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대통령.. 코미디 같은 정치판이 만든 당선

조회수 2019. 5. 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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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4월 21일 우크라이나 대선 결선투표에서 24.5% 득표율에 그친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를 물리치고 73.2%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이 확정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입니다.

출처: 사진=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인스타그램

5월 취임할 젤렌스키는 지난해 12월 31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전까지 정치 경력이 전무한 정치신인입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에선 소수민족인 유대계입니다.


그의 유일한 정치적 자산은 2015년 10월부터 민영TV 1+1에서 방영된 정치코믹드라마 ‘국민의 일꾼’의 주인공이라는 점. 그는 정부의 부정부패를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돼 깜짝 스타가 된 뒤 대통령에 당선되는 30대 고등학교 역사교사를 연기해 국민적 인기를 얻었습니다. 첫 방영 때부터 시청률 30%를 기록하며 올해 초까지 시즌3가 나온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은 우크라이나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적 환멸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조사에서 세계 180개국 중 120위에 올랐습니다. ‘유럽 최악의 부패국가’로의 전락이었죠.


‘국민의 일꾼’은 이런 우크라이나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환멸을 짚어냈을 뿐 아니라 그 대안까지 제시했습니다. 젤렌스키가 연기한 열혈교사는 대통령이 된 이후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끊어내는 청렴한 정치인으로 변신합니다.. 낭만적 가상정치가 비루한 현실정치를 집어삼킨 겁니다.


실제 대선 토론회에서 젤렌스키는 포로셴코 대통령에게 이렇게 일갈했습니다.

저는 정치인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인간입니다. 그런 제가 시스템을 깨고 여기까지 나온 것은 모두 포로셴코 당신의 결과물입니다. 당신의 실수와 지키지 못한 약속의 산물입니다.

젤렌스키는 고등학생 시절이던 17세 때 러시아의 유머경연 프로그램 KVN에 출연하며 일찍부터 코미디언의 길을 걸었습니다. 키예프 국립경제대 법학과에 입학할 정도로 공부도 잘했지만 이미 19세 때 KVN 메이저리그에서 우승한 이후 희극단 ‘크바르탈 95’를 결성했습니다. 러시아를 비롯한 옛 소련 국가에서 순회공연을 펼치며 실력을 쌓은 뒤 2000년대 들어선 방송 및 영화 제작사로 변신했죠. ‘국민의 일꾼’의 제작사도 크바르탈 95로, 젤렌스키는 이 드라마의 주연뿐 아니라 총괄PD도 맡았습니다.

젤렌스키의 소속 정당 이름도 이 드라마 이름과 같은 ‘국민의 일꾼’(2018년 3월 창당)이며 주요 당직자 역시 ‘크바르탈 95’ 출신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대통령뿐 아니라 국가 자체를 코미디언들이 장악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고요.


그러나 젤렌스키가 드라마를 방영한 방송사 1+1의 소유주 이고르 콜로모이스키(56)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콜로모이스키가 자신을 저격하기 위해 젤렌스키를 국민적 스타로 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향후 프리바트방크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젤렌스키 정부를 평가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주연의 정치코믹드라마 ‘국민의 일꾼’ 시즌 2의 포스터.

젤렌스키 외에도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은 더 있습니다. 


2016년 취임한 지미 모랄렐스(50) 과테말라 대통령 역시 20년 넘게 TV와 영화에서 코미디언으로 활약했습니다. 2011년 정계에 입문했고 2015년 대선에 출마해 “20년간 사람들을 웃겨왔다. 최소한 국민을 울리진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결선투표에서 67.4% 지지율을 얻어 대통령이 됐지만 2017년 그의 형 샘과 아들 호세가 뇌물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체포되는 블랙코미디를 연출했습니다.

마르얀 세렉(42) 슬로베니아 총리 역시 코미디언 출신입니다. 수도 류블라냐에 있는 연기대학을 졸업한 그는 24세부터 방송과 라디오에서 정치풍자쇼를 진행하며 정치인의 성대모사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2010년 중북부 도시 캄닉 시장선거에서 당선하며 정치에 입문, 2017년 대선에 출마했다 낙마했으나 2018년 총선에서는 자신이 발굴한 정치인을 앞세운 정당 ‘마르얀 세렉의 명단’의 약진으로 총리가 됐습니다.

※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86호 <세계 곳 곳에서 코미디언 정치지도자가 출현하는 이유>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더 풍부한 내용은 주간동아 기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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