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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무직이던 남성의 간절한 구직공고 "무급 시범근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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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 들고 있던 공을 놓쳐버린 사람. 순식간에 굴러내려간 공을 바라보던 그는 쫓아갈 기력도 잃은 채 오랫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9년간 직업도 거처도 없이 방황하던 영국 남성 앤소니 존슨(Anthony Johnson·37)씨에게 삶이란 언덕길에서 놓쳐 버린 공 같은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범죄와 약물에 노출된 환경에서 성장한 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건전한 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20대 후반부터는 파트타임 일자리도, 일정한 주거지도 없이 길에서 살았습니다.


비록 인생에 대한 의욕을 잃고 젊은 나이에 노숙자가 되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평범한 삶’에 대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그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메모지에 볼펜으로 ‘구직 공고’를 적어 버스 정류장 근처에 붙였습니다.

“일자리 구함. 제가 어떻게 일하는지 보고 결정하실 수 있도록 시범기간 동안 돈 안 받고 일해드립니다. 약이나 술 문제 없습니다.”

존슨 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쭉 적어 내려갔습니다. 개 산책시키기, 창문 닦기, 청소, 정원 가꾸기, 세차, 집안일, 요리… 거리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심을 보여 준 그에게 변화를 선물한 사람은 놀랍게도 열여섯 살밖에 안 된 학생이었습니다. 이스트석세스 주에 사는 샬롯 하워드(Charlotte Howard·16)양이 쪽지를 사진으로 찍어 온라인에 공유하면서 입소문을 내 준 것이었습니다.


하워드 양이 퍼뜨려 준 구직공고는 곧 조경업자 넬슨 스미스(Nelson Smith)씨의 눈에 띄었습니다. 스미스 씨 본인도 한때 정신건강 문제로 힘들어했던 시절이 있기에 존슨 씨의 사회적 재활 욕구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즉시 하워드 양에게 ‘내가 저 분에게 일자리를 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존슨 씨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순간이었습니다.

심지어 하워드 양은 존슨 씨가 머물 임시거처용 카라반(작은 이동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운동까지 시작했습니다. 모금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목표액 300파운드(약 44만 원)를 훌쩍 뛰어넘는 2300파운드(약 344만 원)가량이 모였습니다. 


영국 네티즌들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학생 덕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꼭 다시 일어서시길 바란다”며 하워드 양과 존슨 씨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 따뜻한 소식은 BBC등 현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9년 동안이나 직업 없이 노숙했지만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존슨 씨. 그는 “길거리 벤치나 간이 텐트에서 하루하루 시들어 가던 나 같은 사람에게 ‘직업’이 생긴다는 건 정말 큰 의미가 있다. 좋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제야 인생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 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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