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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회사 압박에 ‘집에서 야근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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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일부 직장인들은 너무 많은 야근 때문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퇴근시간이 되면 사무실 불과 컴퓨터 전원을 끄는 회사들도 많은데 무슨 야근이냐고요? 


지난달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퇴사한 유모(30) 씨는 “퇴근 10분 전이면 보통 도시락을 싼다. 물론 먹는 도시락이 아니고 ‘일 도시락’이다. 남은 일을 집에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52시간은 사무실 안에 머무는 시간’일뿐이라는 거죠.

출처ⓒGettyImagesBank

회사의 불은 꺼졌지만 유 씨처럼 남은 일을 집에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 것일까요. 최근 퇴사자들을 대상으로 퇴사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잦은 야근 등 ‘워라밸이 불가능한 직장생활(과로)’이 1위에 꼽혔습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5월 7일 20~40대 퇴사자 1170명을 대상으로 퇴사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3.2%가 ‘잦은 야근 및 일과 생활의 분리가 불가능해서’ 회사를 떠났다고 답했습니다. 근소한 차로 2위를 한 응답은 ‘불안정한 고용 상태’(22.9%), 3위는 ‘권위적인 회사 분위기’(21.1%)였고요. 


하지만 지난해 같은 조사 결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지난해 2월 퇴사 경험이 있는 직장인 15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퇴사 이유 1위가 ‘나의 미래 비전이 낮아 보여서’(36.7%·복수응답)였습니다. 그 뒤를 ‘낮은 연봉’(34.4%),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해서’(33.8%)가 이었습니다.


‘잦은 야근’이 1년 만에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은 주52시간 근무제로 공식적으로는 일하는 시간이 줄었지만, 실제 일하는 시간은 같거나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출처ⓒGettyImagesBank

허울만 주52시간 근무제라 일이 줄지 않은 것도 서러운데, 급여 역시 야속하게 줄어듭니다. ‘일 도시락’을 싸들고 집에서 밤새워 일하더라도 이 비용을 회사에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일을 줄이려고 만든 정책인 만큼 회사 눈치가 보여서라도 비용 청구가 어려운 탓입니다.


앞선 사례 속 유 씨가 퇴사한 이유 중 하나도 보상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야근수당, 심야수당, 심야교통비가 전부 없어지니 통장 사정은 나빠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신규 인력 채용을 줄이니 일은 늘어났고요. 결국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고, 이를 회사에 밝혀 권고사직 형식으로 회사를 나오게 됐다는 것입니다.


유 씨는 “근로시간 단축은 잘못된 정책이 아니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기업이 어쩔 수 없이 채용을 늘릴 것이라는 생각이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유 씨 외에도 명목상 퇴근하고 집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11월 직장인 5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퇴근 후에도 업무 처리를 고민하거나 압박감에 시달린다는 응답자가 70.4%에 달했습니다. 퇴근 후에도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44.4%·복수응답), ‘업무 실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재차 확인해야 해서’(30.7%), ‘일을 다 못 끝내고 밀릴 때가 많아서’(29.5%) 순이었습니다.

출처ⓒGettyImagesBank

누군가는 퇴근 후 싸온 ‘일 도시락’으로 과로를 하고 있지만, 근무시간 단축으로 워라밸을 찾은 사람도 있습니다. 

물류대기업 인사 관계자는 “업무량 때문에 집으로 일을 가져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그만큼 일이 줄어든 사람도 생겼다. 일례로 회사 내 지원 업무를 담당하던 팀에서는 당장 사무실 불이 꺼지니 퇴근이 빨라졌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도록 일 진행이 더디더라도 퇴근 후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노동계 관계자는 “계속 누군가가 밀린 일을 처리하니 기업이 채용을 늘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다소 불편하고 답답하더라도 퇴근시간이 되면 업무를 멈추고 관련 사안에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압박은 물론이고, 사내 분위기도 일을 놓지 못하게 합니다. 광고회사를 그만둔 지 3개월째인 김모(31) 씨는 “상부에서 압박이 심하다. 내일까지 처리하라고 일을 던져놓고 일 처리가 늦어지면 ‘나 때는 안 그랬다’부터 시작해 ‘이렇게 일이 느려서 어떻게 이 회사에서 살아남으려 하느냐’고 한다. 그러고는 퇴근시간이 되면 약속이 있다며 칼같이 사무실을 나선다. 집에 돌아가 혼자 일하다 보면 피곤함보다도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더더욱 회사에 다니기 싫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이처럼 실질노동시간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정부의 정책 실현 의지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직장 내 근로감독이 적극적으로, 더 제대로 이뤄진다면 업무 과중 등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주52시간 근무제가 지난해 7월에 시행됐고 사실상 처벌이 없다 보니, 아직 정책 효과가 발휘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일하는 시간만 줄고 업무량은 그대로인 사례에 대해서는 “당초 근무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지금 정부는 근무시간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고 일자리 창출에는 힘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부작용인 만큼 일자리 문제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89호에 실린 <주52시간 근무 시대에 야근 때문에 퇴사>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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