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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목욕탕의 추억, 기억하고 계십니까

조회수 2019. 10. 2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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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리모델링 바람..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

어린 시절 중요한 주말 일정 중 하나였던 목욕탕. 커다란 욕탕에서 첨벙대며 놀고, 목욕 후에는 바나나우유를 마시며 꿀맛을 즐기기도 했죠. 추억의 장소인 대중목욕탕은 2000년대 이후 쇠퇴기를 맞으며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소박한 대중탕 대신 으리으리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사우나와 스파, 찜질방이 들어섰습니다.

출처: [사진 제공 · 문화장, 지호영 기자]
실내를 오픈형으로 꾸민 대구 중구 동성로 ‘문화장’. ‘행화탕’의 인기 메뉴인 ‘반신욕라떼(오른쪽)’와 ‘행화에이드’.

점점 사라져 가는 대중목욕탕 공간이 새롭게 변신하고 있습니다. 리모델링을 거쳐 카페, 갤러리, 쇼룸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입니다.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 뉴트로, 즉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이 인기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연기획자이자 목욕탕을 개조한 복합문화예술공간 ‘행화탕’의 서상혁 대표는 “중장년층에게는 따뜻한 추억을 되살려주고 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갬성’이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중”이라 설명했습니다.

출처: 지호영 기자
서울 마포구 ‘행화탕’에 장식된 목욕탕 관련 소품(위)과 빈티지한 매력이 돋보이는 외관.

오래된 목욕탕에서 차 마시고 전시 보고


예술문화 전문가들은 목욕탕을 카페, 전시관으로 만들었습니다. 서울 마포구 ‘행화탕’과 대구 중구 동성로의 ‘문화장’이 대표적입니다. 1958년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행화탕은 아현동 지역민의 사랑방이었으나 2008년 폐업한 이후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6년 문화예술콘텐츠랩 ‘축제행성’이 카페와 갤러리공간을 포함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시켰습니다.


“몸의 때를 미는 목욕탕에서 마음의 때를 미는 예술공간으로 콘셉트를 전환한 것”(서상혁 대표)


“회사가 근처라 종종 찾는다. 카페에 앉아 있으면 추억 여행을 떠나는 기분”(김모 씨)

출처: [사진 제공 · 문화장]
예술적 감성이 풍기는 ‘문화장’ 외관.

대구 동성로 카페 겸 갤러리 ‘문화장’의 슬로건은 ‘커피와 예술로 나 오늘 목욕합니다’입니다. 여관과 목욕탕을 함께 운영하던 45년 역사의 ‘청수장’을 리모델링했습니다. 여관 겸 목욕탕이라는 특이한 구조 때문인지 2~3층에는 낡은 욕조가 많았다고 합니다.


청수장 박찬영 부관장은 “2층은 대중목욕탕 콘셉트의 오픈 갤러리로, 3층은 여관방의 독립 욕조방들을 아틀리에 콘셉트로 꾸몄다”고 설명했습니다.


문화장 곳곳에는 여러 작가들의 예술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3개월마다 작품이 교체됩니다. 사진 촬영도 가능해 SNS 인증샷 성지로도 유명합니다.

출처: 산지천 갤러리 홈페이지
산지천 갤러리

업무, 쇼핑공간으로도 활용


제주 제주시 중앙로3길에 있는 ‘산지천 갤러리’도 옛날 목욕탕과 여관을 리모델링해 만든 공간입니다. 1970년대 세워진 ‘녹수장’과 ‘금성장’ 여관 두 곳을 연결했습니다. 금성장에서 목욕탕이었던 부분이 문화공간 ‘코워킹스페이스’로 바뀌었습니다. 이곳에서는 편하게 커피를 마시며 쉬거나 소규모 회의를 할 수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 있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쇼룸은 1959년부터 50여 년 간 운영되던 ‘중앙탕’을 리모델링해 만들었습니다. 옥색 타일벽 등 목욕탕이었던 공간의 흔적을 살피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출처: [사진 제공 · 젠틀몬스터]
‘중앙탕’을 개조한 서울 종로구 계동 ‘젠틀몬스터’ 쇼룸.

과거 모습을 완전히 바꾸지 않고 특색 살려


이렇게 목욕탕을 리모델링한 공간들은 완전히 ‘뜯어 고치기’ 보다는 원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려 노력합니다. 삶의 흔적과 추억이 묻어 있는 목욕탕은 따뜻한 옛 감성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10겹 넘게 겹쳐 붙어 있던 45년 된 벽지를 20일 동안 50명이 직접 손으로 뜯으며 살려냈습니다. 덕분에 ‘문화장의 벽은 마치 벽지를 손으로 뜯으며 형성된 지도처럼 보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지요.” (박찬영 부관장)


노후된 건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목욕탕 재생은 환경친화적이라는 면에서도 환영받습니다. 현대 건축의 세 가지 주요 요소인 유리, 철, 시멘트는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환경을 위협하는 쓰레기가 되기 쉬운 소재들입니다. 도시에 남은 오래된 건물을 부수지 않고 재생하면 그만큼 건축 폐자재도 적게 발생됩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활발합니다. 전남 순천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을 역임한 이동희 순천대 건축학부 교수는 “오래된 목욕탕처럼 구조적으로 문제 없는 건축물을 재생하려는 ‘리노베이션’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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