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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 보고 채용? 득보다 실 많은 ‘잠재력 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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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대학 농구선수가 있다. 선수 A는 졸업반으로, 키는 190cm이고 4년 내내 꾸준히 활약하며 평균 20점을 넣었다. 선수 B는 아직 1학년생인데 키가 2m이고 대학 첫해 평균 10점을 넣었다.

이런 경우 미국프로농구(NBA) 구단주들은 대부분 어리고 키가 큰 B를 뽑고 싶어 한다. 잠재력 때문이다. NBA에서는 스무 살도 안 된 대학 1학년생에게 수천만 달러를 주고 데려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4학년까지 충실히 대학 생활을 하면 오히려 열등생 취급을 받곤 한다.

출처ⓒGettyImagesBank

그런데 최근 이런 관행에 대한 반성론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체 조건이나 운동 능력만 보고 어린 선수를 1순위로 과감히 뽑았더니 프로에서 별 활약도 못 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구단도 손해고, 리그 전체의 흥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잠재력 기준의 선수 선발이 실패하기 쉬운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에서 현재 기량이 뒤떨어져 있는 선수가 기량이 앞서 있는 선수를 ‘잠재력을 발휘해’ 따라잡고 뛰어넘는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합리적 기대라기보다는 요행수를 노리는 것이다.


잠재력이라는 말의 의미도 애매모호하다. 대체로 스포츠계에서는 나이가 어릴수록 잠재력이 더 크다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서류상 나이와 신체 나이는 다를 수 있다. 사람마다 신체가 성숙하는 속도가 다르고 정신 연령도 다르기 때문이다. 


또 NBA 선수 3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선수들의 키, 팔 길이, 점프력, 민첩성 같은 신체 조건은 데뷔 후 팀 승리 기여도와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나이 어린 선수들은 베테랑 선수들과의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정신적, 사회적 부적응을 겪는다. 이는 경기력 저하와 성폭력, 마약 남용 등 다양한 사고의 원인이 된다.

출처ⓒGettyImagesBank

사실 잠재력에 대한 선호는 인간의 인지적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 잠재력은 모호한 개념이다. 사람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이미 보여준 성취보다는 아직 드러내지 않은 잠재력에 더 호기심을 느끼고 좀 더 관심을 가진다. 즉, 우수한 성과를 냈지만 궁금할 게 없는 지루한 사람보다 성과가 상대적으로 열등하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스포츠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공동 연구팀이 2012년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채용과 승진, 대학원 합격자 결정, 예술적 재능에 대한 평가, 음식점 방문 의도 등 다방면에서 이런 경향이 발견됐다.

기업에서는 이미 필요한 능력을 갖춘 지원자보다 앞으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 것 같은 지원자를 채용하고, 이미 성과를 낸 사람보다 앞으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것 같은 사람을 먼저 승진시키고 연봉도 더 준다는 말이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스펙이 아니라 잠재력을 보고 인재를 채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실 그동안의 채용 관행이 출신 학교나 토익 점수 같은 평가 기준에 너무 의존해 부작용이 많기는 했다. 또 과거보다는 미래에 일 잘할 사람을 뽑겠다는 취지는 그럴듯하다.

출처ⓒGettyImagesBank

하지만 아직 구현되지 않은 숨은 미래의 직무 역량과 적성을 도대체 어떻게 측정할까? 지금은 좀 부족하지만 앞으로 잘할지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논란과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또 그동안 열심히 ‘스펙’을 쌓았다가 취업에 실패한 취업준비생들의 입장은 어떤가. 죽어라 노력해서 필요하다는 능력을 갖춰 놓았더니 잠재력이 부족해서 자격 미달이라는 판정을 받는다고 생각해 보자. 이보다 기운 빠지고 막막한 일이 또 있겠는가.


입시 위주의 획일화 교육과 무분별한 스펙 쌓기 경쟁에 대한 반감으로 잠재력 중시 선발이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잠재력 맹신은 득보다 실이 많다. 농구에서도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잠재력 위주의 선발, 잠재력 위주의 평가는 인지적 오류에 취약하며 조직원들의 자기계발 의욕 및 근로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이런 사회문화적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신중하게 모색하며 점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 원문: 동아일보 <득보다 실이 많은 잠재력 맹신[DBR](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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