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밭 갈아엎는 농부의 눈물에..목표 생겼습니다"

조회수 2019. 8. 21. 10: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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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코디네이터' 마레제이 장지연 대표

맛집에 갔을 때 음식 사진을 찍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굳이 SNS에 올리지 않더라도 휴대전화 갤러리에 담긴 사진을 가끔 열어보며 추억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혹자는 음식을 바로 먹지 않고 굳이 사진으로 먼저 남기는 행위를 농담 삼아 한국인의 식사예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음식은 맛있는 게 제일이라지만 맛있는 음식이 보기 좋게 차려져 있기까지 하면 먹는 입장에서 더욱 행복하겠죠.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음식, 먹기 아까울 정도로 정갈하고 고운 음식이 차려진 식탁을 보면 누구나 마음이 푸근해지면서 대접받고 있다는 만족감이 들게 마련입니다. 이렇듯 먹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드는 식탁을 꾸며내는 직업이 바로 푸드 코디네이터입니다.


푸드 코디네이터는 음식을 보기 좋게 차려내는(플레이팅) 것뿐만 아니라 메뉴 개발, 식당 인테리어, 영양소 배분, 식당 경영 조언 등 다양한 활동에 관여합니다. ‘눈으로 맛보는 요리의 즐거움’을 널리 알리고 있는 푸드 코디네이터, 마레제이 장지연 대표를 만나 이 직업의 매력에 대해 물었습니다.

“전공은 미술, 식재료에 반했습니다”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푸드 코디네이터 양성 중인 장지연 대표. 현업, 교육, 외식업 컨설팅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 중인 그는 대학 시절 음식과 상관 없는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물감에 관심이 많았고 다채로운 색감을 사랑했던 장 대표는 미술을 공부하면서도 식재료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기 있는 색깔들에 자꾸 눈이 갔다고 합니다.


때마침 각 음식이 가진 색 별로 영양소도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더 깊이 알고 싶어서 음식 공부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제 2의 인생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예쁘게 차리려면 쉽지 않습니다. 손재주나 미적 감각이 없는 사람도 노력하면 푸드 코디네이터가 될 수 있나요.


사실 미적 감각이 제일 중요하긴 합니다. 타고난 감각, 즉 센스라고 할 수 있죠. 타고난 게 있으면 아무래도 이 쪽 일을 할 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 미적 감각이 부족한데, 아예 일을 못 하나요’하면 그런 건 아니에요.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사례를 많이 찾아보면서 공부하고 노력하면 센스도 점점 좋아집니다.


손재주는 그렇게 필수적인 건 아니라고 봐요. 특수한 기술을 요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아름다운 식탁으로 웃음을 만들어주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제가 얼마 전에 미국 매사추세츠에 있는 홀리오크 요리학교에서 초청을 받았어요. 학생들과 함께 한식을 예쁘게 플레이팅해서 알리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주에서 유명하신 분들도 많이 오셨고, 학교 총장님이나 교장 선생님도 계셨어요.


미국 분들은 한국 음식이라고 하면 단순히 건강에 좋은 음식, 이렇게만 알고 계시더라고요. 건강에도 좋은데 맛도 좋고, 심지어 멋까지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고 근사하게 플레이팅 해서 내놨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들이 ‘한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며 감탄하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도 참 만족스러웠던 경험입니다.

출처: Mare J & the Table

이번에 ‘라우더 TV’와 함께 플레이팅에 초점을 맞춘 영상을 만드셨다고 들었습니다.


보통 요리 영상 하면 요리하는 과정이나 먹는 장면을 찍은 ‘먹방’이 많은데, 플레이팅 영상은 많이 없더라고요. 요리는 맛이 있는 건 당연한 거고, 멋이 좀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와 관련된 영상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전문 코디네이터가 아닌 일반인도 집에서 따라할 수 있는 플레이팅 팁이 있다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 그릇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이왕이면 손님이 오셨을 때 작은 그릇보다는 큰 그릇에 음식을 담아내면 더 멋스럽습니다. 그리고 바질, 로즈마리, 타임 같은 허브를 작은 화분에 키워 놓으면 보기에도 좋고, 음식에 장식을 해 주면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운 플레이팅을 완성할 수 있어요.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푸드 코디네이터가 되어 음식 업계에서 일하길 정말 잘했다며 환하게 웃는 장 대표가 꼽는 ‘최고의 순간’은 바로 남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입니다. 


손님이 뜸해 걱정이라는 레스토랑 사장님의 말을 듣고 직접 찾아가 이것저것 둘러본 뒤 가게 분위기와 메뉴 등 전반적인 개선점을 찾아내 정리했더니 눈에 보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한 달 뒤 가게를 찾는 손님이 확 늘어났고 심지어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성업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는 외식 공간을 아름답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식재료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켜 주고 싶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며 농부의 눈물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전에 생강이 풍년일 때가 있었어요. 생산량이 너무 많아지니 값이 뚝 떨어져서 생강 농사를 지으신 분들이 판로를 못 찾으신 거예요. 직접 농사지은 밭을 뒤집어 엎으면서 우시는 분을 직접 보았습니다. 


그 때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이렇게 좋은 식재료가 그대로 버려지는데 소비자는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시켜서 정말 좋은 물건이 소비자에게 직접 찾아갈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중간 다리가 되는 게 푸드 코디네이터로서 저의 또 다른 꿈입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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