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임신부 구한 경찰차 '모세의 기적'
갑자기 진통이 찾아온 임신부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경찰관과 시민들 덕에 새 생명이 무사히 태어났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9시경 충북 진천에서 청주로 가는 도로에 순찰차 한 대가 경광등을 켜고 달렸습니다. 그 뒤로는 진천군 진천읍에 사는 신건수 씨(33)와 출산을 앞둔 아내 김경진 씨(33)가 탄 차량이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순찰차 조수석에 탄 진천경찰서 상산지구대 소속 이덕명 경위(50)는 장문을 열고 주변 차량들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덕분에 신건수 씨는 순찰차가 열어주는 길을 막힘 없이 달릴 수 있었습니다.
진천에서 청주까지는 20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50분 이상 걸리는 거리입니다. 마침 중간지점에 있는 오창사거리에 공사가 진행 중이라 차가 막히면 1시간 넘게 걸릴 때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경찰차 도움 덕에 신 씨 부부는 20분 만에 청주시 율량동의 한 산부인과에 도착했습니다. 차량뿐만 아니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시민들도 선뜻 길을 내 주었습니다. 분만실로 들어간 김 씨는 오랜 시간 진통하다 다음 날인 성탄절 0시 38분에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출근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로부터 진통이 시작됐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상황이 워낙 급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경찰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산부인과에 무사히 갈 수 있었습니다.” (신건수 씨)
“더없이 기쁘고, 당시 도움을 주신 운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김경진 씨)
부부의 차량을 산부인과까지 인도한 이 경위는 동아일보에 “원래 관할 경계까지 이동한 뒤 청주쪽 순찰차에 인계하는 게 원칙이지만 상황이 워낙 급박해 상부에 설명한 뒤 청주까지 안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운전자들이 홍해의 기적처럼 길을 내어 줘 고마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 경위는 “세상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가 예쁘고 건강하게 잘 크기를 바란다”며 “경자년(庚子年) 한 해 동안 모든 분들에게 ‘채호의 탄생’과 같은 작은 기적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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