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대법관 출신 변호사 '도장 값' 5000만 원?

조회수 2019. 4. 29. 16:2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현직들과 가까울 것' 의뢰인들 기대심리에..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대법관은 여러 유명 로펌의 영입 제안을 받는다. 상당수 대법관은 이를 거절한다. 옛 동료와 후배 판사들에게 부담을 주고 전관예우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로펌에 소속돼 상고심 사건을 집중적으로 맡으면서 전관예우 확산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대법관 출신 변호사 7명이 상고심 사건 69% 맡아


1980년 이후 재직한 전직 대법관들 중 현재 살아있는 사람은 69명이다. 이들 중 2018년 말 기준 변호사로 등록된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59.4%인 41명이다. 나머지 28명은 변호사 등록을 아예 하지 않았거나 등록만 했을 뿐 개업 신고를 하지 않아 영업활동 실적이 없다.


동아일보는 변호사 영업을 하고 있는 대법관 출신 41명이 선임계를 낸 상고심 사건 중 지난해 선고된 사건 판결문 399건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사건을 많이 수임한 상위 7명이 68.9%인 275건을 수임했다. 상위 7명이 다른 대법관 출신 변호사 34명이 수임한 124건(31.1%)의 두 배 이상을 맡은 것이다. 공동 순위까지 합쳐 상위 11명이 수임한 사건은 전체의 84.5%(337건)였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보통 다른 변호사 수임료의 최대 수십 배에 달한다. 특히 사건 수임 상위 7명은 대부분 현재 대형 로펌에서 최상급 의전을 받고, 연봉을 10억 원 이상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이른바 ‘제왕적 전관’으로 불리며 전관예우 근절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 DB

○ 제왕적 전관 떠받치는 로펌의 ‘하청 구조’


제왕적 전관들은 사건을 빠르게, 많이 처리한다. A 변호사는 지난해 대법관 출신 가운데 가장 많은 64건의 사건을 대법원에서 선고받았다. B 변호사가 지난해 선고받은 상고심 사건은 50건이다. 일주일에 1건꼴로 선고받은 셈이다.


법리적으로 복잡한 상고심 사건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건 이들이 속한 대형 로펌의 ‘하청 구조’ 덕분이다. 보통 대형 로펌은 제왕적 전관을 경력 10∼20년 차 중견 변호사와 그보다 경력이 짧은 ‘피라미 변호사’ 여러 명이 돕도록 한다. 매일 야근을 하면서 사건 기록을 검토하는 건 피라미 변호사다.


그래서 제왕적 전관들이 대법관 경력으로 수임계와 상고 이유서에 찍는 ‘도장값’만 받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 변론에는 별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호사 사무실이 많은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는 제왕적 전관들의 도장값이 보통 3000만∼5000만 원이라는 얘기가 돈다.


하지만 제왕적 전관들은 법조윤리협의회에 수임 명세를 신고할 의무가 없다. 퇴직 대법관들은 과거 신고 대상이 아니었거나 퇴직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로펌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퇴직 후 2년까지만 신고를 하게 돼 있는 현행 변호사법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법조윤리협의회 하창우 위원장은 “대법관 등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 명세를 신고하도록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 ‘현직 대법관들과 가까울 것’ 기대심리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수임료가 비싼 이유는 상고 이유서에 이들의 이름이 들어가면 상고심 결과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의뢰인의 ‘기대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의뢰인들은 특히 상고심 실적이 많은 제왕적 전관들이 현직 대법관들과 가까워서 재판 결과가 좋게 나올 것으로 기대하며 더 많은 수임료를 낸다.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없어 재판 당사자에게 상고기각만 간단히 통보하는 이른바 ‘심리불속행 비율(상고 기각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제왕적 전관들의 심리불속행 비율은 50.1%였다. 지난해 대법원 전체 사건의 심리불속행 비율(76.6%)보다 훨씬 낮았던 것이다. 승소율의 경우 40%를 넘긴 전직 대법관도 있었지만 9.7%에 불과한 경우도 있어 사건에 따라 차이가 컸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들을 시군 판사나 학계로 유도하기 위해 연금을 높이는 등 경제적인 뒷받침을 해 변호사로 개업할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원문 : 동아일보 <대법관 출신 7명이 상고심 275건 수임… 2명은 일주일에 1건꼴(이호재·김예지 기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