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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채용할 기업은 없다" 말에..이력서 쓰다 발 돌려

조회수 2019. 6. 17. 10: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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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박랍회 찾은 중장년 실직자들

“‘청년 취업박람회’라고 청년만 오라는 법 있습니까.”


11일 오후 경기 의왕시청에서 열린 ‘청년 취업박람회’를 찾은 박모 씨(52)는 “사정이 안 좋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이렇게 말했다. 20년 동안 건설현장에서 시멘트를 바르는 기술공으로 일한 박 씨는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두 달 가까이 일감이 끊겼다고 했다.


박 씨는 “이렇게 오래 쉬기는 처음이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나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박 씨는 물류회사와 테마파크회사의 면접을 본 뒤 박람회장을 나섰다.


이날 취업박람회는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청년들을 위해 의왕시가 주최한 행사다. 박람회장에는 ‘청년정책 홍보관’ ‘VR체험관’ ‘취업 타로’ 등 청년 구직자를 겨냥한 이색 부스가 마련됐고, 청년 채용을 원하는 중소기업 10곳이 참여했다.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그러나 ‘청년 취업박람회’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행사장엔 중장년층이 많이 몰렸다. 의왕시 집계 결과 행사장을 찾은 구직자 350여 명 가운데 200명 이상이 ‘4050세대’였다. 중장년 실직자들이 청년을 위해 마련한 취업박람회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날 박람회를 찾은 40, 50대는 한결같이 “한창 일할 나이에 잘려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모 씨(40)는 두 달 전 7년간 정규직으로 일한 제조업체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마침 취업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회사에서 쫓겨난 40대는 장사의 ‘장’자도 모르면서 자영업으로 내몰린다”며 “정부가 청년 일자리에만 힘을 쏟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제조업체 부스 앞에서 면접을 기다리던 이 씨는 초조한 듯 연신 바지에 손을 문질렀다.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백화점 마트에서 14년간 계약직으로 일하다 넉 달 전 실직한 이모 씨(40)는 이날 열심히 부스를 돌아다녔지만 면접 볼 곳을 찾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이 씨는 “청년층 대상 행사인 걸 알면서도 혹시 일자리가 있을까 싶어 와봤다”며 “도대체 어디서 일자리를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 60대 구직자는 이력서를 쓰던 중 “60대를 채용할 기업은 없다”는 말에 행사장을 나가기도 했다.


청년들의 사정도 다급하긴 마찬가지였다. 2년간 정규직으로 일한 중소기업에서 최근 구조조정을 당한 김모 씨(28)는 이날 버스와 지하철을 1시간 반이나 타고 박람회장을 찾았다. 김 씨는 “(박람회에 참여한) 업체 수가 너무 적어 실망스럽다”면서도 “어디든 취직해 얼른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권모 씨(31)는 올해 상반기 여러 기업의 공채에 지원했다가 서류전형에서 전부 탈락했다고 했다.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취직하기 위해 박람회장을 찾았다는 그는 “일을 해야지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애써 웃어 보였다. 면접을 마친 권 씨는 이력서가 담긴 봉투를 만지작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 원문: 동아일보 <“일자리 도대체 어디에” 청년취업 박람회 찾은 중장년 실직자들(송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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