. 제목은 제가 좋아하는 취업사이트 카피이기도 하다. 광고인의 애환을 다루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힘들다’를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래도 우리는 잘 달리고 있다’를 말하고 싶었다."


출처'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책에 재미있는 ‘짤’이 많다. 직접 만들었나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가 너무 괜찮은 일러스트를 발견했다. 며칠 구독을 하다 보니 운영자분도 광고회사에 다니는 것 같아 연락을 했다. 그분이 책에서 그림을 담당한 '조자까(필명)' 님이다. 역시나 비슷한 업계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분께 그림을 부탁하고 저는 글을 맡아서 함께 책을 낸 거다.


제가 콘티를 넘기면 그분이 제대로 그려주는 방식이었다. 이것도 직업병인데 저는 평소에 열받는 일이 생기면 에버노트에 적어둔다. 이 메모를 각색해서 그림으로 제작하는 거다. 그러니까 책에 나온 '짤' 대부분은 제 경험에서 나온 거다. 특정 회사나 인물을 겨냥하고 쓴 건 아니다.


조자까 님을 처음 발견했을 때 팔로워가 몇 백 명 이었는데 지금은 팔로워 6만 명의 인기 페이지가 됐다. 제가 로또 맞은 거다. 출간 일주일 만에 2쇄를 찍었는데 조자까 님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출처'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콘텐츠를 보면 광고인들의 애환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광고계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뭔가

"페이스북 페이지는 누구를 탓하기 위해 시작한 게 아니다. 광고 예산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은 광고주와 고퀄리티 작품을 만들고 싶은 광고회사가 충돌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같으나 충돌이 있으니 스트레스가 생기고, 그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는 싫고... 우리끼리 웃으면서 스트레스나 풀어보자는 게 취지였다."


책에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걱정을 안고 살아간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더라. 그 부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또한 요즘 퇴사가 유행 키워드가 되고 퇴사자의 용기에 손뼉 쳐주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매일 출근하는 사람에게는 그러지 않는다. 매일매일 살아가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는 우리 스스로에게 손뼉 쳐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도 달리는 당신에게 언젠가 좋은 패스는 날아갈 거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성격상 민망해서 말하지 못했던 내용을 웃음 코드 속에 살짝 숨겨놨다. 웃음과 함께 제 마음이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 "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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