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쳐서 돈 버는 꼴 못 본다" 팬들이 신변 걱정하는 고발 유튜버

조회수 2020. 3. 6. 13: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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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심업체 고발, 두렵지만 안 할 순 없다"
"사기 쳐서 수십억 해먹어도 영업정지 1개월...이러니 정직하게 사업하던 사람들도 점점 눈이 돌아가는 것"

'절대 익명 보장, 정체를 궁금해 하지 않겠음'. 유튜버 '사망여우'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가장 먼저 강조한 내용이다. 사망여우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업체들을 '참교육' 하겠다는 모토로 활동하는 유튜버로, 신원 보호를 위해 늘 정수리까지 다 가려지는 여우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허위·과대광고로 사람들을 속이는 업체, 그리고 그런 불량업체들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노출시켜 피해를 키우는 크라우드펀딩 중개플랫폼이 그의 주요 비판 대상이다. 


중국에서 싼 값에 파는 제품을 떼어다가 직접 개발한 것처럼 꾸며 팔거나, 다른 회사 자료를 베껴다가 상품소개서를 만드는 등 다양한 비양심 사례를 밝혀내는 그를 보며 시청자들은 응원과 함께 조심하라는 당부를 보낸다. 업체를 대놓고 '저격'하는 고발성 콘텐츠 특징 상 소송이나 협박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망여우 본인은 어떤 마음으로 영상을 만들고 있을까. 그와 이메일로 대화를 나눴다.

유튜브 '사망여우' 채널 영상 캡처

“정직한 업체만 바보 되는 현실 잘못됐다”

닉네임을 하필 사’망’여우라고 지은 이유를 묻자 그는 허위과대광고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허위과대광고로 수백억을 벌어도 시정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다 설령 광고정지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해도 이미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타격이 크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소비를 해 줘야 유지된다. 허위과대광고는 소비를 부추긴다. 그렇게 생각하면 허위과대광고 처벌 수위가 낮은 이유도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는 게 스스로 화가 나기도 한다. 이런 이중성을 담아 사망여우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어 그는 “원래 사막여우라는 동물을 좋아하기도 했다. 귀여운 사막여우가 ‘사망’ 여우로 발음된다는 이중성도 재미있게 느껴졌다. 허위과대광고를 근절(사망)시키고 싶다는 마음도 담았다”고 덧붙였다(참고로 사망여우의 상징인 독특한 가면은 해외 사이트에서 유료로 판매하는 도안이라고).

- 원래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인가.

“평소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기는 하다. 주변인들 중 일부는 내 채널을 아는데, (비양심업체 고발콘텐츠를 만든다는 걸 알고) ‘너 답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


-비판할 업체를 선정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는지, 자료조사나 영상 편집은 전부 혼자 다 하는지

“특별히 정해 놓은 기준은 없지만 일단 조사했을 때 객관적인 자료가 충분하면 영상 제작을 진행한다. 영상은 거의 혼자 다 만드는데 마지막 검토와 피드백은 대부분 아내가 해 준다.”


- 시청자 입장에서는 사망여우 개인이 너무 큰 짐을 짊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시 위협을 당하거나 한 적은 없는지. 스트레스 받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궁금하다.

”악플이나 ‘고소하겠다’는 이메일 말고는 아직 실질적 위협은 없지만 사실 매일 두렵다. 스트레스 받을 때는 아내와 대화를 한다.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 아내 덕이 크다.”

유튜브 '사망여우' 채널 영상 캡처

“크라우드펀딩은 쇼핑이 아니라 투자”

크라우드펀딩이란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조달이라는 뜻의 펀딩(funding)을 조합해 만든 단어로 온라인에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2011년부터 프로젝트 후원, 기부, 소액대출과 같은 형태로 시작되었으며 2016년부터는 개인 투자자가 플랫폼 업체를 통해 투자하는 증권형 방식도 도입되었다.


여러 펀딩 방식들 중 후원-리워드형(이하 리워드형)은 여럿이서 자금을 보태 공연주최, 제품개발 등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뒤 자신이 참여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보상(리워드)으로 받는 방식이다. 리워드형 펀딩은 현재 와디즈, 텀블벅과 같은 중개플랫폼을 통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사망여우는 “크라우드펀딩은 분명 좋은 시스템이지만 비양심업체들이 끼어들 여지도 크다”며 플랫폼의 방만한 운영태도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간에서 수수료만 챙기지 말고 사기 업체들을 확실하게 검증해 걸러낼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 크라우드펀딩 시스템의 장점과 단점은?

“크라우드펀딩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나는 주로 리워드형을 다룬다. 크라우드펀딩은 아이디어를 갖고도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회사가 효과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다. 문제는 이게 쇼핑이 아니라 투자 개념인데도 현재 대부분의 펀딩 중개 사이트들이 쇼핑몰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진짜 쇼핑몰이라면 엉터리 물건을 샀을 때 소비자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지만 크라우드펀딩은 투자 개념이기 때문에 보호받기가 어렵다. 문제가 생겼을 때 서포터(펀딩 참여자)들은 손해를 본다. 뒤늦게 펀딩금액 반환 등 서포터 보호정책이 시행됐지만 아직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이런 점은 크라우드펀딩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 피해를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을까.

“최소한 자체 기술로 직접 제조해서 펀딩에 참여하는 제조업체와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유통업체를 구분해서, 유통업체가 해외 등지에서 사다가 유통시키는 제품은 소비자보호법 적용을 받게 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보호받기 어렵다. 단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제품을 샀다는 이유로 소비자보호법 적용을 못 받는다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크라우드펀딩 중개플랫폼 이용자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은? 

“너무 많지만 우선 하나만 꼽자면 프로젝트 새소식에 어떤 내용이 올라오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프로젝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자주 확인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마감 전날에는 봐야 한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가 받게 될 리워드에 변경은 없는지 알 수 있다.”


그는 매 영상마다 ‘안녕하세요’대신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를 덧붙이며 시작한다. 공익에 이바지하려는 의도로 만든 영상이지만 본인의 고발로 인해 해당 업체 관계자들이 생계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에 그 점은 같은 사회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이유다. 


왜 인간적인 죄책감과 스트레스를 견디면서도 꾸준히 고발영상을 만들고 있을까. 그는 “사실 어렵고 거창한 것은 잘 모르겠다. 그저 업체들이 정직했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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