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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일·밭일' 부모 대신.. 저녁밥 지어준 선생님

조회수 2019. 5. 15.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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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학생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베푼 교사의 이야기가 감동을 자아냈다.


육지에서 배를 타고 40분을 가야 닿는 전남의 섬마을 조도. 그곳의 유일한 고교인 조도고에서 근무하던 조연주 교사(54·여)는 2010년 부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부터 아이들을 위해 밥을 짓기 시작했다.

출처: 조연주 교사가 직접 밥을 지어가며 가르친 학생들과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조연주 교사 제공

부모님 대부분이 뱃일, 밭일을 나가 도시락을 제대로 못 챙겨온 학생들이 야간 자율학습 전 컵라면과 과자만 먹는 것을 보고서였다. 처음엔 간단한 김밥을 만들었지만 나중엔 아예 저녁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식재료비가 만만치 않았지만 호주머니 속 돈을 아끼지 않았다. 섬마을 근무를 자원해 조도에 갔던 그가 훗날 ‘밥 짓는 선생님’으로 불린 이유다.

출처: 조 씨가 학생들을 위해 만든 밥과 국, 반찬이 담겨있는 식판. 조연주 교사 제공

매일 ‘쌤 밥’을 먹은 아이들에게 놀라운 변화도 생겼다. 개교 이래 최초로 서울대 합격생이 나왔고 전남대, 한국해양대, 교대 등 지역의 내로라하는 대학에 붙어 떠나는 아이들이 이어졌다. 


조 교사는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매년 주관하는 ‘대한민국 스승상’에서 제1회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열악한 여건에서도 꿈을 이룬 학생들이야말로 나의 훈장”이라고 말했다.

출처: 2015년 ‘스승의 날’에 찾아온 졸업생과 박경애 교사. 박경애 교사 제공

‘손편지 선생님’으로 불리는 박경애 교사(55)도 학생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교직 30년차인 그는 제자들에게 받은 수백 통의 답장 가운데 몇 년 전 ‘문제아’로 불리던 A 양(당시 13세)에게 받았던 편지를 잊지 못한다. 온 몸에 문신을 한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져 눈도 마주치지 않던 그에게 박 씨는 평소처럼 손편지를 썼다.


어느 날 A 양의 답장엔 그가 매일 지각과 결석을 반복하는 이유가 적혀있었다.


“저는 엄마가 없고요. 아빠는 나를 돌봐주지 않아요.”


아이를 깨워줄 부모가 집에 없단 걸 알게 된 박 교사는 아이가 오지 않는 날이면 전화로 엄마처럼 잔소리를 했다. 그렇게 2학년을 보낸 A 양은 박 씨에게 편지를 남겼다.


“모른 체 하지 않고 매일 깨워주셔서 고마웠어요. 1년 365일 자퇴하는 날만 기다렸는데 이젠 잘 살아보고 싶어요.”

‘애정, 실력, 소통.’ 하지만 이 모든 가치를 추구하기에 2019년 교사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을 모르는 아이들이 늘고, 학업은 이미 학원에서 더 많이 배워 오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뚫고 들어갈 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서 ‘예기(禮記)’에서 스승의 예를 분석한 정병섭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전통적 개념의 스승과 제자는 24시간동안 함께 생활하는, 학문과 인성을 둘 다 가르칠 수 있는 존재였지만 지금은 여건이 다르다”며 “교사에게 전통적 관념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만큼 달라진 상황에 맞춰 교사의 가치가 실현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글은 동아일보 기사 '아이들 위해 밥 짓고 손편지… ‘참스승의 禮’는 애정과 소통'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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