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갈아넣었다..33세 고깃집 사장님의 하루

조회수 2019. 8. 29. 17: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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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가명·33)씨는 1년 5개월 전 장사를 시작한 뒤 이틀밖에 쉬지 못 했습니다. 새벽까지 일하고 집에 들어와 지친 몸을 뉘여도 서너 시간 만에 눈이 떠지곤 했습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경 쓸 것들이 많아서 예민해진 탓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다 쏟아부어 차린 고깃집…일주일에 74시간 일해


새벽까지 일하고 아침 7시에 눈을 떠 곧바로 가게로 향한 이 씨. 고기를 받아 냉장고에 정리하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고 가게에서 2분 거리인 집으로 돌아와 누웠지만 한 시간 만에 눈이 떠졌습니다.


오픈 두 시간 전인 오후 3시에는 다시 가게로 출근합니다. 이 씨는 직원을 두지 않고 혼자 고기를 손질합니다. 서빙 아르바이트생만 몇 명 씁니다. 정기 휴무일은 없습니다. 이렇게 1주일간 74시간을 일합니다.


이 씨는 지난해 4월 전재산을 쏟아부어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시작했습니다. 첫 직장에서는 군대식 문화에 적응하지 못 해 퇴사했고, 계약직으로 들어간 다음 회사에는 정규직 전환이 안 됐습니다. 


세 번째로 입사한 기업마저 사정이 나빠지자 이 씨는 PC방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창고에서 쪽잠을 자며 가게를 꾸리다가 잠깐 샤워하러 집에 간 사이 아르바이트생이 손님과 시비가 붙었고, 그 뒤로는 아주 잠시 가게를 비우는 것도 불안해졌습니다. 


고깃집을 연 지금도 이 씨는 하루 종일 가게에 붙어 있습니다.

워라밸 없는 자영업자의 삶


59m²(약 18평) 남짓한 가게 임차료는 월 300만원. 월세를 생각하면 하루 쉬기도 망설여집니다. 1년 5개월 동안 이 씨가 쉰 날은 이틀 뿐입니다.


밤 11시 반, 아르바이트생들을 30분 일찍 퇴근시킨 이 씨는 마감시간인 12시까지 텅 빈 가게를 지키다 뒷정리를 시작했습니다. 0시 35분에야 가게를 나선 그는 가게 근처의 집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요즘 길 건너 상권이 흥하면서 우리 쪽 동네 상권이 죽어간다는 말이 돕니다. 아직은 비교적 잘 되는 편이지만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7개월 뒤 가맹점 계약이 끝나는데, 그 뒤에도 여기서 장사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미혼인 이 씨의 유일한 낙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축구 시간입니다. 잠 잘 시간을 쪼개서 사람들을 만나 축구를 즐긴다는 이 씨. 그는 “지금은 워라밸 없이 일만 하고 살지만 나중에 결혼하면 가족과 놀면서 지내고 싶다”며 “젊을 때 부지런히 벌어 가족을 편하게 해 주는 게 꿈”이라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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