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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집안 '미운 오리' 게임전공자, 수술게임 만들어 대박

조회수 2019. 7. 4. 09: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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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 인생은 실전이라는 말도 있지만 책이나 영상 등으로 간접경험을 하면 실제로 일할 때 도움이 됩니다. 미국 게임회사 레벨Ex(Level Ex) 대표 샘 글라센버그(Sam Glassenberg)씨는 게임으로 현실에서의 능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고민하다 재미있는 게임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수술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습니다.


그는 의사 면허가 없지만 게임에서만큼은 수술 달인입니다. 각국 인사들과 기업가들이 6월 4일 미국 LA에서 개최한 사회혁신회의(Social Innovation Summit)에 참석한 글라센버그 씨는 청중 앞에서 능숙하게 대장내시경 게임 조작을 선보였습니다.

출처: medgadget

2015년부터 게임개발을 시작한 레벨 Ex사는 기도, 위, 호흡기, 심장 등 네 가지 수술 게임을 내놨습니다. 이 게임들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사실적인 그래픽과 구성으로 만들어져 의사와 의대 학생들의 수술 연습에 도움이 됩니다. 각 게임의 목표는 최대한 주변 조직을 적게 손상시키면서 종양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것입니다.


레벨 Ex 사 고문이자 시카고대학 교수인 애트먼 샤아 씨는 “교육과 게임을 결합한 방식이 미래를 이끌게 될 거라 본다”며 “그래픽도 사실적이고 수술 상황 재현도 잘 되어 있어 의사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평했습니다.


첫 게임이 발표된 지 4년 만에 미국 내 40만 여 명의 의료계 종사자들이 이용했다고 합니다. 외과의사 세 명 중 한 명이 앱게임으로 수술을 연습한 셈입니다.


수술은 아주 정교한 손놀림과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이지만 정작 연습할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동물 사체 등 연습 대상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에 칼을 댔을 때와 이미 생명활동이 멎은 시신에 칼을 댔을 때의 반응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수술 게임은 환자를 수술하는 상황에 충실하게 만들어졌기에 실질적 도움이 됩니다.

출처: Level Ex
"의사 집안에서 나만 게임업계 종사...'미운 오리 새끼' 였죠"
출처: MMMNews

글라센버그 씨는 “나는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게임 엔지니어링과 그래픽을 전공한 ‘미운 오리 새끼’였다”며 수술 게임은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마취 전문의세요. 2012년에 ‘좀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걸 만들어 봐라’라고 말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쓸 마취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건 못 만드냐고 하셨는데, 거기서 힌트를 얻어 몇 주만에 게임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아버지와 학생들이 다운로드해 쓰기 편하도록 앱스토어에 ‘iLarynx’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등록해 놓고 잊고 지낸 지 2년. 문득 예전에 만들었던 게임이 떠올라 스토어에 들어가 본 글라센버그 씨는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아무런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10만 명 이상이 게임을 다운로드했기 때문입니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찾아보니 의대 여러 곳에서 자신이 만든 게임을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출처: Level Ex

“그 때 ‘좋아, 분명히 수요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진짜 베테랑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서 전문 의료진들의 도움을 받아 게임을 만든다면 뭐가 나올까 궁금해졌죠.”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수술 또한 의사가 직접 환자의 몸을 들여다보며 칼을 대는 방식에서 화면을 보며 정교한 도구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처치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수술 게임은 이런 패러다임 변화에 잘 들어맞는 셈입니다. 


최근 레벨 Ex사는 미국 심장 연합(American Heart Association·AHA)와 파트너십을 맺고 심장 수술 시뮬레이션 앱 ‘My Cardiac Coach’를 개발해 또 한 번 주목받았습니다. 글라센버그 대표는 의료계가 게임기술 활용 면에서 10년은 뒤처져 있다고 평하며 진짜 환자의 생체반응을 재현한 게임으로 연습하면 수련의들의 숙련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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