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부모님 통장에 매달 용돈 입금하는 회사

조회수 2019. 6. 29.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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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만 해도 인테리어 시장에서 애프터서비스(AS)는 속 끓는 일 투성이었다. 믿고 맡긴 시공사는 2, 3년 뒤면 어김없이 본색을 드러냈다. 마감이 부실하고 건자재에 하자가 발견돼도 ‘바쁘니 나중에 가겠다’며 방문을 미루거나 연락이 끊기기 일쑤였다.


‘왜 인테리어에는 AS가 없을까. 목돈을 들여놓고 힘들어하는 고객이 없었으면 좋겠다.’

○ 돈에 미쳤던 시절…결국 다 잃어


박성민 집닥 대표(44)가 2015년 불혹의 나이에 온라인 인테리어 중개업체를 설립한 이유였다. 사실 그는 창업 전 7번이나 사업에 실패했다. 19살부터 건설 현장에 나가며 인테리어, 분양대행, 시행사로 사업을 키웠지만 100억 원대 부도를 내고 신용불량자가 된 건 찰나였다.

“망하기 전엔 돈에 미쳐있었죠. 달라는 걸 덜 주고 일은 더 시키다보니 결국 돈도 사람도 잃게 되더라고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성공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17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집닥 사옥에서 만난 박 대표는 “실패는 트라우마가 아니라 자산”이라며 7전8기 끝에 길어 올린 창업의 교훈을 풀어놨다. 집닥은 업체 중개를 넘어 ‘AS 3년 보증’ ‘계약 위반 발견 시 재시공’ 등 파격 서비스로 4년 만에 인테리어 비교견적 업계 1위에 올랐다. 2016년 5월 21억 원이던 누적 거래액은 3년 만에 2200억 원으로 뛰었고 월 평균 거래액은 130억 원이 넘었다.

○ 한 번 보고 안 볼 고객? 오히려 끝까지 서비스


“인생에 한 번 할까말까 한 인테리어 특성상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고객에게 AS 해주는 건 수지타산이 안 맞았죠. 하지만 선심과 배려로 시작한 서비스에서 ‘평판이 정말 무섭다’는 걸 느꼈습니다.”

창업 후 1년 정도가 지나자 밑 빠진 독인 줄 알았던 AS가 사람을 부르는 화수분이 됐다. 전에 없던 AS를 맛본 고객들은 친지와 파트너들에게 집닥을 소개했다. 전에 집을 수리했던 고객이 나중에 산 건물의 인테리어를 통으로 맡긴 적도 있다. 프랜차이즈나 기업고객도 늘고 있다.

고객에 대한 진정성은 투자자 마음도 사로잡았다. 자금 고갈로 폐업일자까지 받아놨던 위기도 있었지만 캡스톤, 서울투자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탈(VC)들이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금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투자액은 오히려 늘어나 지난해 말까지 누적 투자유치액은 200억 원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인테리어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신뢰를 앞세운 집닥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셈이다.

○ '인재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업계에 소문난 직원 복지는 인재를 부르는 창구가 됐다. 집닥은 직원 부모님 통장에 매월 10만~20만 원씩 용돈을 입금한다. 1, 2년차 직원에게 리프레시 휴가로 해외여행 경비를 대준다. 직원 지인들이 회사 자랑을 듣고 “빈자리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먼저 부탁하기도 한다. 벌써 10명 넘게 소개한 직원도 있다.


박 대표는 “환경이 열악한 스타트업에서 1, 2년 다니는 것은 대기업에서 10년, 20년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고마운 직원들과 잘 키워주신 부모님께 보답하는 게 당연하고 여유가 생기면 10배, 100배 더 드리고 싶다”고 했다.

집닥이 자기 회사라는 생각을 버린 박 대표는 지분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표 지분율은 작지만 우군이 많이 생겨 혼자 운영할 때보다 훨씬 더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창업이 고객을 이해하고 사회에 돌려주는 ‘기업가 정신’을 실현하는 일이라고 했다. “사회 환원은 여유 되면 하는 거라고요? 아니요. 하면 여유가 오는 겁니다. 비웠더니 채워지더라구요.”


※ 원문: 동아일보 <‘인테리어도 AS’ 파격… “고객 마음 잡으니 성공이 따라왔다”(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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