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모범생의 일탈 "고시공부 대신 사람공부"

조회수 2019. 6. 3.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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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학습자에게 맞춰 차별화된 교육방식을 적용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공교육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틈새를 채우는 각종 비영리 민간교육단체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청년교육 사회적 협동조합 ‘씨드콥’에는 이런 교육 관련 청년단체와 기업들이 조합원으로 소속돼 있습니다.


씨드콥을 만든 이승환 대표(34)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었습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자랐고 중학교 내신에서 최상위권을 놓친 적이 없었습니다. 서울과학고에 합격했습니다. 그러나 입학을 앞두고 열린 예비과정을 들으며 그는 “내 성향과 맞지 않는 길을 왔구나”하고 후회했습니다.

5월 23일 서울 중구의 공유오피스 위워크 사무실에서 만난 사회적 협동조합 ‘씨드콥’ 대표 이승환 씨(34)가 자체 제작한 각종 교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씨는 청년들이 세운 17개 교육단체 및 기업들을 조합원으로 이 단체를 조직했다. SK행복나눔재단 제공

입학 후 한 달 만에 일반고로 전학한 그는 옮긴 학교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아 무난히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고시 준비가 아니라 ‘딴짓’에 더 열중했습니다. 친구들과 유럽 배낭여행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게 공부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학창시절엔 몰랐던 세계들을 접하며 ‘가장 가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사람을 돕고, 가르치는 일을 내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정신지체장애인 농구단 ‘MRBT’ 창단, 서울대 학내 공식 봉사단 창단, 재일교포 어린이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동아리 ‘국일’ 조직…그의 ‘유의미한 딴짓’은 계속됐습니다. 지금도 10년 째 방학 때마다 일본 한인학교에서 교육봉사를 하는 이 대표. 그는 “이렇게 ‘갈지(之)자’를 그리며 이것저것 고민해 본 덕분인지, 교육 분야의 사회적 기업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 지속가능하고 즐겁게 가르치는 법


“2014년 당시엔 각종 교육관련 벤처와 사회단체들이 생겨나고 있었어요. 각 단체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지속가능한 모델이 없다는 게 한계였습니다.”


각 단체 운영자들과 1년 동안 만나며 고민한 이승환 씨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열일곱 개 교육단체들을 묶으니 장점이 많았습니다.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는 것은 비용처리 문제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교육기관과 파트너십을 맺을 때 ‘기부금’ 형태로 지출을 하는데, ‘사회적 협동조합’ 소속 조합원이면 일을 진행하기 수월해집니다. ‘씨드콥’을 통해 각 단체가 연계되다보니 조합원 간 콘텐츠 공유가 원활해졌고, ‘씨드콥’ 자체 제작 교구들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환경보호, 기업가 정신, 정보기술(IT) 코딩 등 어린이들이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는 개념들도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교구를 개발하는 것도 씨드콥의 역할입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 회사인 A 사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가르칠 때 여기에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보드게임이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교육공학을 전공한 씨드콥 R&D센터 임직원들이 자료 개발을 맡습니다. 농어촌 청소년들의 진로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진로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 사회적 가치를 위해 일한다는 것


특목고에 서울대 법대까지 어렵지 않게 붙었던 우등생이 ‘돈’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위해 일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솔직히 ‘내가 하는 일은 이러이러한 겁니다’라고 세속적인 잣대에 맞춰서 설명하기 힘들죠. 그럴 때 어려움을 느낀 게 사실입니다.”


이런 고민이 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신을 설득할 수 있어야만 주변 시선과 무관하게 한 길을 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도 이제는 든든한 응원군이 됐습니다.


현재 조합의 수입은 대기업 또는 관공서와의 교육협업, 지역 진로체험 교육 등을 통해 발생됩니다. 또 교육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에 공감한 200여 명의 학부모들이 개인후원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회사의 규모를 더 키워서 교사 개인의 역량에 구애받지 않는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교구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 이 글은 동아일보 기사<우등생의 ‘딴짓’… “고시공부 대신 사람공부 했더니 세상 보이더라”(김수연 기자)>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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