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생리, 더이상 숨기지 말자" 캠페인
창피한 것, 숨겨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여성의 생리.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도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생리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생리 용품의 선택지를 늘리는 등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건 분명 SNS에서 화제가 되겠어”
이달 6일 도쿄(東京) 미나토(港)구의 한 사무실에 SNS상에서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들이 모여 생리 용품의 패키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일본의 대표적인 생리 용품 제조 업체인 ‘유니참’이 이달부터 시작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인플루언서의 힘을 빌려 생리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바꿔 여성의 몸을 보다 더 ‘바르게’ 알리고자 함이다.
이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생리 용품 구입 시 내용물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봉투에 담아 주는 것을 거부하는 해시태그 「#NOBagForMe(봉투는 필요 없습니다)」를 다는 것이다.
‘부끄러운 것’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킴으로써 생리 기간 중 몸상태가 좋지 못해도 표현할 수 없는 데 대한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 “봉투 없이 그냥 들고 다니는 것에는 위화감을 느낀다”는 다수의 의견을 감안해 디자인에 공을 들인 패키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니참 홍보 담당자는 마이니치신문에 “감추고 싶은 사람은 감추면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감추지 않으면 된다. 선택지가 다양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한 여성 사업가는 이달부터 도쿄 및 오사카(大阪)의 백화점에서 생리 용품 편집숍을 열 예정이다.
“성별 구분에 위화감을 갖는 사람들이나 ‘여성은 여성스러워야한다’는 인식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와서 구입할 수 있도록 다양성 있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
그는 “선택지가 늘어나면 여성이 주체적으로 생리를 받아들이고 오픈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효고(兵庫)현 출신의 영화감독 박기호 씨는 생리를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를 취재해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 중이다. “여성에게는 매우 가까운 것이지만 남성들은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 생리와 함께 하는 생활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영화는 올 가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취재 대상에는 회사원이나 운동 선수, 폐경기 여성, 남성도 포함돼 있다. 그는 “개개인들의 절실한 에피소드들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서 생리가 터부시 되는 사회에서 벗어나면 좋겠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역사사회학자인 다나카 히카루 씨는 일본에서 ‘월경대’라고 불리는 생리 용품이 등장한 메이지(明治) 시대, 한번 쓰고 버릴 수 있는 냅킨형 생리 용품이 발매된 1960년대에 이어 현재의 움직임을 ‘제3차 생리붐’이라고 명명했다. 다나카 씨는 “생리 용품을 취급하는 방법이나 생리관에 대한 변혁이 일어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도쿄=프레스맨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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