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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유학생이 갑, 한국 대학은 을?

조회수 2019. 5. 21.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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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못하는 유학생들, 중국어로 발표하기도"

“올해부터 한국 지방 모 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대학 수준을 진일보시킨다’는 중국 정부 정책에 따라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따오라는 주문이 계속됐어요. 박사학위가 없으면 연구과제에도 제한이 생기고 대학 평가나 승진에도 어려움이 생깁니다.” (중국 4년제 대학 디자인과 교수 왕모 씨)


“개강하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박사과정 학생이 22명인데 6명만 한국인이고 나머지가 모두 중국인 등 외국 학생이었어요. 또 다른 수업에서는 중국인 박사과정생이 17명이나 됐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안 될 정도로 한국어에 서툴다는 거예요. 수업은 다 한국어로 진행되는데도요. 못 알아듣겠다는 반응이 이어지면 교수님이 짧은 영어로 수업을 하시는데, 한국 학생들로서는 오히려 피해 보는 느낌이죠.” (한국인 박사과정생 이모 씨)


중국의 ‘대학굴기’ 정책에 따라 최근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한국으로 유학 오는 중국 교수들이 크게 늘면서 수업 파행과 학위 남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교수 가운데 석사학위만 가진 교수는 약 60만 명으로, 지난해 박사과정 유학을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수는 3600명을 넘어섰다.

● 집중이수제 도입 후 박사과정 유학생 급증


국내 대학, 특히 지방대에 중국 유학생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교육부 정책에 따라 11년 이상 등록금이 동결된 데다 학령인구마저 급감해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이 크다 보니 유학생 한 명 한 명의 등록금이 대학의 사활과 직결된다.


문제는 한국에서 학업을 할 준비가 안 된 유학생들까지 무분별하게 입학을 허용해 제대로 된 인재 양성이나 논문의 질 관리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대학 학위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들 중국인 박사과정생은 교육부가 대학 학사과정 자율화 방안의 하나로 허용한 ‘집중이수제’가 2년 전부터 본격화되면서 크게 늘었다. 집중이수제는 통상 15, 16주 과정으로 이뤄지는 한 학기 수업을 단축해 집중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컨대 중국에서 교수로 활동하는 학생은 학기 중에는 중국에서 수업을 하고 방학 때만 한국에 들어와 한 학기 과정을 밟을 수 있다. 당초에는 기간 단축에 대한 제한이 없었지만 지난해 중국 측에서 ‘부실 학위’ 항의가 제기된 후 최근 전국대학원장협의회는 ‘원격수업 1주 허용을 포함해 최소 한 학기 과정이 8주는 되도록 짜자’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교육부는 “집중이수제는 국내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학이 유학생 수요에 적극 대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업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논문 심사도 동일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 현장의 현실은 달랐다. 중국인 유학 브로커인 온모 씨는 “한국 대학에 입학하려면 기본적으로 토픽 3급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말은 못 한다. 한국 학생이랑 같이는 절대 수업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교수들은 이런 학생이 오면 굉장히 애를 먹으니 싫어해요. 그래도 정작 대학들은 돈이 급하니까 정원 외 선발이 가능한 유학생들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대단합니다.” 온 씨는 “대학들을 돌며 ‘빨리 편하게’ 박사 딸 수 있는 학교를 찾는 게 나의 임무”라고 전했다.

● “이런 논문 통과시켜도 되나” 교수들 ‘자괴감’ 호소


수준 높은 논문 작성은커녕 정상적인 소통이나 수업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박사과정 학생들을 받는 교수들은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수도권 모 대학 박모 교수는 “최근 맡은 한 중국 박사과정생은 ‘선행연구 분석’이란 개념도 몰랐다”며 “자질이 한참 못 미쳤지만 결국 논문은 통과됐다”고 전했다. 해당 학생이 “박사학위를 못 받아 직장에서 잘리면 당신이 책임질 것이냐”고 따지는 통에 차라리 빨리 졸업시키는 게 낫겠다 싶었다는 것이다.


“모든 교수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점이 있어요. 중국 학생들이 ‘을’일 수밖에 없는 한국 대학 사정을 너무 잘 안다는 점이죠. ‘우리 돈이 아니면 당신들이 먹고살겠냐’는 식이다 보니 ‘중국어 전용 강의를 열어 달라’, ‘중국어 가능 교수를 채용하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미국처럼 대학이 힘을 가진 나라여도 그랬을까요.”

● 재정난 대학, 무차별 학부 입학 허용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불만은 ‘학부’에서 더 커지고 있다. 국내 대학들이 수업을 들을 능력이 부족한 유학생을 무차별적으로 입학시킨 후 제대로 학습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A대학 글로벌통상학과는 유학생이 377명으로 전체 학생의 54%에 달하지만 담당 조교는 1명이다.


중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실력 부족으로 수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2017년 서울의 B대학 전자정보공학부에 입학한 중국인 유학생 탕궈룽(가명·22) 씨는 “입학 후 2년간 수업을 거의 이해하지 못해 비교적 알아듣기 쉬운 정치외교학과로 옮겼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지방대에 다니는 C 씨(24·여)는 “한국어를 못하는 유학생들이 발표를 모두 중국어로 해 교수님도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 이 글은 동아일보 김수연·임우선·강동웅 기자의 기사 <학생 아쉬운 대학들, 한국어 안되는 中유학생도 ‘무분별 패스’>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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