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배워가던 '배달의민족' 기업 문화, 유지될까?

조회수 2020. 1. 18.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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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회사 딜리버리히어로와 인수합병을 결정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한편 우아한형제들은 ‘가족친화 우수기업’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는 등 뛰어난 기업문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사 구조에 따라서 직원들의 근무환경 또한 변할 수 있는데요. 인수합병 후에도 이러한 복지제도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우아한형제들에는 직원들의 건강, 고민, 컨디션 등까지 챙기는 ‘피플실’이 있습니다. 채용을 담당하는 일반적인 인사팀과는 다릅니다.


지난 12월 19일 우아한형제들 ‘피플실’ 직원들을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만났습니다. 

출처: 안연주 실장.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피플실 안연주 실장은 “인사팀을 꾸리기 전부터 (구성원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부서보다는 애정을 가지고 케어하는 조직이 있으면 좋겠다고 대표님이 제안을 하셔서 2013년에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봉진 대표는 임직원에게 ‘버킷리스트’를 받아 목록화하고 순차적으로 해결하고 있는데요.


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에는 ‘우아한 버킷리스트’가 적혀있습니다. ‘월요일 오후 출근! 주 4.5일제 운영!’ ‘출산휴가를 부담 없이 쓰고 싶어요’ ‘어린이집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등입니다. 이 중 월요일 오후출근과 주 4.5일제, 부담없는 출산휴가는 현실화되었으며 다른 계획들도 실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회사는 제도가 현실화 되고 꾸준히 유지될 수 있도록 전담팀을 꾸렸습니다. 2명으로 시작한 피플실은 현재 15명까지 늘었습니다.

예비 엄마·아빠 전담으로 케어하는 직원까지
출처: 이다민(왼쪽), 전상혁.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쌍둥이 출산 후 피플실로 복직한 이다민 씨는 임산부 직원을 돌보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임신부를 위한 두 시간 단축근무 제도가 있어요. 퇴근할 때 눈치 보지 않도록 자리로 찾아가서 퇴근을 독려하고 해당 조직장께도 단축근무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임신부 아내를 둔 직원이 정기검진에 함께 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자녀의 재롱잔치, 운동회 등이 있으면 연차가 소진되지 않는 특별 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이다민 씨는 “임신과 출산이 당연한 일인데 이로 인해 생기는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에 다니는 구성원만큼은 그런 일을 경험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요일 오후 출근... 가족 생일엔 4시 퇴근
출처: 우아한형제들 피플실 블로그

우아한형제들은 월요일 오후 출근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은 아이를 직접 등원시키거나 여유롭게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출근할 수 있다고 하네요.


본인, 가족 생일에 4시에 퇴근할 수 있는 ‘지만가(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안연주 실장은 “진짜로 가도 되나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조직장께 미리 알려드리는 시스템을 만들어 놨다”면서 4시가 지나도 퇴근하지 않으면 피플실 직원이 자리로 가서 퇴근을 독려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주 35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는 “일을 짧게 하자가 아니라 불필요한 야근, 괜히 상사 눈치 보느라 하는 야근을 없애는 취지다. (결국은)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들이기 때문에 성과 못 내면 다 없어질 제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잡담’을 경쟁력이라고 생각
출처: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우아한형제들은 ‘잡담’을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며 적극 권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유로운 소통을 위한 장치들도 여럿 보였습니다.


자유롭게 이동하며 이야기할 수 있도록 데스크톱 대신 노트북을 쓰고 사무실 곳곳에는 스툴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업무공간에는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일부러 화이트노이즈를 발생시켜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하네요. 대화를 더 편하게 하고 싶다며 음악 소리를 더 키워달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주 CEO와 직원들이 30분씩 이야기하는 ‘우수타’도 운영하는데요. 이곳에서는 ‘엘리베이터 너무 느립니다’ ‘변기 고쳐주세요’ 식의 민원도 환영한다고 합니다. 


‘귀한 시간 내서 모인 건데 이런 질문까지 답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안 실장은 “이런 소소한 이야기에 대답하지 않으면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거고 또 변기 막히는 문제 역시 중요한 문제라고 대표께서 답변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직원들 '표정'으로 성과 평가 받아요
출처: 우아한형제들 피플실 블로그

피플실은 인사평가를 어떻게 받냐는 질문에 안 실장은 “대표님이 구성원들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하시더라. 즐겁게 자기 일을 하고 잘 지내는 것(이 평가 기준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피플실 전상혁 씨는 동료 간 소소한 이벤트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로 지친 구성원이 있다는 제보를 받으면, 동료들과 함께 응원 쪽지를 붙인 음료수를 선물하는 식입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하더라도 ‘잘 보이려고 하는 거라고 오해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있었어요. 여기서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너무 좋습니다.”(전상혁 씨)

출처: 우아한형제들 피플실 블로그

복지제도를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 사내로 찾아오는 기업도 많다고 합니다. 삼성, 기아, LG 등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배워갔습니다. 안 실장은 “소소한 부분에서 감동을 하신다. 사내를 탐방하다 보면 ‘이렇게까지 챙기는구나’ 싶은 부분들이 있다. 그런 부분을 왜 고민하게 됐고 어떻게 운영하는지 많이 물어보신다. 사내탐방 후에 피플팀을 만들었다고 한 회사도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피플실은 CEO 직속 부서인데요. 우아한형제들 매각이 완료되는 시점부터 김 대표가 CEO에서 물러나고 김범준 부사장이 CEO를 맡습니다.

출처: 우아한형제들 피플실 블로그

매각 후에도 이러한 문화가 유지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안 실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갑자기 알려진 이 부분에 걱정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엊그제죠. 한 시간 반 동안 대표님, 신임 대표님이 되실 분이 구성원들 질문들 다 받고 일일이 대답을 해주셨어요. 피플실이 CEO 직속부서니까 대표님이 바뀌면 지금까지 쌓아놨던 것들이 조금 변하지 않을까 고민을 하는데 새롭게 CEO가 되실 김범준 대표님도 저희 조직문화를 워낙 잘 이해하고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계셔서 크게 걱정은 안 하고요. 많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달라지지 않기 위해서 피플팀이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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