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고 다녔더니 '관종'취급..이젠 달라졌죠"

조회수 2019. 6. 25. 14: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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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한복 브랜드 '리슬' 황이슬 디자이너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복은 무속인이 입는 옷, 결혼식에서 입는 옷이란 인식이 강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거리에서도 생활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종종 마주칩니다.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 뒤에는 바로 이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생활 한복을 한번이라도 찾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리슬>입니다. 2011년, 한복 100번 입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생활한복을 만들어낸 리슬의 황이슬 메이커를 만나보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먼저 메이커 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통 크리에이터 황이슬입니다. 제 이름을 딴 '리슬'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며 전통을 리디자인한 패션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고 있습니다.


- 디자이너의 꿈은 어떻게 키우셨어요?


고등학생 때는 선생님이 되려고 했어요. 그때도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서 작은 소품들을 만들어 주변에 선물하곤 했고요. 그래서 대학교에 진학한 후 핸드메이드 소품 쇼핑몰을 열었어요.무엇을 만들까 연구하고, 만들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어서 밤을 새는 일도 많았어요. 그 일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자 디자이너가 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 동양미학과 한국복식을 공부하셨군요. 다양한 스타일의 옷 중에서 한복에 매력을 느끼고 한복 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창업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한복이었어요. 대학교 축제 때 만화 동아리에서 코스프레를 할 일이 있었는데 평소 좋아하던 만화 <궁>의 주인공을 선택했어요.


코스프레를 위해 주인공이 입는 한복을 따라 입어야 했는데 디자인이 독특했어요.평소 우리가 알고 있던 한복이 아니라 상의가 튜브탑, 하의가 미니스커트인 한복이었죠. 이런 한복은 왜 현실에서 볼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직접 만들어서 입었는데 반응이 대박이었어요.


옷을 잘 입어서 ‘예쁘다, 멋지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게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자연스럽게 한복에 빠져버렸어요. 그래서 쇼핑몰에서 핸드메이드 소품과 함께 한복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소품보다 한복의 반응이 더 좋아서 리뉴얼 과정을 거쳐 한복 전문점으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 2006년에 '손짱디자인한복'이라는 브랜드를 처음 런칭하셨죠. 전통 한복과 생활 한복 그 사이의 느낌이 풍기는 디자인이었어요.


네. 만화 <궁> 에서 보았던 것처럼 젊은 세대가 선호할 만한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한복에 이식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복을 파티웨어 드레스로 접근했죠. 소재에 변화를 주고 튜브탑, 시스루 저고리, 미니스커트 스타일로 만들었어요.



- 이후 8년 간의 연구 끝에 2014년, 생활 한복의 대표격으로 떠오른 <리슬>을 런칭하셨어요. 리슬이라는 세컨브랜드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손짱디자인한복을 선보인 후 큰 반응을 얻긴 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대중이 한복을 ‘예쁘지만 입기 어려운 옷’으로 인식하시더라고요. 그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2011년, 한복 100번 입기 프로젝트를 벌였어요. 1년동안 한복을 100번 입는 프로젝트였는데, 여기서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전통 한복을 일상에서 입는 게 왜 어려운지 직접 그리고 자주 입어보면서 자연스레 알게된 거죠. 옷은 심미성과 실용성,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해요. 이 경험을 통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적용한 한복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고 <리슬>을 런칭했습니다.

- 지금은 생활 한복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처음 시작하셨을 때는 ‘한복을 실생활에서 입는 분들이 계실까, 어떻게 그런 한복을 만들까.’ 같은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원래 한복을 입는 분들께 선보이는 게 아니라 평소 한복을 입지 않는 대중에게도 하나의 스타일로 제시할 수 있길 바랐어요. 한복이라서 입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편안하고 멋스러워서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이 되는 거죠. 그래서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입을 수 있는 하나의 패션 장르가 되길 원했어요.


이 시대의 소비자는 옷이 없어서 옷을 소비하는 게 아니에요. ‘입고 싶다’는 욕망으로 옷을 소비하죠. 그래서 소비자가 원하는 옷은 무엇일까? 내가 소비라자면 이 옷을 입고 싶을까? 라는 생각으로 항상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하고 옷을 만들어요.



- 평상시에도 쉽게 입을 수 있는 생활 한복을 만들기 위해 어느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셨나요?


리슬은 멋, 실용성, 조화, 경험, 시도, 이 5가지 디자인 철학을 갖고 움직여요. 미의 기준이 바뀌었거든요. 조각처럼 예쁘거나 날씬한 몸매가 아니라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아름다워진 시대죠. 리슬은 있는 그대로를 더 돋보이게 하는 멋스러움을 추구해요.


또 일상에서 입는 옷이기 때문에 착용감이 편하고, 세탁이 쉬워야 하는 등의 실용성을 갖춰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직장에 입고 가도 될 만큼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컬러와 소재를 사용해서 평소의 라이프스타일과 조화를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대학 시절 한복을 입고 잊지 못할 행복을 느꼈던 것처럼 리슬의 한복을 입는 것 자체를 좋은 경험으로 만들어 드리려고 해요. 한복으로 누구도 걷지 않았던 길을 걷고 만들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실험적인 디자인과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나갈 거고요.


▶︎ 황이슬 메이커의 <리슬 나오 한복> 프로젝트

- 해외 패션쇼에서도 리슬의 한복이 여러 번 올랐어요. 뿌듯한 마음과 동시에 어깨가 무거우셨을 것 같기도 해요. 한복을 바라보는 외국의 반응은 어땠을지도 궁금하고요.


 패션쇼에 선다는 건 디자이너에게 시험을 치는 것과 같아요. 외부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거든요. 해외에서 리슬을 바라본 반응은 2가지였어요. 격하게 좋아해주시거나, 아예 관심이 없거나.


워낙 컨셉이 강한 의상이다보니 반응이 극과 극일 것은 예상을 했는데, 관심을 보이는 분들은 “Crazy!” 라며 격하게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우리에게는 꽤 친숙하고 담백하다고 생각했던 디자인이 해외에서는 그 자체로 독특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어요.

- 크고 작은 변화를 추구하면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복을 만들어오셨어요. 이제는 대중이 한복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바뀌었죠?


저는 늘 한복을 입고 다니는데요, 확실히 반응이 달라졌어요. 2011년에 한복 100번 입기 프로젝트를 할 때만 해도 ‘국악인이냐, 결혼하는 신부냐, 종교인이냐, 무속인이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이유 없이 입었다고 하면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관종 (관심종자: 관심을 끌기 위해 기이한 행위를 하는 사람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 취급을 받았죠.


그런데 요즘은 ‘그 옷 어디서 사셨어요? 멋져요. 요즘 이런 옷이 유행이라고 들었어요.’ 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더 많아요. 가끔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고 계셔서 깜짝 놀랄 때도 있고요.

- 2세대 생활 한복 [나오 저고리와 팬츠]는 기존의 생활 한복과도 조금 달라요. 어떻게 탄생한 디자인인가요?


브랜드의 첫번째 고객은 그것을 만든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나오 저고리, 팬츠는 순전히 제 필요에 의해 개발했어요. 매일 한복을 입고 다니다보니 어느새 옷장이 한복으로 가득 찼는데 죄다 원피스와 치마 밖에 없는 거예요. 짐을 나르고 힘을 써야 하는 날에는 바지 같은 활동성 있는 옷이 필요했어요.


특히 더운 여름에는 살에 붙지 않는 넉넉한 핏의 시원한 티셔츠와 통바지를 주로 입었으니 이걸 한복으로 풀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 오픈한 지 이틀 만에 목표금액의 8,000%를 돌파하며 8천7백만 원을 모집했어요. 이번 나오 한번 프로젝트의 성공이 메이커님께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와디즈에서 진행된 한복 프로젝트 중 최고 금액을 모은 프로젝트라고 들었어요. 이 기록이 전통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이 전통 콘텐츠를 연구하시는 분들께 좋은 모범 사례이자 계속해서 후속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는 동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리슬을 어떤 브랜드로 만들어가실지 계획이 궁금합니다.


리슬은 현재 2030을 중심으로 한 모던한 감각의 2세대 생활한복이 주 아이템이지만 점차 가방, 귀걸이, 팔찌 같은 패션잡화 분야로 확대해나가려고 해요. 전통을 리디자인한다는 기존 컨셉은 유지하고 카테고리를 확장시켜 한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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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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