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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환자 어머니 위해 만든 ‘무설탕 과자’로 창업성공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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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빵을 즐기는 가족. 어머니는 빵으로 아침식사를 준비했지만 정작 본인은 당뇨병 때문에 식빵 4분의 1쪽으로 맛만 본 뒤 채소로 배를 채워야 했습니다. 설탕을 빼고 저칼로리 재료로 과자를 만드는 ‘설탕없는 과자공장’은 딸 오세정 대표(32)가 그런 어머니를 위해 세운 회사입니다. 

설탕없는 과자공장’의 간판 제품인 무설탕 저탄수화물 스콘의 반죽을 잘라 들어 보이는 오세정 대표. 그는 “당뇨 때문에 설탕을 먹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달콤한 간식을 안심하고 즐길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얘기해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외가에 당뇨병 가족력이 있어요. 중년이 되면 저도 위험할 텐데, 온 가족이 빵과 과자를 너무 사랑하니 불안했죠. 보람 없이 바쁘기만 했던 회사 생활을 멈추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왜 일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습니다.”


의류업체 마케팅 기획자로 일하던 오 씨는 해외 출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무설탕 초콜릿을 트렁크 가득 사왔습니다. 어머니처럼 단맛을 그리워하는 당뇨병 환자들이 많으니 수요도 적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2015년 덜컥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경기 김포에 창고를 빌려 미국산 무설탕 초콜릿 수입유통업을 시작했지만 1년 만에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항공편으로 조금씩 들여오다 보니 관세 운송비 홍보비를 떼면 적자였습니다. 초콜릿 작은 봉지 하나가 8000원대로 비싸니까 판매도 부진했어요. 그래도 기죽지 않았습니다. 무설탕 디저트 시장이 커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실패한 까닭이 분명하니까 개선할 방향도 또렷이 보였습니다.”

틈틈이 제과기술을 배운 오 대표는 수입해 온 무설탕 과자의 성분분석표를 꼼꼼하게 살폈습니다. 몸에서 쉽게 배출되는 저칼로리 감미료인 에리스리톨, 말티톨, 알룰로스, 스테비아가 많이 쓰이고 있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작은 제과점을 열어 설탕 대신 저칼로리 감미료를 넣은 과자를 직접 구워 팔았지만 이 두 번째 사업도 2년 만에 실패로 끝났습니다. 감미료 수입업체가 없어 식품공학연구소 등에서 비싸게 사야 하는 게 맹점이었습니다. 제품가격 절반이 재료비로 나갔고 팔아도 남는 것이 없어 손익분기점만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오 대표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아당뇨병을 앓는 아이의 어머니가 어떻게 수소문하셨는지 멀리서 KTX를 타고 와서 과자를 잔뜩 사가셨어요. 그러더니 맛있게 먹는 아이 사진과 함께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 주셨죠. 처음으로 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소비자에게 다가갈 방법을 잘못 설정했다고 판단한 오 대표는 2018년 과자가게를 접고 서울 관악구에 널찍한 ‘과자공장’을 차렸습니다. 소개서와 제안서를 보낸 온라인 판매처들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서서히 입소문을 탔습니다.


지난해 초까지 혼자 일하던 오 대표는 이제 직원 10명과 함께 일합니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둔 딸을 염려하던 아버지도 당뇨로 고생하는 친구들에게 ‘딸이 만든 과자’를 자랑스럽게 권합니다.

설탕없는 과자공장을 대표하는 과자는 밀가루 대신 콩가루 또는 아몬드가루를 사용해 탄수화물을 줄인 ‘무설탕 저탄수화물 스콘’입니다. 오 대표는 “오븐만 있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다. 비슷한 조리법을 내건 후발업체들이 생긴 뒤 저칼로리 감미료를 구하기 쉬워졌고 가격도 내려갔다”고 말했습니다.


회사 이름 때문에 오해를 받곤 하지만 설탕이 나쁜 재료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오 대표. 그는 “단 음식은 좋아하지만 당뇨 때문에 설탕을 먹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것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자기 몸 상태를 파악하고 양을 조절하며 먹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해요. 이 일을 할수록 ‘어떤 재료는 무조건 몸에 좋고 어떤 재료는 무조건 나쁘다’는 시각이 위험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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