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좀 대신 내달라" 퇴직 대행 문의 빗발치는 이유

조회수 2019. 5. 17.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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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직장인들, '퇴직 대행 서비스' 이용 늘어
회사 그만 두겠습니다!

사직서를 가슴 한 켠에 묻고 일한다지만 당당히 퇴사를 외치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일손 부족’과 ‘장시간 노동’에 동시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퇴사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퇴직 대행’이 유행 중이어서 화제다. 도쿄신문은 최근 일본에서 퇴직 대행이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보도했다.


“평소에는 한 달에 30건 정도 의뢰가 오는데 이번 골든위크 연휴가 끝나자마자 벌써 10건이나 들어왔네요”


반년 전부터 퇴직 대행 상담을 접수하고 있는 사토 히데키(佐藤秀樹) 변호사의 말이다. 대행에 지불하는 요금은 5만 4천엔(한화 약 58만 6천원). 결코 싸지 않다. 전화, 팩스, 내용 증명 우편 등 퇴직에 필요한 서류를 보내거나 퇴직금, 유급휴가말소 등의 교섭도 대행한다.

출처: 프레스맨
오피스가 밀집된 도쿄 긴자(銀座)의 5월 초 골든위크 기간의 모습

퇴직 절차를 남에게 맡긴다고 하면 ‘무책임한 요즘 세대’ 혹은 ‘아르바이트나 파견직’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번듯한 직장에 근무하는 정직원들의 퇴직 상담이 많다.


사토 변호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를 그만 두길 원하는 케이스가 반 정도 된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직장 분위기를 알기에, 그만 두겠다는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작년 8월부터 퇴직 대행 상담을 해오고 있는 오자와 아키코(小澤亜季子) 변호사는 블로그나 트위터에서도 퇴직에 관한 정보를 발신하고 있다. 오자와 변호사가 노동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신입으로 입사한 지 얼마 못돼 세상을 떠난 동생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출처: 오자와 아키코 변호사 트위터
오자와 아키코 변호사가 운영하는 트위터. 퇴직 대행으로 그가 받는 돈은 건당 6만 5천엔으로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지만, 의뢰인 수가 점점 늘고 있다.

그는 “동생이 졸업 후 바로 취업했는데 반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나는 동생이 과로사였다고 본다. 동생의 핸드폰에 ‘일 그만 두고 싶다’, ‘회사 그만 두는 법’ 등의 검색 기록이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직장을 그만 둘 수 없어 자살하거나 심신이 병들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자와 변호사에게는 한 달에 30건에서 40건 정도의 의뢰가 온다. 회계연도가 바뀌는 4월을 앞두고는 2배 정도 의뢰가 늘어난다. 연령대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데, 가장 많은 연령은 역시 20대에서 40대다. 종업원 수 천명 이상 기업의 정사원들이 주 고객이다.


대기업이라고 하면 퇴직 절차가 순탄하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직장 상사가 자체적으로 퇴직서를 수리하지 않는 케이스도 의외로 많다. 여기에 “법인과 개인은 교섭 능력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 오자와 변호사의 설명이다.


물론 자신이 책임을 지고 회사와 의견을 조율해 서로 납득한 상태에서 퇴직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일손 부족은 심각하나 고용 조건은 개선되지 않고, 장시간 노동은 늘어만 가는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로서 ‘퇴직 대행’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퇴직 대행’을 찾는 이들이 늘자 변호사 말고도 교섭을 대행해주는 업자들도 등장했다. 단 변호사가 아닌 업자가 대리인이 되어 교섭한 뒤 보수를 얻는 것은 변호사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오자와 변호사는 “법에 저촉되지 않게 하려다보면 교섭 가능 범위가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정대학 우에니시 미츠코(上西充子) 교수는 “노동자의 입장은 약하기 때문에 ‘그만 둘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도 많다. 임금이나 휴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실업보험 수급이나 이직 철자 등에 필요한 서류는 회사가 관리하기 때문에 그만 두는 경우 회사와 교섭해야 할 것이 많다. 퇴직 대행 수요는 이전부터 있어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최지희 프레스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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