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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1만장 손으로 주워…뮤지컬 무대 뒤 스태프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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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자동화 장비, 영상, LED패널 등 다양한 장치가 도입됐지만 공연예술은 여전히 아날로그 최후의 보루라고 불립니다. 일감을 덜고 안전성을 높이려 도입한 자동화 장치도 사람 손은 따라가지 못합니다. 매 공연마다 변화무쌍한 무대의 호흡과 ‘감’을 기계는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뮤지컬 ‘빅 피쉬’를 공연하는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을 찾아 스태프의 하루를 재구성했습니다. 공연예술이 아날로그라면 무대 뒤는 ‘리얼 아날로그’입니다. 스태프들은 공연 7시간 전부터 무대를 쓸고 닦고 장비와 의상을 손봅니다.

100여 명의 스태프와 배우가 합을 맞춰 연출한 1막 ‘수선화 프러포즈’ 장면. 무대 위에 떨어지는 꽃잎의 양을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 처음에는 기계를 사용했다. 하지만 공연 속도에 맞춰 효과를 내기 위해 스태프 한 명이 도르래를 돌리며 꽃잎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바꿨다. CJ ENM 제공

오후 1시


“세트 이상 없습니다!”

“다시 한 번 가볼게요”


매주 진행하는 무대 메인터넌스(보수점검)을 위해 스태프 20여 명이 모입니다. 스태프들은 가로 36m, 세로 30m, 높이 9.5m의 무대를 사방으로 오가며 혹시 모를 문제점을 찾습니다. 무대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틈새에 걸린 소품이나 먼지까지도 찾아냅니다. 공연에 사용되는 모든 세트와 소품을 점검하며 빨리감기하듯 모든 장면을 시연합니다. ‘쇼 크루’라 불리는 무대 전환수들은 공연 중 세트를 순간 이동시키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됩니다.


오후 2시 30분


‘빅 피쉬’의 백미인 1막 ‘수선화 프러포즈’ 장면. 스태프 4명이 무대 양 옆쪽에서 무대 바닥을 끌어당기면 가운데 벌어진 틈 사이로 노란 수선화 꽃밭이 펼쳐집니다. 직전 공연에서 뿌린 꽃잎을 다음 날 공연에 사용하기 위해 스태프가 이를 주워 담습니다. 


빗자루, 걸레, 봉투는 물론이고 바닥 작은 틈새에 낀 꽃가루도 일일이 없애기 위해 청소기를 씁니다. 방염 처리된 약 1만 장의 진짜 꽃잎을 뿌리기에 훼손된 꽃잎은 수시로 교체합니다.

오후 3시


배우를 따라다니는 핀 조명 등 400여 개의 조명을 모두 가동하고, “오케이” 신호가 떨어질 때까지 조도를 계속 바꿉니다. 배우 머리 위까지 내려오는 조명 세트도 많아 추락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오후 4시


평소 제일 먼저 공연장을 찾는 의상팀의 시간입니다. 이들은 땀에 전 의상을 깨끗하게 되돌려 놓는 긴급 세탁·수선의 달인입니다. 겉옷은 평균 주 1회, 티셔츠와 속옷은 매일 세탁합니다. 리허설을 포함해 100회가 넘게 공연하면 의상 수선은 필수입니다.


오후 6시


분장팀이 바빠집니다. 극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살리려면 짙고 동화 같은 분장이 필수입니다. 배우 22명의 얼굴에 각양각색 화장을 입힙니다. 배우가 의상 안에 착용한 마이크의 작동 여부도 이때 살피게 됩니다.


오후 6시 30분


뮤지컬의 핵심은 음향이죠. 음향팀은 마이크, 오케스트라 악기 송출, 악기 튜닝까지 매일 체크합니다. 공연 중 안개 특수효과를 담당한 스태프는 드라이아이스를 으깨 ‘포그(안개)머신’ 안에 넣어둡니다.

오후 7시 30분 


일명 ‘하우스 오픈’. 관객이 입장합니다. 쇼 크루가 1t 무게 첫 장면 무대 세트를 무대 중앙으로 옮기면 준비는 끝납니다. 모든 스태프가 파이팅 구호를 외친다. “이야기의 힘으로 가자 저 하늘 끝까지! 빅 피쉬!”


오후 8시


막이 오르면 160분이 흘러갑니다. 관객이 모두 퇴장하면 휑한 무대 위로 몇몇 스태프가 다시 모여 “오늘 합이 괜찮았다. 전환 템포가 좀 빨랐다”라며 평가합니다.


“공연은 톱니들이 하나하나 맞물린 명품 시계입니다. 스태프는 돋보이는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일을 할 뿐이죠.” (이종훈 제작감독)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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