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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영문 번역가 “'맘충' 번역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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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 지 3년이 넘어서도 여전히 관심을 모으며 17개국 출간이 확정된 ‘82년생 김지영’.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변두리 아파트에서 세 살 된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 김지영 씨의 이야기가 곧 영미권에도 소개될 예정입니다. 


2020년 2월에는 영국 사이먼앤슈스터 출판사에서, 4월에는 미국 노턴 출판사에서 ‘Kim Jiyoung, Born 1982’ 라는 이름으로 출간됩니다. 사이먼앤슈스터는 ‘독창적이면서 타협하지 않는 이 책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이후 가장 중요한 한국 소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진 제공 · 제이미 챙

‘82년생 김지영’의 영문 번역은 번역가 제이미 챙(37)이 맡았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2015년부터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소설 속 김지영과 같은 1982년생 여성이자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기도 합니다. 그간 번역한 한국 작품으로는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 박수용의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등이 있습니다.


제이미 챙은 주간동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내가 모르는 내 주변 여성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82년생 김지영’ 미국판(왼쪽)과 영국판 표지.

“김지영은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지나가는 사람에게 ‘맘충 소리를 듣습니다. 열심히 살아왔고 살고 있는데 타인의 눈에 벌레로 보이는 삶은 어떤 것일지 이 책을 계기로 처음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문장이 짧고 간결하기에 번역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는 소설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맘충’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없는 말이라 영어로 번역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엄마’와 ‘벌레’가 결합된 이 단어를 그는 고심 끝에 ‘Mum-roach’로 번역했습니다. 엄마(Mum)와 바퀴벌레(Cockroach)를 합친 말입니다. 


제이미 챙은 “영미권 독자들이 Mum-roach에서 혐오의 뉘앙스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포스터.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여성과 성소수자의 닮은 점을 찾는다면?


“6세 때 이민을 가 11세에 돌아왔고, 16세 때 또다시 한국을 떠났습니다. 한국, 싱가포르, 미국에서 자랐어요. 처음 외국으로 나간 6세 이후 스스로 내가 주류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다시 이민을 가서도 계속 겉도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피부색이 달라서, 언어가 서툴러서, 적응하는 과정이라서 그런가 보다’ 했지요.


그런데 소설을 통해 김지영을 만난 이후 ‘당신은 비교적 덜 중요한 사람이다’는 메시지를 집, 학교, 직장에서 지속적으로 전달받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내가 받아왔던, ‘당신은 우리와 다르다’와는 또 다른 메시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아실현을 위해 애쓰는 고단한 삶, 그 노력이 주는 울림이 꽤 오래 지속됐습니다.”

어느 대목에서 영미권 독자들이 반응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두 구절을 꼽고 싶습니다. 우선 어린 시절 김지영이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는 엄마의 얘기를 들은 대목이요.

‘어머니는 자신의 인생을, 김지영 씨의 어머니가 된 일을, 후회하고 있었다. 길게 늘어진 치맛자락 끝을 꾹 밟고 선 작지만 묵직하고 굳건한 돌덩이. 김지영 씨는 그런 돌덩이가 된 기분이었고 왠지 슬펐다.’

그리고 직장인이 된 김지영에게 여성 팀장이 하는 말도요.

‘앞으로 내 커피는 타주지 않아도 돼요. 식당에서 내 숟가락 챙겨주지 말고, 내가 먹은 그릇도 치워주지 말아요. (중략) 여자 막내들은 누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귀찮고 자잘한 일들을 다 하더라고. (중략) 왜 여자들은 알아서 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친정엄마와 죽은 대학 동창 등 가끔씩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말하는 김지영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는 ‘산후우울증에서 육아우울증으로 이어진 매우 전형적 사례’라고 진단합니다. 


소설 속 김지영은 일을 그만두고 ‘집에 갇혀’ 맘충 소리를 듣는 자신을 비관하고, 영화 속 김지영은 다시 일하고자 시도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합니다. 전형적인 ‘한국형 경력단절 여성’ 김지영에 대해 제이미 챙은 “영미권 여성도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상 많은 엄마가 ‘아이는 사랑스럽지만, 엄마로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 때문에 죄책감도 느끼지요. 여성들은 ‘자아실현’과 ‘엄마 되기’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내적·외적 갈등을 느낍니다. 김지영도 그렇고, 세계 다른 여성들도 그렇습니다.”


제이미 챙은 “소수자 서사가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가 ‘82년생 김지영’을 계기로 나와 다른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듯, 이러한 책들이 많은 독자를 만나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이해를 넓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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